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근의 글로벌 금리 상승은 일시적일까 추세적일까? 큰 변동폭 때문에 독일 금리가 이슈가 되긴했지만 금리 상승 트렌드의 중심에는 미국의 금리가 있고, 미국의 금리를 움직인 요인은 1)1분기 부진 후 2분기 미국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감(작년과 같은), 2)연준의 tightening을 앞둔 선반영 시작, 정도인 것으로 보인다.
작년 2분기 경기 반등이 대략적으로 확인되었던 5월말~6월무렵에 미국채 10년이 2.40%~2.70%의 30bp 반등폭을 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1.95%에서 2.30%까지 반등한 금번의 미국채 금리 상승은 이미 2분기 경기 반등 기대감을 대부분 반영해버린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따라서 만약 오늘 밤 4월 비농업고용이 호조를 보인다 하더라도 1차적인 타겟은 어제의 장 중 고점인 2.30%. 그런데 만약 비농업 공개 이후 2.30%를 크게 상회한 뒤, 다음주 초반 훼손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면, 2분기 경기반등 기대감 뿐 아니라 tightening에 대한 선반영이 시작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할 것.
꺼리는 멘트이긴 하지만. 지금은 논팜 후의 시장 반응을 확인하고 움직여야 할 때인 듯 싶다. 논팜이 부진하거나, 호조여도 미국채 10년이 2.30%을 상회하지 못하면 금리는 하락 조정, 주가는 소폭 반등, 달러는 혼조를 보일 것. 그리고 만약 2.30%을 크게 상회한다면 금리의 상승세는 추세적이되고, 주가는 경기반등과 tightening 우려 사이에서 고민하며 혼조, 달러는 다시 강세로 돌아설 듯.
2.
휴일에 서머스와 버냉키의 글들을 쭉 읽어봤다. 서머스는 재정확장을 주장하고, 버냉키는 통화완화를 주장하고, 크루그먼은 둘 다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혹자는 대가들이 블로그를 통해 거침없이 논쟁하는 미국의 문화를 부러워하던데, 그보다도 나는 재정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람이 재무장관을하고 통화정책의 효과를 믿는 사람이 중앙은행장을 하는 그 자체가 부러웠다.
2015년 5월 9일 토요일
2015년 5월 4일 월요일
15/05/03
1.
일이 많냐는 질문을 받을 때, 주말에도 공부하냐는 질문을 받을 때 어떤 대답이 적절한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일과 취미와 공부의 경계가 꽤나 모호하기 때문이다. '일' 이라는 것의 정의를 '하고 싶지 않은데 해야하기 때문에 하는 것'으로 국한한다면, 일이 적은 편은 아니지만 감당은 가능한 수준인 것 같다. 그리고 공부의 정의를 위와 같게 설정한다면, 가끔 하는 영어 말고는 원하지 않는데 필요해서 하는 공부는 없으니, 공부도 별로 하고 있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업무 강도는 그럭저럭 괜찮고 주말엔 놀아요'라고 답하게 된다.
작년 이맘때에는 하고 싶지 않은데 해야하는 줄 알았던 공부를 하느라 좋은 계절을 다 날렸었다. 올해는 그런식으로 5월을 보낼 생각이 없다.
2.
3월 한국의 광공업 생산이 크게 부진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YoY기준 -0.1%에 그쳐 부진폭이 크지는 않았다. 대신에 재고가 +2.7%YoY로 늘어버렸고, 출하는 정체되어 재고/출하 비율은 작년 최고점 수준으로 악화되었다. 1) 2월과 달리 4월 금통위 의사록에 '지표를 지켜보고 대응하자'는 논조가 없다는 점, 2) 지표의 headline 자체는 크게 나쁘지 않다는 점 등으로 미루어 볼 때 5월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진 것이 사실이다. 인하를 하든 안하든 5월 한국 채권 롱은 편하지 않을 듯. 오히려 기준금리 추가 인하가 없고, 원화의 상대적 강세가 지속되는 국면에서 주식이 어떻게 반응할지 관심이 간다. 느낌상으로는 중소형주+은행 정도는 좋되 지수 자체는 강력하지 않은 4월 말의 분위기가 연장되지 않을까 싶다.
