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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장 막판부터해서 어제까지 한국 채권시장에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정부가 금리를 올릴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약세 요인으로 작용. 인상이 필요한 경제 상황도 아니거니와 정말 그런 이유로 금리를 올리면 경기가 망가질 것이 뻔하다보니 베어플래트닝이 유력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오늘 아침에는 북한 이슈까지 겹치며 약세 압력이 가중되는 중. 한은의 긴축 가능성과 북한 이슈가 조합되어 금리가 상승한다는 것인데, 나는 두 요인이 병존하기는 힘들 것으로 생각한다. 북한 이슈가 불거진다면 한은은 시장금리 상승을 경계해 매파적인 스탠스를 보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미. 그리고 만약 북한 이슈가 잦아든다면 오늘 오전에 보인 약세폭 만큼은 되돌림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2년물 1.73%에서는 매수 트라이를 해 볼만한 듯 (20% 사이즈, 1.85% 스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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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에 쓴 것을 다시 요약하자면, 인상 우려와 북한 우려가 병존하기는 힘든데 둘 다 반영해서 이만큼 약세로 온 것이라면 과도하니 반등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컨셉. 정말로 부동산 때문에 인상이 단행될 것인지 여부와는 무관하다. 2Y을 고른 것은, 최근 단기자금시장 유동성이 풍부해 1Y 이하 금리는 낮게 유지되는 반면, 2Y~3Y 금리가 상승해 해당 구간의 캐리나 롤링 메리트가 부각되었기 때문. 이슈로만 보면 플래트너가 유효해 보이나 진입이 꺼려지는 이유는 미국 금리의 상승 가능성 때문이다. 지금도 외환시장에 비해 미국 금리가 리스크오프를 반영하는 폭이 작다는 점에서, 미국 금리의 하락 여력이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대내 이슈가 플래트닝을 가리키더라도. 미국 금리의 상승 전환 리스크가 있는 시점에서 플래트너를 가는 것은 부담이 된다. 생각해 볼 수 있는 2Y 롱의 리스크는 금리 상승과 원화 약세가 조합되어 작년 말처럼 본드스왑 로스컷이 유발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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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정말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서 금리를 올리고 싶어할까? 이 정부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정부가 압박하면 한은이 움직일까? 지금 총재라면 정부와 맞서기 보다는 동조할 가능성이 높다. 수출, 투자, 건설이 호조이니 소비 개선 여부를 확인하자는 것이 의사록의 스탠스인데, 연말까지 소비 지표가 반등하는 모습을 그릴 확률이 높아 소수의견 리스크도 있기는 하다. 그치만 일단 부동산 정책의 효과를 지켜보자는 관망론이 중심일테니 근시일 내 인상 리스크가 현실화되긴 어려울 듯. 내년에 정말 인상이 단행되면 자산가격은 어떻게 될까? 초반에는 충격이 크겠지만 결국 커브는 플랫되면서 주식과 부동산 가격은 오히려 지지되어 정부는 목표에서 더 멀어지게 되지 않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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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어떤 자리에 가든 부동산 이야기가 80%는 차지하는 것 같다. 이미 주택을 보유 중인 분들은 안 팔면 문제가 되지 않으니 버티면 되겠다는 입장이고, 주택이 없고 조만간 살 계획이었던 분들은 가격은 별로 조정 받을 것 같지 않으면서 펀딩만 막히니 난감해하는 분위기.
'집값의 60%도 현금으로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 집을 사려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니 역시 규제가 필요해 보이고, 경기도로 가면 싸고 좋은 집이 많은데 다들 서울에서만 살려고 하니깐 문제이며, 특히 젊은 사람들과 여자들이 꼭 서울에서만 살려고 한다' 라는 견해를 가진 분을 봤는데, 이것이 지금의 정부가 지닌 모순과 오류의 총정리가 아닐까 싶어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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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 타임에서는 안전자산 선호가 채권이 아닌 FX에서 더 깊은 느낌이었는데, 자정이 넘은 지금은 미국 금리도 하락폭을 다소 확대. 추가적으로 등장한 이슈는 없어서 금리 기준 전 저점이 훼손되기는 어려울 듯. 미국 주식만 보면 이걸 리스크오프라고 하기도 참 민망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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