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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꼭 시장에 대한 생각이 아니더라도 온갖 상념들을 트위터나 에버노트에 난잡하게 기록하다가 가끔 블로그에 공개글로 포스팅 하기도 한다. 시장을 글로 적는 과정에서 나의 뷰를 정돈할 수 있듯이, 상념들을 기록해야 내가 내 라이프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뚜렷하게 자각이 가능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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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도 짧게 쓴 적이 있지만 운용사에 다니는 사람은 1) 일정한 엔트리 베리어 뒤에서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영위하려는 부류와, 2) 궁극적으로 훌륭한 투자자 혹은 트레이더가 되길 추구하는 부류로 나누어 볼 수 있는 듯. 나는 타인의 돈을 양심적으로 굴리려면 당연히 후자의 기세로 일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지만, 전자를 지향하는 사람들을 딱히 나쁘다고 보지는 않는다. 지금 운용사의 보상 구조는 오히려 전자를 지향하는 것이 합리적인 쪽으로 짜여져 있다. 다만 전자를 지향한답시고 넋 놓고 역량을 쌓지 않으면 언젠가는 회사생활의 많은 부분을 운에 맡겨야만 하고, 커리어를 그렇게 운에 맡기면 라이프 전반이 운에 따라 출렁일 수 밖에 없다. 스스로의 업무적 위치를 지배하지 못하면서 주체적인 삶을 살기란 불가능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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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김상무님께서 연락을 주셔서 광화문에서 맛있는 점심을 사 주셨다. 한국에 와 계시는 기간이 짧음에도 불구하고 잊지 않고 시간을 따로 내 주셔서 감사할 따름. 커리어 관련 조언을 많이 해 주셨는데 역시 내 입장에서는 많이 배울 수 있는 좋은 사람을 따라 가거나 트레이딩의 자율성이 확보되는 곳으로 옮기는 것이 상책. 가급적이면 이자율 뿐 아니라 최소 fx까지는 트레이딩이 가능한 곳으로.
나중에 financial freedom을 얻으면 어떤 일이 하고 싶은지 물어보셨는데 명확하게 대답을 드리진 못했다. 아직 깊게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이다. 노력하고 실력을 쌓으면 그만한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즉 시장과 같은 속성을 지닌 시스템이나 플랫폼을 시장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구현해 보고 싶은 막연한 생각은 든다.
같이 공부하며 글을 나눠 읽는 친구들을 모아 저녁을 한 번 하자는 말씀을 주셔서 또 감사했다. 그런 친구들이 몇이나 되냐는 질문에 바로 떠오르는 것은 2~3 명 남짓. 이정도면 꽤 많은 숫자라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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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는 또래 주식 매니저 중 탑다운과 바텀업에서 각각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둘과 점심 식사. 내가 몇개월 째 무료한 채권시장에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둘의 대화가 정말 재밌었다. 시장에 접근하는 각도가 꽤 다른 둘이 결국 어떤 접점에서 만난다는 점이 아주 흥미롭다.
많은 주제가 오갔지만 다들 업사이드 리스크를 염두에 두며 고민 중이라는 것을 느끼고는 직전 포스팅에 적었던 미국 주식 하락 가능성을 머리에서 지웠다. '언제 정리해야 할 것인지'가 아닌, '위로 가면 뭘로 대응해야 할 것인지' 라는 이들의 대화가 현재 주식시장의 컨센이라면 리스크 오프가 단시일 내 불거질 가능성은 낮다. 진짜 범인은 수급이라는 김대표님의 마켓 글과도 딱 맞아 떨어지는 퍼즐. 또 하나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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