3.
4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인하 소수의견을 낸 하성근 위원의 코멘트에는 공감되는 부분이 참 많다.
'통화정책 결정의 주요 여건과 관련된 최근의 물가, 내수, 수출, 외환시장 그리고 가계대출의 변화 등은 가계대출 변화 추이를 제외하고 모두 추가적인 통화 완화정책의 필요성을 나타내고 있다고 평가됨.'
'끝으로 정책당국은 단기적으로 금융 및 재정 완화정책을 통해 경제의 활력 회복을 도모하는 노력에 병행하여 우리 경제의 자체 복원력을 강화하고 일자리와 성장기반을 확충할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해 국민경제의 주요 부문에 있어서 구조혁신을 적극 추진하고 새로운 성장엔진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함.'
금리 인하로 더 나아질 것은 없으니,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희극적인 일임을 하성근 위원은 잘 알고 있다. 구조개혁이 절실한 것은 맞지만, 금리 인하 없는 구조개혁이란 현 시점에서는 불가능한 것이다.
한국은행의 비적극적인 통화정책은 한국이 유동성 함정에 빠질 위험을 점점 높이고 있다. 만약 한국이 유동성 함정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통화 완화정책이 비적극적이었다는 부분이 비판을 받을까? 아니면 괜한 인하를 했다며 통화 완화정책 자체가 비판을 받을까? 아마도 후자의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위원들은 동결을 주장하는 것이 편할 것이다. 결국 도저히 인하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하에서만 인하에 나서는 현재의 패턴을 벗어나기는 꽤나 어려울 듯.
4.
짧은 연휴동안 빅뱅의 신곡을 계속 들었다. 빅뱅의 음악에는 사운드와 멜로디가 늘 공존하고, 예술성과 대중성도 공존한다. 뮤비 초반 30초간 지드래곤의 자유로운 동작들이 너무도 매력적.
일이 많냐는 질문을 받을 때, 주말에도 공부하냐는 질문을 받을 때 어떤 대답이 적절한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일과 취미와 공부의 경계가 꽤나 모호하기 때문이다. '일' 이라는 것의 정의를 '하고 싶지 않은데 해야하기 때문에 하는 것'으로 국한한다면, 일이 적은 편은 아니지만 감당은 가능한 수준인 것 같다. 그리고 공부의 정의를 위와 같게 설정한다면, 가끔 하는 영어 말고는 원하지 않는데 필요해서 하는 공부는 없으니, 공부도 별로 하고 있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업무 강도는 그럭저럭 괜찮고 주말엔 놀아요'라고 답하게 된다.
작년 이맘때에는 하고 싶지 않은데 해야하는 줄 알았던 공부를 하느라 좋은 계절을 다 날렸었다. 올해는 그런식으로 5월을 보낼 생각이 없다.
2.
3월 한국의 광공업 생산이 크게 부진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YoY기준 -0.1%에 그쳐 부진폭이 크지는 않았다. 대신에 재고가 +2.7%YoY로 늘어버렸고, 출하는 정체되어 재고/출하 비율은 작년 최고점 수준으로 악화되었다. 1) 2월과 달리 4월 금통위 의사록에 '지표를 지켜보고 대응하자'는 논조가 없다는 점, 2) 지표의 headline 자체는 크게 나쁘지 않다는 점 등으로 미루어 볼 때 5월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진 것이 사실이다. 인하를 하든 안하든 5월 한국 채권 롱은 편하지 않을 듯. 오히려 기준금리 추가 인하가 없고, 원화의 상대적 강세가 지속되는 국면에서 주식이 어떻게 반응할지 관심이 간다. 느낌상으로는 중소형주+은행 정도는 좋되 지수 자체는 강력하지 않은 4월 말의 분위기가 연장되지 않을까 싶다.
3.
