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매매는 방향성 매매이다. 일물일가를 전제하는 차익거래조차 사실은 일물이 일가로 귀결될 것이라는 방향성에 베팅하는 매매일 뿐이다. 일전에도 포스팅했듯, 방향성 매매는 결국 평균회귀와 추세추종의 두 가지로 나뉜다. '이제 시장이 제 자리로 돌아갈거야' 또는 '이제부터가 시작이야'. 평균회귀를 '평균으로 회귀할 것에 베팅하는 방향성 매매'로 이해하지 않고, '위험이 거의 없는 차익거래'로 이해하면 망하게 된다. LTCM 처럼.
이 책에서 나를 가장 흥미진진하게 만든 부분은 LTCM의 화려했던 시기도, LTCM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는 순간도 아니었다. 간간이 히어로처럼 등장하는 버핏과 소로스가 의자에 구겨져 책을 읽던 나를 고쳐앉게 만들었다. 정말이지 아이언맨과 배트맨이 따로 없다. 다만 이들은 곤두박질 치는 천재들을 돕진 않는다. 책에서 둘의 존재감을 엿볼 수 있는 내용 일부를 첨부.
1)
"나는 다르게 봅니다" 소로스는 그렇게 말했다. 이 투기꾼은 시장을 유기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것으로 보았다. 그는 시장이 진행 중인 사건들과 상호 작용한다고 생각했다. 시장은 불모의 추상적인 시스템이 아니었다. 이 점에 대해 그는 "정상분포 곡선이란 틀린 개념이라고 봅니다. 과거의 경험에 근거해서는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예외적인 현상들이 있는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소로스의 펀드가 가까스로 20억 달러를 잃은 러시아는 교수들의 곡선에서 벗어나 있는 그러한 '예외적 현상'의 사례였다.
메리웨더는 조용하지만 설득력 있게 LTCM의 시장들이 원상 회복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자본이 풍부할수록 기회는 커진다. 소로스는 가만히 듣고 있었지만, 드러큰밀러가 메리웨더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그는 소로스가 러시아에서 잃은 손실을 빠른 시일 안에 만회할 기회임을 직감했다. 대담하게도 소로스는 LTCM이 추가로 5억 달러를 끌어들여 그들의 자본을 만회할 수 있다면, 1주일 후인 8월 말에 5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제의했다.
(천재들의 실패 p231)
2)
10시 25분, 반백의 머리에 눈썹이 짙게 올라간 64세의 거친 시카고 출신 맥도나우가 갑작스럽게 모습을 드러내고, 회의를 1시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아직 길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라고 덧붙였지만, 자세히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CEO들은 깜짝 놀라 어리둥절했다. 나중에 코진과 태인이 맥도나우를 한켠으로 불러 갑자기 새로운 사태 발전을 보고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버핏이 입찰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난 우리가 협력하고 있는 줄 알았소!" 솔로는 화가 나서 소리쳤다. 그러나 맥도나우는 이 천우신조의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그는 연방준비은행이 개입하지 않는 해결책을 더 좋아했던 것이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그는 지금 몬테나의 대목장에 있는 버핏에게 전화를 걸었다. 버핏은 확인을 해주고, 지금 협상 중이라고 말했다. (중략)
골드만삭스의 투자 담당인 크로스가 서류를 준비하는 동안에 버핏은 메리웨더에게 전화를 했다. "존". 그는 특유의 콧소리로 불렀다. "내 이름으로 포트폴리오에 입찰한 것을 보게 될 거요. 그게 나라는 걸 알고 있기 바라오." 메리웨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천재들의 실패 p311~p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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