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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같은 회사에 있다가 얼마전 외국계 운용사로 옮겨간 친구와 지난 목요일 경복궁 근처에서 저녁을 먹었다. 먼저 도착해서 목을 축이고 있는데 친구가 오자마자 선물이라며 책 한 권을 건내줬다. 폴 칼라니티의 '숨결이 바람 될 때' 였다. 김대표님의 서평을 읽고 사야겠다고 마음 먹었던 책인데 선물로 받으니 반갑고 신기했다. 제목이 마음에 들어 샀다가 감동해 울면서 읽었다면서 몇 권을 사서 주변에 선물로 주고 있다고 한다. 다음에 볼 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을 선물해 보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최근 일정이 꽤 빡빡해서 독서는 잠시 쉬려는 중이었다. 하지만 읽고 싶었던 책이 손에 쥐어지니 유혹을 참기가 힘들었다. 선물 받은 책을 바로 읽지 않으면 예의가 아니지 않겠냐는 핑계를 스스로에게 대며 금요일 출근길에 첫 장을 펴서 토요일 오후에 다 읽었다. 대략적인 내용을 알고 있음에도 문장을 읽을 때 책 밖의 모든 것이 느리게 느껴졌다. 재밌는 책을 볼 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는 것'과는 약간 다르다. 누군가의 삶을 통째로 들여다 보고 나왔는데 현실의 시간은 아주 조금만 흘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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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동안 지인들 몇몇이 금요일 옐런이 dovish했는데 금리가 왜 떴는지 의아하다는 말을 했다. 나도 처음에는 신기한 반응이라고 생각했지만, 일단은 금리를 인상했을 때 장기물 금리가 하락했던 '연준의 수수께끼'의 반대 버젼 정도라고 이해하는 수 밖에 없는 듯. 그런데 만약 금요일 옐런 의장이 hawkish했더라면 어땠을까? 너무 빠른 인상이 경기를 망가뜨릴 것이라며 금리가 하락했을까? 그렇지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면 역시 지금 금리는 상승하고 싶어 한다고 판단하는 쪽이 맞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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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별로 의미있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지난주 한국은행이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0.1%p 하향 조정한 것을 dovish하게 받아들이는 코멘트들을 꽤 많이 받았다. 물론 성장률 전망이 낮아졌으니 중앙은행이 추가적인 통화완화에 나설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일반적으로는 올바른 로직이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은행이라면 오히려 '지난 전망(하향 조정한 성장률)대로 경기가 흘러가고 있으니 추가 금리인하가 필요 없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생각한다. 즉,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내년에도 내리기 싫기 때문에 미리 전망치를 깎아 놓는 것이 아닌지 의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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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H가 꾸준히 절하되는데 영향을 받는 것은 아직까진 달러원 환율 정도인 듯. 상해 B주 폭락이 뉴스라인에 보이지만 얼마나 주목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따로 쓰던 중국 리폿은 연간전망에 엎어서 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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