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미팅이 마무리되었다. 가을에 테이퍼링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단서만 던지면서, 나머지 부분에서는 최대한 시장의 발작을 억제하려는 멘트를 쏟아낸 드라기다운 기자회견. 어제 채권시장 반응에 대한 해석은 1) 드라기가 가을 발언을 하며 hawkish했는데도 금리가 상승하지 않았다, 2) 드라기가 우려처럼 hawkish하지 않았는데도 금리가 하락하지 않았다, 둘로 나뉠 것 같은데 나는 후자를 지지하는 쪽.
유럽 통화정책에 대한 다음 이벤트는 이제 8월 잭슨홀 미팅이 될 것이고, 당분간은 다음주 FOMC와 미국 2분기 성장률, 그리고 그 다음주 월초 미국 주요지표 밀집 구간까지 미국 금리가 주도권을 잡게 되지 않을까 싶다. 월초 ISM의 개선세와 상당히 낮아져 있는 정부 정책 기대감을 고려했을 때, 미국 금리가 지금 레벨 보다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 미국채 숏은 2.261에 10% 애드가 가능해 보인다 (스탑은 전부 2.10%)
지금 고민이 되는 부분은 어제부터 관찰되고 있는 유로와 독일 금리와의 괴리. '가을'이라는 언급에 유로는 강세로 갔지만 독일 금리는 왜 상승하지 못했을까. 6월말 드라기 발언 이후의 주제는 ECB의 긴축 가능성이었고, 그래서 독일 금리 상승과 유로 강세는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이벤트가 있던 당일에 괴리가 발생한 것. 여러가지 생각이 가능할텐데,
1) 통화정책 스탠스 변화에 금리보다 통화가 더 민감하다. 일정 부분 맞는 말일 수 있지만 기준금리 인상도 아닌 테이퍼링이 주제이고, 스탠스 변환 초기에서는 금리도 같이 반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이 관점으로만 이해하는 것은 무리일 듯.
2) 두 시장간의 단순한 포지션 차이. 채권은 롱숏 모두 치열했고, 유로는 레벨 부담으로 롱 누적이 덜한 상태에서 오히려 ECB전까지 숏 트라이가 많았다. 아주 매끄러운 느낌은 아니지만 가능한 해석인데, 이 경우라면 시간이 지날수록 어느 한 쪽이 틀렸다는 것이 뚜렷해질 것.
3) 독일도 미국도 긴축을 감당할 정도로 경제가 강력하지는 않다. 이런 상황에서 긴축을 진행하면 장기금리는 오르지 못하거나 오히려 하락하고, 특히 미국 장기금리의 하락은 달러 약세를 촉발한다.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서 EM주식과 통화는 강세를 보인다. 5월초부터 6월 중순까지가 이 컨셉에 해당했다. 어제 오늘의 현상을 가장 깔끔하게 설명할 수 있는 관점이지만, 지금 경기가 그 정도로 부진한 상황인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주말에 생각을 더 정리할 필요가 있을 듯. 시장의 관심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넘어가는 국면이라, 달러 약세처럼 기존에 형성된 트렌드를 체이스하는 것은 리스크가 높아 보인다. 다만 미국 주식은 섹터 선택의 문제일 뿐 강세 분위기가 유지될 것으로 생각.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