2017년 7월 25일 화요일

17/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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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9일부터 일주일 휴가를 가게 되었다. 일주일짜리 휴가는 작년 8월 미국 서부 여행 이후 딱 1년만이다. 행선지는 다시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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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타인에게 지나친 관심을 두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 알고 모르고가 본인의 인생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음에도 이들의  관심은 그칠 줄 모른다. 나는 인간이 상대적이고 사회적인 존재인 이상 이런 행태는 일정 부분 본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타인과 나를 완전히 독립된 존재로 인식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특히 스스로의 상태를 변화시킬 가능성이 희박한 사람일수록, 타인에 대해 과도한 관심을 두려는 경향이 짙다. 타인의 위치를 끊임없이 확인하는 것 외에는 스스로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은 남이 잘 되면 불안하고 남이 잘 되지 않으면 안도한다. 정도의 차이일 뿐 대부분의 인간이 조금씩은 이처럼 비겁한 본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가십과 관련된 모든 비즈니스는 이러한 본성을 양분으로 자라난다.

나는 그런 본성을 발현시키는 것 자체를 나쁘게 보지는 않는다. 연예인의 불륜설이나 연애담, 지인의 결혼설 등에 눈빛을 반짝이는 것이 문제가 될 리는 없다. 그리고 그런 관심이 질투심이나 저렴한 동정심으로 발전하는 것을 보더라도, 그것까지도 그럴 수 있으려니 생각한다. 자의식이 강한 사람은 애초에 관심이 없고, 성품이 훌륭한 사람은 관심을 두더라도 질투심이나 동정심을 가지지 않으며, 양심이 있는 사람은 관심이 질투심이나 동정심으로 잠시 발전하더라도 감정의 가책이 자정기능을 발휘하겠지만, 모든 사람에게 자의식이나 성품이나 양심을 기대하는 것은 어차피 무리다. 그래서 누군가가 연예인이나 지인의 성공담을 듣고 '운이 좋았네' 라고 말하는 것을 보더라도 나는 딱히 불편함을 느끼진 않는다.

내가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본성을 발현시키다 못해 적극적으로 발산시켜버리는 존재들이다. 즉, '연예인 A씨의 외도' 라는 기사 헤드라인을 클릭해서 읽고 친구들과 공유해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다. 그치만 기사를 출력해 지하철 입구에서 나눠주고, 연예인 A의 집이나 기획사에 전화해 외도의 사실 여부를 묻는 행동들은 이해되기가 참 어렵다. 따로 악의가 있거나,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매너나 배려가 결여되었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어떤 쪽이든 가까이 할 이유는 없는 부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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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현대 미술관에서 본 그림인데, 작품명이 <어디든 어디도 아닌>이라는 것을 방금 온라인 전시 페이지를 보다가 기억해냈다. 위 네이버 백과 이미지보다 실물의 느낌이 더 자유분방하다. 그리고 실물보다 내가 찍은 사진이 훨씬 더 고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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