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25bp 인하했다. 시장에서는 대략 85%정도가 동결 뷰였고 나머지가 인하였으며, 나도 빨라야 7월과 10월에 한 번씩 인하될 것으로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다가 팀에 인하 콜을 넣지 못했다. 전일 3년물 종가가 1.38%이었기 때문에 '인하가 단행되어봤자 3bp정도 밖에 더 하락할 룸이 없다'는 생각으로 전망을 느슨하게 한 영향도 컸다. 3년물에 대해 그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인하를 예상했더라면 6개월~1년 쪽을 보다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설령 동결되더라도 금리가 별로 상승할 상황이 아니었으므로 폭은 작지만 편안하고 확실하게 잘라 먹을 수 있는 기회였다. 반성을 꽤 많이 했던 하루. 3개월은 1.307(-12bp), 6개월은 1.325(-10bp), 9개월은 1.342(-7.3bp), 1년은 1.342(-6.3bp), 3년은 1.342(-3.3bp), 10년은 1.652(-4.3bp)로 마감.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면 인하한다', '구조조정안의 윤곽이 잡히면 기준금리를 내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모두 내가 했던 말들이다. 따라서 어제 오후 11조의 자본확충펀드 조성이 확정되었을 때 오늘의 인하를 예상했어야 했다. 1) 구조조정이 확정된 이상 총재는 선심쓰듯 하는 금리인하를 통해 지원사격을 한다는 액션을 취해야 '중앙은행이 구조조정을 돕지 않는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있고, 2) 7월에 수정경제전망이 발표되므로 이번에 인하해야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는 생색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물건너간 연준의 6월 인상 가능성과 조동철 위원의 등장 등 인하하기 좋은 환경은 충분히 조성되어 있었다. 자본확충펀드 조성 확정이라는 새로운 정보가 주어졌을 때 전망을 업데이트하지 못한 내 불찰.
반성문 기록을 마치고, 금통위 후기와 향후 전망을 섞어 기록하자면,
1) 금리를 내리기 싫어하는 한은에게 '구조조정' 이라는 훌륭한 핑곗거리가 생겼다. 이 '구조조정'이라는 핑곗거리는 작년의 메르스, 2년 전의 세월호와도 같다. 이제 경제지표와 성장률이 망가지면 한은은 구조조정의 여파로 성장이 둔화되었다며 추가 인하를 단행할 것이다.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은 매우 높다.
2) 그렇다면 그 시기는 언제인가? 한국 경기 흐름은 2분기를 정점으로 3분기에 크게 둔화될 확률이 높다. 3분기 지표 둔화가 진행 중인 9월, 또는 3분기 성장률 둔화가 뚜렷하게 확인되는 10월에 한국은행은 추가 인하를 단행할 것이다.
3) 그러나 시장 금리는 그 전부터 미리 하락할 것이다. 추가 인하를 생각한다면 금일 종가인 3년물 1.34%는 아직 하락의 여지가 꽤 남아 있는 레벨이다. 만약 7~8월에 연준의 인상 우려 등으로 금리가 상승한다면 더할나위 없는 매수 찬스.
4) 기준금리를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3년-10년 스프레드는 오히려 더 축소되었다. 25bp라는 인하폭은 충분하지 않다는 시그널.
5) 구조조정에 따른 하반기의 하방리스크를 고려해 '선제적'으로 인하했다는 총재의 코멘트는 헛소리다. 어제까지 금리는 5년물까지도 기준금리였던 1.50% 이하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그 동안의 인하가 늘 그랬지만 이번 인하는 그 중에서도 아주 늦은 최악의 인하였다.
6) 이번 인하는 서프라이즈도 아니다. 채권시장은 이미 3월부터 인하를 기정사실화했다. 시기의 문제였을 뿐이다.
7) 위 5~6번의 이유로 오늘의 인하 때문에 KRW가 약세로 간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금리 인하가 통화의 약세로 연결되려면 인하가 선제적으로 깊게 단행되어야 하는데 한국은 그런 나라가 아니다. 다만, 금리 인하와는 별개로 달러원 환율이 저점 근처에 도달했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슬슬 약세 전환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AUD와, 논팜 이후에도 레벨을 유지 중인 CNH 때문에)
8) 역시 위 5~6번의 이유로 오늘의 인하를 코스피 강세로 연결하는 것도 무리라고 본다. 최근 연출된 코스피의 강세는 미국 고용 부진이 빚어 낸 달러 약세와 미 주식의 강세가 핵심 컨셉.
9) 이일형 위원이 동결 소수의견을 내지 않았다는 점은 재밌다.
10) 오늘 이주열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또 기축통화 운운하는 것을 보았다. 지난 금통위에서 조동철 위원의 지적을 제대로 못 알아들은 듯.
11) 기준금리가 1%가 되면 과연 한국의 인하 사이클이 끝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아직 그렇게 생각할 만한 단서는 보이지 않는다. 그 때가 되면 지금의 한은은 인하의 보폭을 25bp 이하로 변경하는 바보짓을 할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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