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팅에 언급했던 2013년이라는 시기의 GDP성장률 기여도를 살펴보자.
(source : 한국은행)
1분기와 2분기에는 수출의 절대적인 숫자가 좋지 않았지만, 수입이 감소해 순수출의 기여도가 높았다. 지금 한은이 기대하는 것은 2013년 3분기~2014년 1분기의 흐름. 동 기간 민간소비 기여도는 0.5%p 상승하고, 투자의 기여도는 -1.4%에서 최고 2.6%까지 상승했다. 이러한 경기반등이 향후에 불가능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기간을 좀 길게 보면, 대부분의 한국 경제지표가 그렇듯 민간소비는 2012년 이후 쭉 정체상태다. 부진했던 기업 경기가 뚜렷한 소득 개선을 이끌어 내지 못했고, 한국은 디레버리징을 통한 가계 대차대조표의 정리를 경험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물론 디레버리징이 반드시 소비 개선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14'년도 3,4분기 민간소비 숫자가 좋지 않았던 것에 따른 기저효과, 메르스로 이연되었던 소비의 반등, 추경효과 등을 감안하면 올 3~4분기 최종소비지출이 반등할 수는 있다. 그러나 말 그대로 반등일 뿐 폭과 지속력은 매우 미약할 것. 기업 경기 개선과 명목소득 증대를 통한 디레버리징 없이 외치는 '소비 중심의 경제 성장'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
실질 기준 GDP, 최종소비지출, 민간지출의 YoY증가율
(source : 한국은행)
관건이 되는 것은 투자다. 첫 표에서 확인되듯, 소비보다 투자의 기여도 변동폭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투자 역시 9월에는 상당히 망가진 숫자를 보일 듯 하고, 11월부터는 본격적인 하향트렌드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왜 11월인가?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설비투자지수라는 월별 지표를 통해 생각해 보자. 금융위기에서 유로존위기까지 연결된 경기부진으로 2012년의 설비투자지수는 좋지 않았고, 그것이 2013년 설비투자지수 개선의 배경이 되었다. 2013년에 투자가 좋았던 것은 기저효과 때문이란 얘기. 문제는 금년도 6월부터 설비투자지수가 반등한 이유도 단순 기저효과 때문이라는 것. 14'년 6월의 설비투자지수는 +2.23%YoY, 7월은 +2.77%YoY로 부진했다. 설비투자지수의 세부 항목 중 지수의 헤드라인 변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특수산업용기계 지수(총 지수에서 약 28%를 차지)를 떼어놓고 보면 그 움직을 보다 선명하기 확인 가능하다.
(source : 통계청)
여기서 14'년 8월의 설비투자지수가 -9.84%YoY였고, 8월 자본재 수입이 +9.6%YoY라는 점에서 8월의 설비투자지수도 기저효과에 의해 상당한 플러스 숫자를 보일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문제는 전년도 9월의 숫자가 +12.85%로 높고, 11월부터는 상당한 폭의 플러스 숫자가 지속되었다는 것(10월 -8.94%YoY, 11월 +10.40%YoY, 12월 +15.17%YoY, 1월 +13.73%YoY). 결국 수출 부진과 가동률 하락으로 위축 중인 설비투자의 민낯은 올해 11월부터 본격적으로 드러나게 될 공산이 크다. GDP항목 기준 총 투자의 30%수준을 차지하는 설비투자의 부진은, 건설투자의 견조함을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다.
아마 늦어도 연말쯤부터는 왕창 깨지는 투자,수출지표와 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 사이에서 한은은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위의 정황들을 조합하면, 8월 숫자를 9월말에 확인하고 진행되는 10월 금통위에서는 금리가 또 다시 동결되고(9월 수출은 깨지겠지만 8월의 투자와 소비가 그럭저럭 나올테니), 추가적인 인하는 빨라야 내년 1월(11월 지표가 확인된 후)에 단행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꽤 유력.
결론적으로, 수출 부진을 투자와 소비로 상쇄한다는 한국은행의 전망은 틀릴 것이며,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는 시기의 문제일 뿐이지 인하 자체는 거의 확정적이고, 인하를 늦추면 늦출수록 한국은행은 '인하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자초하게 될 것. 난 사실 한국은 이미 많이 늦어버렸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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