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29일 월요일

환율의 미래와 나의 미래

-1-
환율의 미래를 읽었다. 전작인 원화의 미래처럼 친절한 글들로 채워져 있는 좋은 책이다. 유로의 한계, 원과 위안회의 약세 전망, 한국 경기의 하방 리스크 등 저자의 뷰도 책 전반에 매우 온건하게 녹아 있다.

다만, 극단적인 전망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저자의 문장은 오독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예로 든 '한국에 10년 내 외환위기가 온다'는 주장은 무의미한 것이 맞다. 그러나 그 주장이 무의미한 이유는 주장이 극단적이어서가 아니라 주장의 근거들이 빈약해서이다. 만약 결론에 도달하는 로직이 정교하다면 결론이 극단적인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이유는 없다. 오히려 투자는 충분한 사유를 바탕으로 한 '극단적인 결론'을 찾는 게임에 가깝다. 경기 침체에 따른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하, 부동산 버블 붕괴, 2배 오르는 주식은 모두 일상적이지 않은 극단적인 면을 지니고 있지만 트레이더나 투자자는 그런 기회를 얻기 위해 리서치한다.

근거가 없는 극단적인 뷰는 무식이 곧바로 탄로나기에 차라리 덜 해롭다. 오히려 투자자에게 가장 해로운 것은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는 안일한 뷰다. 뷰를 그렇게 가져가면 나는 늘 맞는 것 같지만 포지션을 취할 수는 없고, 포지션을 취하더라도 손절의 원칙을 정할 수 없다. 영원한 관전자가 된다.



-2-
1월에 있었던 인사이동으로 팀에서의 롤이 바뀌어서 정신이 없었는데 이제 대충 익숙해지고 있다. 3월부터는 다시 리서치와 공부에 집중할 수 있을 듯. 작년에는 답답한 생각을 들어야만 하는 스트레스를 공부하는 원동력으로 치환시켰다. 말이 안되는 소리를 들으면 밤에 잠을 못자다가 택시 타고 회사에 가서 글을 마구 쓴적도 많다. 1월 인사이동 이후 그런 스트레스는 급감한 반면 삶의 템포도 낮아진 것이 아닌지 걱정을 했는데, 대신에 지금은 나보다 더 좋은 생각을 듣는 것에서 공부의 원동력을 얻는 경우가 늘어난 것 같다. 환경이 조금씩이나마 나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추세를 유지시키는 것에 나의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