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도입부를 읽을 땐 왜 제목이 '원화의 미래'인지 의아했다. '경제를 보는 법' 정도로 좀 더 포괄적인 제목을 붙여도 될 법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마지막 장을 읽고서야 제목을 이해했다. 저자는 마지막 장에서 무려 10년 후를 전망한다. 도입부는 그 전망을 이해시키기 위한 제반 지식의 설명인 것. 많이 배울 수 있는 친절하고 좋은 책.
배운 내용과 짧은 생각들을 섞어서 정리.
1) 고정환율제에서는 통화 완화를 해봤자 환율 유지를 위해 유동성이 재흡수된다. 당연한 내용일 수 있지만 저자의 편안한 설명 덕분에 다시 한번 인지했다. 역시나 머리에 떠오르는 나라는 중국. 고정환율제도 하에서, 특히나 외환보유고가 줄어드는 상황에서의 각종 통화완화는 대단히 허망하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중국의 주가 부양책들은 실패로 끝날 것이고, 결국 자본시장을 완전 개방하는 수순을 밟게 될 것. 나는 그 때까지 중국을 거래하거나 예상하지 않을 생각.
2) 기업 설비투자의 대표적 선행 지표는 자본재 수입과 기계류 신규 주문. 그러나 설비투자보다는 재고순환 흐름이 더욱 빠르게 경기를 반영한다. 기업들의 투자 판단은 경기를 확인한 다음 이뤄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 생각해보면 기업의 경영이란 것도 결국은 투자 타이밍의 문제. 경기를 읽고 바닥에서 투자할 줄 아는 기업이 좋은 기업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경기 회복에 대한 뷰가 있다면 투자를 확대 중인 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 일본의 어떤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하고 있을까?
3) 원유가격은 수입단가 추세 파악에는 도움이 되지만, 수출단가 추세 파악에는 도움을 주지 못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간이교역지수(미국 내구재 생산자물가/미국 원자재 생산자물가)를 활용한다.
4) '장단기 스프레드의 역전은 경기 침체의 시그널이다' 라는 문장은 너무도 중요해서 책상 앞에 붙여두는 것 만으로는 부족하다. 크게 프린트하여 가훈으로 삼아도 좋다.
5) 은행의 예금금리는 일반적으로 정책금리에 연동되는 반면 대출금리는 장기금리에 연동된다. 따라서 커브가 스팁되면 NIM이 개선된다. 미국 은행들이 2007년 서브프라임 대출을 확대했던 것도 커브 역전으로 악화된 경영 환경을 극복하기 위함이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한국은 어떠한가? 국내 경기 상황을 고려했을 때 한국은행 기준금리의 인상은 당분간 어려워 보이나, 연준의 인상시기가 도래함에 따라 장기금리는 상승 압력을 받을 것. 따라서 커브 스팁은 지속될 것이고, NIM은 지금보다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섹터 플레이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은행 비중은 중립 이상으로 담아 두는게 편안할 것.
6) 90년대 초반 동아시아의 고성장은 단순한 요소 투입 증가에 의한 사상누각이었다. 결국 유일한 성장의 원천은 요소생산성의 개선. 각주에 기술된 로렌스 라우, 김종일(1994)의 <동아시아 신흥산업국들의 성장 원인>과 <경제 성장에서 동아시아 신흥공업국들의 인적 자본 역할>, 얼윈 영(1992) 교수의 <두 도시 이야기:홍콩과 싱가포르의 요소누적과 기술 변화> 논문을 읽어봐야 겠다.
7) 재고가 해소되면서 주문이 더욱 증가해야 경제 전반에 비용 상승 압력이 나타난다. 지금 미국은 아직 재고 수준이 높다. 나는 하반기 내에 미국에서 주택시장 호황에 따른 인플레 반등이 관찰될 것으로 기대 중이지만, 본격적인 물가 반등은 역시 재고가 소진된 이후 나타날 것이다.
8) 전체 인구 중 도시 인구 비율이 70%선에 근접하면 도시화 속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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