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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점심시간에 김대표님을 뵀다. 궂은 날씨에 여의도까지 와주셨는데 뵐 수 있는 시간이 한시간반뿐이라는 것이 뭔가 죄송스럽기도 하고 또 아쉬웠다. 마치 내 속을 알고 계시듯이 '어디로 옮기고 싶은거니' 라고 먼저 말씀을 꺼내시길래 '생각을 많이 해봤는데 역시 트레이딩이요' 라고 답을 드렸다. 글을 쓰는 쪽도 잘 어울리겠지만 현재 리서치센터의 보상과 커리어적인 비가역성을 고려하면 가라고 추천하진 못하겠다는 것이 대표님의 생각이고 나도 그런 이유로 리서치는 우선 순위에 올려두고 있지 않다. 운용사는 비즈니스가 존속은 하겠지만 미래가 그리 밝아 보이지는 않고 조직도 꽤나 갑갑하다. 생각을 구현하는 것이 비교적 자유롭고, 보상이 뚜렷한 편이면서, 높은 흥미도를 지닌 도전적인 일을 찾자니 자꾸 트레이딩을 보게 된다.
문제는 그렇게 매력적인 만큼 리스크도 어마어마 하다는 것인데, 그렇기 때문에 나와 같은 스킬셋을 지닌 사람은 커리어적인 보루가 있지 않은 이상 준비를 아주 많이 한 뒤 트레이딩에 뛰어 들어야 한다는 것이 대표님의 조언이었다. 어렴풋이 느낌만 가지고 있던 부분을 예리하게 짚어 주시니 큰 도움이 되었다. 내가 부업이 있거나 재무적으로 엄청난 여유로움을 확보한 사람도 아니고, 이 일을 생업으로 끌고가야 하는 이상 커리어는 전략적으로 관리할 수 밖에 없다.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앞서가는 마음을 붙잡는 것이 참 쉬운 일은 아니다.
그리고 이 날은 좋은 사람도 더 많이 만나 보라는 조언이 유난히도 깊게 와닿았다. 특히 일주일에 3일은 사람들 만나고 3일은 나의 계발에 쓰라는 구체적인 말씀이 아주 인상깊었다. 대략 친한 친구들 보는 시간을 제외하면 나는 지금은 저녁 기준 하루이틀 정도 사람 만나는 데에 쓰는 듯. 소위 말하는 네트워킹 확장을 즐기지는 않는 편인데 그게 진심으로 즐거워서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으며 삶에 필요한 일이라면 일단은 싫어도 어쩔 수 없지 않나 싶다.
'조언은 들을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가 조언하는 사람에 대해 대표님이 쓰셨던 팁이라면, '조언을 구할 땐 나를 압도할 수 있는 존재에게' 가 내가 이 날 떠올린 조언을 구하는 사람에게 쓸 법한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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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단기 자금 시장이 난리가 났었다. 월말도 아니고 지준월초임에도 불구하고 자금이 급작스레 7조 가까이 회수되다보니 하루짜리 rp 금리가 1.45% 이상까지 치솟아 거래되었다. 덕분에 어제오늘 후임이 완전 생고생을 했다. 반은 시장 때문에 반은 (어쩌면 반 이상) 이런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회사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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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군이 오늘부로 끝났다. 카투사들끼리 모여서 정훈교육 비슷한 것을 받았는데 새삼 옛날 생각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유학경험이 없는 내겐 미군부대에서의 군생활은 그들의 정서를 체험해 볼 수 있는 엄청난 기회였다. 그 때 오피스 전체 관리를 나와 내 선임에게 맡기고 추천서까지 써줬던 상관과는 아직도 가끔 이메일을 나눈다. 일터에서 말하는 리더쉽이라는 것의 개념은 그 때 거의 확립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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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3분기 성장률이 나쁠 가능성이 높아보였지만 7월 지표를 보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미국은 3분기 성장률이 반등할 가능성이 높아 보였지만 최근 지표를 보면 기대치를 좀 낮출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리고 어찌됐건 연준은 금리를 계속 올리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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