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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어도 주변국의 완화정책과 중국 리스크 확대로 국내 채권시장 금리가 하락하고 원화가 절하되니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몇몇 보았다. 황당한 마음에 짧은 글을 썼지만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지는 않았다. 그들은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는 것과 다름 없다.
옆집에 큰 불이 나서 내 집으로도 불이 옮겨붙고 있다. 집에는 소화기가 여섯대나 있지만 나는 쓰지 않고 기다린다. 옆집에서 소방서에 전화를 했을테니 소방관들이 도착해 화재를 진압해줄 것인데 내가 왜 소화기를 쓰나. 괜히 소화기를 썼다가 분사물로 거실이 엉망이 될까봐 우려스럽다. 게다가 지금 소화기를 써버리면 불길이 더 커졌을 때엔 어떻게 대응한단 말인가? 그리고 소화기를 다 쓴다고 해서 불을 끌 수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불이란 본질적으로 탈 것이 사라지면 같이 사라지는 것이다. 소화기로 불을 끄는 것보다는 내 집이 전소되어 탈 것이 사라지기를 기다리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다. 가만히 기다려서 집이 전소되면 불이 알아서 꺼질텐데 내가 지금 소화기로 불을 꺼야하는 이유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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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가 상승해야 산유국 경제 여건이 개선되어 글로벌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주장도 작년부터 심심치 않게 들었다. 역시나 틀린 주장. 지금 유가가 낮은 것은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고 보아야 한다. 여기서 공급 이슈로 유가가 튀면 그건 스태그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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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수출이 많이 줄어들고는 있지만 물량 기준의 수출은 견조한 편이니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는 주장도 있다. 물량이 견조한데 수출액이 급감한다는 것은 수출 단가가 폭락 중이란 뜻이고, 이는 수출업체의 매출이 역성장 중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그것을 디플레이션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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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수출이 줄어들면 수입도 같이 줄어들테니 순수출은 유지가 될 것이고, 따라서 gdp 측면에서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무슨 황당한 소리인지 모르겠다. 그런식으로 수입이 줄어들면 소비와 투자도 급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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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점은 위의 틀린 주장 중 하나를 주장하는 사람은 대개 나머지 틀린 주장에도 동의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 그것이 지성의 문제인지 특정한 사고회로의 문제인지 생각해 보았는데 아무래도 지성의 문제에 더 가까운 듯하다. 만약 나의 지성이 부족하다면 최소한 타인의 지성에 귀기울일 줄은 알아야 한다. 그런데 그게 과연 가능한 일인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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