4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인하 소수의견을 낸 하성근 위원의 코멘트에는 공감되는 부분이 참 많다.
'통화정책 결정의 주요 여건과 관련된 최근의 물가, 내수, 수출, 외환시장 그리고 가계대출의 변화 등은 가계대출 변화 추이를 제외하고 모두 추가적인 통화 완화정책의 필요성을 나타내고 있다고 평가됨.'
'끝으로 정책당국은 단기적으로 금융 및 재정 완화정책을 통해 경제의 활력 회복을 도모하는 노력에 병행하여 우리 경제의 자체 복원력을 강화하고 일자리와 성장기반을 확충할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해 국민경제의 주요 부문에 있어서 구조혁신을 적극 추진하고 새로운 성장엔진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함.'
금리 인하로 더 나아질 것은 없으니,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희극적인 일임을 하성근 위원은 잘 알고 있다. 구조개혁이 절실한 것은 맞지만, 금리 인하 없는 구조개혁이란 현 시점에서는 불가능한 것이다.
한국은행의 비적극적인 통화정책은 한국이 유동성 함정에 빠질 위험을 점점 높이고 있다. 만약 한국이 유동성 함정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통화 완화정책이 비적극적이었다는 부분이 비판을 받을까? 아니면 괜한 인하를 했다며 통화 완화정책 자체가 비판을 받을까? 아마도 후자의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위원들은 동결을 주장하는 것이 편할 것이다. 결국 도저히 인하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하에서만 인하에 나서는 현재의 패턴을 벗어나기는 꽤나 어려울 듯.
4.
짧은 연휴동안 빅뱅의 신곡을 계속 들었다. 빅뱅의 음악에는 사운드와 멜로디가 늘 공존하고, 예술성과 대중성도 공존한다. 뮤비 초반 30초간 지드래곤의 자유로운 동작들이 너무도 매력적.
2015년 4월 29일 수요일
A discrepancy between economic data and the monetary policy
The industrial production index and the BOK's meeting Minutes are the two key factors that will influence the Korean fixed income market this week, in terms of anticipating BOK's monetary policy for the next couple of months.
According to my industrial production index projection model, considering base effect from strong data last year, the March industrial production index is likely to be more sluggish than what market expected. However, the BOK's Meeting Minutes released today was somewhat more hawkish than I anticipated. None of the committee members concerned about an appreciation of real effective exchange rate of Korean currency, except for the member who cast a dissenting vote last meeting. Moreover, three members still stick to their stance on expecting strong domestic economic recovery later this year, regardless of the BOK's downward revision of GDP projection.
In a word, a sluggish industrial production index in March will suggest an additional rate cut, but a tone of BOK's Minutes is still conservative. All things considered, including stronger-than-expected 1Q GDP data released last week, the BOK will freeze its policy rates next month, and the dissenting votes against rate freeze are likely to be increased to at least two, in my view.
According to my industrial production index projection model, considering base effect from strong data last year, the March industrial production index is likely to be more sluggish than what market expected. However, the BOK's Meeting Minutes released today was somewhat more hawkish than I anticipated. None of the committee members concerned about an appreciation of real effective exchange rate of Korean currency, except for the member who cast a dissenting vote last meeting. Moreover, three members still stick to their stance on expecting strong domestic economic recovery later this year, regardless of the BOK's downward revision of GDP projection.
In a word, a sluggish industrial production index in March will suggest an additional rate cut, but a tone of BOK's Minutes is still conservative. All things considered, including stronger-than-expected 1Q GDP data released last week, the BOK will freeze its policy rates next month, and the dissenting votes against rate freeze are likely to be increased to at least two, in my view.
2015년 4월 23일 목요일
My technical views (5) - How to trade bubble
거침없이 달리고 있는 상해지수.
질주하는 시세는 어떻게 거래해야 하는가? 더 오를 것 같긴한데 너무 올라 손이 안나갈 때 어떻게 동참해야 하는가?
진입은,
1) 대충 최근 잘 맞는 것처럼 보이는 이평선을 하나 설정한다.
