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이 4월까지 금리를 동결하면 2분기 내에 인하는 없다는 것이 나의 베이스 시나리오였는데, 최근 한국판 QE 논쟁에서의 이주열 총재 발언들을 종합해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구조조정에 적극 지원하겠다',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와 같은 발언은 사실상 '내 판단으로 움직이기는 싫으니 자금을 지원하고 금리를 내리라고 나에게 명령을 해달라. 시키면 하겠다' 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 지금의 한은은 내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내린다. 그리고 내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점점 도래하고 있다. 인하 기대감만 만연한지 3개월째인데 5~6월 내 인하는 이제 정말 단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래는 연휴 직전에 공개되었던 4월 금통위 의사록. 위원 네 분이 교체되었기 때문에 다음 금통위를 가늠하는 데에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매칭은 역시 임의로.
위원1 - 함준호 or 장병화
설비투자 위축이 단기적 내수 부진으로 나타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훼손할 수 있다. 앞으로 내수를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가 이어지겠지만 회복세는 다소 약화된 것 같고, 물가도 1%초반의 낮은 수준을 상당기간 지속할 듯.
그러나 성장경로 하향조정은 1분기 성장세가 중국 등의 대외여건 불확실성 증대로 당초 전망에 미치지 못한 탓. 최근에는 회복조짐이 있고, 2분기부터는 개선세를 이어갈 것 같으니 지켜보자. 지금 금리는 여전히 완화적이다. 동결.
위원2 - 정순원 (임기만료)
성장과 물가 흐름이 예상보다 약화되면서 경로가 소폭 하방 이동. 생산 부문의 유휴생산력도 유의하게 개선되지 못하는 중.
거시경제적 측면에서 추가적인 금리조정의 필요성이 생성되고 있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높으므로 2분기의 성장과 물가를 확인하면서 금리 조정의 유연성을 견지하자. 동결.
위원3 - 문우식 (임기만료)
성장률 전망치의 하향조정은 연초의 저조한 실적에 비추어 이미 예상되었던 것. 근원인플레는 2%가까이 유지될 것이며 소비자물가도 하반기로 갈수록 상승폭이 확대될 것. 전세가격 급등으로 인한 주거비 부담 증가에 유념하자 (3개월째 전세가와 주거비를 혼동 중이신 바보위원님)
저물가 저성장이 고착화 되고 있다. 중앙은행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범위 내에서 경제상황에 적합한 다양한 정책수단을 개발하자. 동결.
위원4 - 함준호 or 장병화
성장전망치 하향조정은 1분기 부진을 반영한 결과. 2분기 이후의 경로는 당초의 전망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물가는 하반기로 갈수록 올라올 것.
2분기부터 회복될테니 상하방 리스크를 좀 더 지켜보자. 금융안정성 확보도 필요히며, 주요국과 비교해도 우리는 이미 완화적인 수준. 추가적 거시 완화가 요구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통화정책에 우선하거나 이와 병행하여 재정정책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동결.
위원5 - 하성근 (임기만료) -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대내외 여건이 다 좋지 않고, 외인 자금유출 리스크도 상당히 줄어들었다. EU, 대만, 싱가폴 등 다수 국가 중앙은행이 추가 금융완화를 단행했고 연준도 점진적인 인상을 예고 중. 이러한 대외 금융완화 확대는 국내 금리를 다른 나라 금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만들고 통화도 강세로 만든다. 수출 감소세는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금년중 성장률과 물가는 당초 전망을 상당폭 하향조정해야 할 것.
금년 하반기 연준이 추가 인상에 나서면 불확실성이 더 커질 것.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자. 통화정책의 효과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효과가 한정적이라고 관망하면 저성장 저물가 탈피는 더 힘들어질 것. 인하.
위원6 - 정해방 (임기만료)
과거에 비해 비교적 읽을만한 거시경제상황 설명.
이후에는 역시 금융발전이나 상업은행 신용창출 역량 평가와 제고방안 강구 등 의미없는 대안들의 나열. 동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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