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트럼프와 미국 금리
지난주는 오바마케어 무력화 표결이 시장 변동성을 확대시켰다. 첫 스텝부터 난항을 겪다보니 트럼프의 정책 추진력 자체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었고, 오바마케어 폐지로 세수를 확보하지 않으면 과감한 법인세 인하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실질적인 우려도 작용했다. 일단 금요일 시장 반응으로만 봐서는 표결 취소를 트럼프 트레이드 언와인딩 트리거로 인식하지는 않는 분위기. 표결 취소가 보도되었음에도 장 막판 금리와 주가는 상승하고 달러는 하락했다. 그러나 이번 이벤트로 작년말부터 이어졌던 트럼프 트레이드에 균열이 간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정책 일정에 대한 시장 민감도가 상당히 높아질 듯. 지금 미국 채권시장은 1) 트럼프가 정책 추진력을 잃었으니 금리가 더 하락해야한다는 생각과, 2) 트럼프 정책이 없더라도 경기가 확장 국면에 놓여 있으니 금리가 더 하락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충돌 중인 셈인데, 3개월 이상 유지된 레인지 관성 때문에 일단은 2)쪽으로 전개되다가 진짜 방향성은 4월에 발표되는 지표에서 판가름이 날 것으로 생각. 다만, 1) 소프트 데이터는 더 개선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레벨에 근접 중이고, 2) 이런 상황에서는 하드 데이터가 호조면 본전, 부진이면 쇼크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중기적인 방향성은 강세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판단된다. 즉, 금리가 2.30%에 근접할수록 테크니컬한 숏을 염두에 두되, 주요지표 발표 구간에서는 롱 타이밍을 물색할 계획.
2. 복잡한 정치적 상황
이번에 추진했던 오바마케어 무력화는 2017년 예산안에 대한 reconciliation process에 해당한다(repeal and replacement만 보고 이번 bill은 일반 입안인 줄 알았는데 아니다). 상원에서 필리버스터를 통한 민주당의 제지를 피해가려면 60개 이상의 득표가 필요한데, 공화당 의석 수가 52에 불과하므로 50석 이상의 득표만으로도 통과가 가능한 reconciliation를 활용한 것. 문제는 reconciliation에는 다양한 제약 요인이 있어 이 방법으로는 공화당 내 급진파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고, 급진파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수준의 budget 조정은 일반 입안을 통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상원에서 60표 이상이 필요해지는 것이 트럼프의 딜레마. 2018년 예산안에 오바마케어 무력화를 녹여 넣는 방법도 존재하지만, 트럼프가 어떤 전략을 취하든 오바마케어 폐지는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GS에 따르면 절차상 반드시 오바마케어 무력화가 선결되어야 tax reform이 진행될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아마도 트럼프는 이제 tax reform에 주력하게 될 듯. 단지 2018년 중간선거 전까지는 오바마케어를 무력화시켜야 공화당이 표를 지킬 수 있다는 점에서 오바마케어 폐지에도 어느정도 시간제한은 있는 셈이다. 나는 트럼프가 이번 일로 다소 훼손된 정책 추진력을 회복하려는 과정에서 환율 문제를 다시 건드릴 리스크도 조금 높아졌다고 생각 중.
3. Animal spirits
2월 내구재주문은 헤드라인이 호조(+1.7%MoM)를 보였고, 비국방자본재 선적도 +1.0%MoM를 기록해 1분기 성장률 전망을 소폭 개선시켰다. 그러나 비국방자본재 신규주문은 -0.1%MoM으로 상대적으로 저조했으며, 선적 역시 YoY기준으로는 -1.6%라서 이것을 야성적 충동의 발현으로 평가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 자동차 판매가 다소 둔화되고 있는 것에 비해 자동차 관련 내구재 주문과 선적은 나름 선방하고 있다는 점 외에는 섹터에서 특징적인 면은 없어 보인다. 하드 데이터의 하이라이트는 4월말에 발표될 GDP속보치가 될텐데, 월초 ISM의 호조가 재확인되면 성장률에 대한 기대치는 더 높아질 수 있을 듯. 그러나 만약 ISM이 정체되면서 지수 내 신규주문이 하락하거나, 원자재 가격의 약세가 더욱 깊어진다면 성장률이 확인되기도 전에 야성적 충동에 대한 기대가 깨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트럼프 당선 직전 레벨까지 돌아온 유가의 추가 약세가 리플레이션 컨셉에 영향을 줄 가능성에 유의.
4. Trading notes
기술적으로 미국 금리가 레인지 하단에 근접해 있는 상황이다보니 한국 채권도 쉽게 롱을 가기는 어렵다. 50년물 이슈 이후로 초장기물 쪽은 상대적인 약세 압력이 계속되고 있어 20년물 입찰도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듯. 가격이 매력적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USDKRW 숏과 코스피 롱에는 계속 관심이 간다. 매크로 정황만 따지면 미국 10년 롱, 독일 10년 숏 페어도 괜찮아 보이지만 생각을 조금 더 해봐야 할 듯. 일단은 리스본 50조 발동의 영향을 관찰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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