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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명절 연휴에는 버냉키의 행동하는 용기를 다 읽었다. 군대에서 스노볼을 읽었을 때만큼이나 강한 여운이 남는다. 요즘엔 포스트잇 대신에 그냥 책 귀퉁이를 접어가며 읽는데 다 읽고보니 책의 절반 이상이 접혀있다. 금통위를 앞두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책에 등장하는 연준의원들의 QE2 반대와 그에 대한 버냉키의 기술들이 문득 떠올랐다.
QE2 시행 결정후 연준 이사였던 케빈워시는 통화정책만으로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조세 및 규제개혁안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칼럼을 WSJ에 게재한다. 버냉키는 워싱턴의 다른 정책입안자들이 경제성장을 위한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는 케빈의 주장에 동의한다. 재정정책은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정부의 재정이 어떻게 움직일지 예상할 수 없었고, 현실적으로는 연준이 활용 가능한 유일한 정부기관이었다. 연준의 수단이 불완전하더라도 연준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바로 연준의 책임이라고 버냉키는 생각했다. (행동하는 용기, 벤 버냉키, 580p)
'한은이 읽을 필요가 있다. 16년 2월.' 이라고 나는 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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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2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은 아주 낮다. 인하 소수의견과 자신감이 결여된 기자회견 정도의 조합일 가능성이 꽤 높고, 만장일치 동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금통위는 포지션 없이 맞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플래트너는 대략 10bp 정도 수익인 셈이데 커브도 중립으로 두는게 바람직해 보인다. 다만 호키시한 금통위로 3년물 금리가 1.53% 근처까지 온다면 좋은 매수기회가 될 듯. 실제 인하 여부와 관계 없이 인하해야만 하는 분위기는 적어도 3~4월까지 고조될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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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은 전망을 해야만 하는 입장이니 하는 것이지만, 그 외 타 시장에서 딱히 예리한 전략이 지금 보이지는 않는다. BOJ 서프라이즈에 놀라 JPY/KRW long 뷰를 너무 빨리 접은 격이 되어버렸지만 다시 생각해봐도 나는 그렇게 선택했을 듯 싶다. 지난 금요일 '전망과 전략은 다르다. 전략은 어떻게되든 좋은걸 찾는 것이다.'는 말을 wclee님이 했는데 200%공감했다. 개인적으로는 '필연을 찾아 거래하는 것' 이라고 즐겨 표현한다. 지금은 그런게 없다. 연준의 재인하 전까지 KRW short을 보는 것 정도 외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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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기준금리는 아직까지 은행들의 초과지준에 대한 패널티식으로만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만약 장기금리까지 마이너스 영역에 들어서면 은행은 어떻게 될까? 은행은 대체로 단기로 자금을 조달해서 장기로 운용한다. 간단하게 생각해서, 예금을 통한 조달에는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할 수 없어 0이 하한인데, 장기물 금리가 마이너스니 대출 금리도 0근처까지 내려오는 것. 은행이 이러한 마진 스퀴즈를 개인에게 전가시키는 방법은, 1) 대출 가산금리를 높이거나, 2) 예금금리를 마이너스로 하는 것일텐데, 그런 지경에까지 도달한다면 결국 후자의 형태가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렇다면 개인들의 은행 예금 금리가 마이너스가 된다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현금 인출 시도가 줄을 이을 것이고 이러한 사태 방지를 위해 작년 BOE에서 논의되었다고 전해지는 것이 전자화폐다. 하지만 전자화폐를 도입하더라도 예금의 축소를 막기엔 역부족일 것이고, 은행은 CD나 은행채 형태의 자금조달을 확대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그런 상황에 내몰린 은행의 채권 수요가 낮을 것이라는 점인데, 결국 이 수요는 중앙은행이 대신 채워줄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즉, 본격적인 마이너스 금리의 세계로 가길 원한다면 중앙은행은 은행채, CD, 그리고 MMF해지에서 유발되는 CP까지도 매입해야 한다. 매입이 아니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은행과 기업으로의 자금지원이 이루어지게 된다. 확실히 기술적으로 쉬운 문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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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드라흐가 1월에 골드 long을 주장했을 때 별로 동의하지 않았었다. 이유는 1)금융시장이 불안해져도 미국의 경기의 상대적 호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 2) 인플레이션이 매우 낮으며 당분간 크게 올라올 기미도 보이지 않기 때문. 그러나 강화된 안전자산선호 심리는 결국 금값의 상승을 야기했고, 이제는 네거티브 금리 시대에 마지막 남은 안전자산이라는 설명까지 붙는다.
군드라흐는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감 저하가 금 가격 상승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버냉키에 따르면 연준에 대한 신뢰감이 무너졌던 시기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있었던 1970년대다. 오일쇼크 시기의 낮은 성장률, 높은 인플레이션 하에서 연준은 통화긴축으로 대응했었고 그것은 연준의 판단 착오였다.
당시의 금 가격을 찾아봤더니 상승세가 꽤 가파르다. 오일쇼크가 있던 1973년말부터 1년 동안 금은 100에서 200불 근처까지 폭등했다. 문제는 당시 금값을 밀어 올렸던 것이 1)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 저하인지, 2) 단순히 높았던 인플레이션 때문인지 판단하기가 어렵다는 것. 조금 더 생각하고 찾아봐야할 문제.
금에 대한 펀더멘털한 공부가 더 필요하지만, 어찌됐건 현재 안전자산선호 심리가 만연할 때 골드의 매력도가 높아지는 것 자체는 팩트다. 다만 나는 그것이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도 저하보다는 1) 미국채 10년 금리가 이미 너무 랠리했고, 2) 엔을 일방적으로 long하기엔 BOJ가 부담스럽기 때문에, 안전자산 섹터 내에서 금의 상대적인 메리트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아직까지 판단 중이다. 바꿔 말하면 미국채와 엔의 가격적인 부담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안전자산선호 국면에서 금을 트레이딩 대상으로 삼는 것이 나쁜 선택은 아닐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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