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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고 운동을 하면서 '잭슨홀에서의 드라기 코멘트가 매파적일 것이라는 경계가 일정 부분 축소되는 것 같고, ECB의사록도 완화적인 편임에도 독일 금리가 별로 하락하지 못하니 숏은 어떨지' 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봤다. 일반적으로 통화정책의 방향성이 전환되는 초기에 금리나 FX에서는 큰 기회가 온다. 가까운 사례로 2014년에 QE를 발표한 ECB가 있었고, 반대의 케이스는 2013년 연준의 taper tantrum이 있다. 현재 독일 금리나 유로 관련 페어들이 ECB의 정책 선회를 주제로 삼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 1) ECB가 조만간 tapering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자체에는 별 다른 이견이 없어 보이고, 2) 다만 ECB의 tapering이 시장에 반영된 정도에 대해서만 의견이 엇갈리는 듯. 독일 금리 강세론자들의 견해는 2013년의 연준처럼 급작스러운 tapering이 아니니 반영은 이미 끝났다는 것이고, 약세론자들의 견해는 그래도 막상 tapering이 확정되면 금리가 지금보다는 상승하지 않겠냐는 것. 둘다 일리가 있지만 나는 후자에 가까운 편인데, 대신에 금리가 상승하더라도 전고점인 0.60%를 의미있게 돌파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두 가지 면에서 조금 회의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 5월 이후 뚜렷해진 독일 금리와 EURUSD의 괴리를 모건스탠리는 자금흐름 관점에서만 설명한다. 그런데 자금흐름이 아닌 조금 더 그럴듯한 스토리를 붙여 보자면, 'ECB의 통화정책 선회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유로화는 뚜렷한 강세를 보이고, 이에 유로화 약세로 지탱되던 유로존 경기가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로 독일 10년물은 별로 상승하지 못한다' 라는 문장도 성립은 가능하다. 만약 이 컨셉이 맞다고 가정하면, 독일 10년 금리가 ECB의 tapering 발표 이후 크게 상승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2) 2014년의 유럽은 지금과 정반대였다. ECB가 과연 QE를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었고, 잭슨홀에서의 드라기 발언을 기점으로 QE는 거의 확실시되어 2015년 초까지 유로 약세와 유로존 금리 하락은 이어졌다. 당시에는 나도 유로화 약세에 강한 컨빅션을 가지고 있었는데, 'QE를 시작하면 QE를 하니깐 유로화가 약세로 갈 것이고, 이렇게 경기가 안 좋은데 QE도 안하면 유로존 경기가 더 박살나서 어차피 유로 강세는 제한될 것' 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치만 당시의 생각을 그대로 뒤집어 지금에 적용시키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싶다. 즉, 'tapering을 하면 tapering 때문에 독일 금리가 상승할 것이고, tapering을 안 하면 경기가 과열되어서 독일 금리가 상승할 것이다' 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지금 유로존 경기가 뜨거운 것인지 의문이라는 뜻.
요약하자면 독일 10년물은 현재 레벨인 0.40% 부근에서는 롱 보다 숏이 유리해 보이지만, 타겟을 0.60% 이상으로 잡을 수 있을지, 그리고 타겟을 0.60% 이하로 잡을 정도의 뷰라면 꼭 숏을 가야만 하는지, 고민이 되는 것. 유로존 경제지표들과 금리 레벨을 비교해봐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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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정치적 이슈와 테러를 빌미로 어딘가 석연치 않은 리스크오프가 진행되었는데, 오늘 아시아 타임만 보면 시장은 추가적인 리스크오프에 대한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내가 현재 기대 중인 그림은 경기 반등과 대차대조표 축소로 미국 금리가 상승하고, 주가는 소폭의 조정을 보이는 것. 이런 견해를 가진 입장에서 어제처럼 주가 하락이 주도하는 리스크오프가 발생하는 것은 꽤나 난감하다. 일단은 미국 금리가 다시 전저점 근방에 도달했으므로 관망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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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 가서 하루는 그 곳에서 일하는 친구와 저녁을 먹는데, 지난번에 문의한 미국과 유럽 채권시장 가이드북이 있는지 다시 물어보려 한다. 이 친구는 베이스가 채권이 아니라 특별한 자료를 알고 있지는 않을 것 같긴 하다. 어제는 웹서핑을 하다가 '그들만의 시장 외화채권 입문' 이라는 책을 구입. 뭔가의 기본서로 보이는 것들은 일단 사 두는게 좋다고 생각. 작년에 샀던 최고의 기본서는 '스왑 선물 채권 트레이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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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 가는 것은 정확히 3년 만이다. 이 공간을 처음 만들었던 해의 9월. 그 때와는 너무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다행인 일이다. 과거를 돌이켜 봤을 때 지금과 비교해 특별히 달라진 것이 없다면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큰 걱정을 하게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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