2) 그 이평선과 현재 가격의 괴리가 멀지 않다면 바로 매수한다. 그리고 해당 이평을 loss cut 라인으로 잡는다.
3) 이평과 가격의 괴리가 멀다면, 그래도 일단 산다. 그리고 매수가 대비 감내할만한 하락 가격(대략 -1~2%내외)에 닿으면 loss cut.
4) 위 두 경우에서 다행히 loss cut을 터치하지 않고 가격이 위로 튀었다면(보통 그렇게 된다), 매수했던 가격, 즉 본전에 stop을 걸어두고 지켜본다.
청산은,
1) 설정한 이평을 타고 시세가 분출해나가면, 종가 기준으로 설정 이평을 하회할 때 청산한다.
2) 설정해둔 이평과의 괴리를 급격히 확대시키면서 폭등한다면, 최고점 대비 일정 %하락을 청산 라인으로 설정한다. %는 자율적이나, 시세와 이평의 중간지점보다는 위쪽으로 설정해 두는 것이 좋다.
사전적인 계획이 있는 매매와 없는 매매는 많이 다르다. 대단히 허접한 마바라 계획처럼 보이겠지만, 결국 버블을 거래하는 대부분의 컨셉은 위 예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
2015년 4월 19일 일요일
15/04/18
마크 로스코, no 1970. ⓒ 1998 Kate Rothko Prizel and Christopher Rothko / ARS, NY / SACK, Seoul
지지난주 로스코의 red를 접했을 때 느낀 감정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희열이었다. 그의 마지막이 과연 비극적이었을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조금 이상하단 느낌이 들어서 다시 보러 갈 생각. 미술은 재미를 붙여보려 노력하던 와중 입대를 하게되어 흥미가 끊겨버린 분야였는데, 로스코전 관람이 계기가 되어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가 오랜만에 책장에서 나오게 되었다.
2.
옵션을 거래하다 보면 시장의 흥분과 기대가 선물과 옵션 가격 흐름의 비대칭으로 나타날 때가 가끔 있다. 예를들어 선물이 횡보하거나 심지어 조금씩 하락함에도 불구하고 call가격이 상승하는 국면이 있는 것인데, vol과 방향성에 대한 기대가 시간가치 하락분을 압도하기 때문에 관찰되는 현상이다. 이럴 때 기초자산에 대한 강세 뷰가 있다면 유리한 매매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 시장의 기대감이 내 포지션의 버퍼 역할을 수행해 주기 때문이다. 뷰가 맞으면 기울기가 극대화되고, 틀려도 아주 쉽게 본절에 나올 수 있다.
지난주에는 글로벌 자산간의 흐름에서도 위와 같은 포인트가 존재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닛케이와 나스닥 S&P를 비교했는데, 미국 주가지수 선물들에 비해 닛케이의 흐름에 상승 기대감이 조금 더 탄력적으로 형성되어 있는 것으로 보여 닛케이 롱에 관심이 갔다. 주 후반으로 접어들수록 기대감은 급감했지만, 관찰 시점서 1~2일 안팎의 판단은 나쁘지 않았다. 기대를 버퍼로 조금 편하게 베팅할 수 있는 기회가 옵션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3.
평일 저녁 약속을 주 2회 이하로 유지하려고 노력 중인데 어쩌다보니 이번 주에는 매일 약속과 야근이 있었고, 결국 감기에 걸려버렸다. 일주일치 읽을거리가 고스란히 쌓였고, 목소리가 잘 안나와 영화 약속 하나를 캔슬했다. 아무래도 시간의 밀도를 조금 더 높이는 방법을 생각해 봐야 할 듯. 나보다 훨씬 바쁘면서도 더 많이 읽고 쓰고 놀 수 있는 사람이 상당 수 존재한다.
4.
낙하산으로 채용된 금수저 앞에서 말실수를 했다가 큰일날 뻔 했다는 모 회사의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하나 들었다. 그리고 그날 또 다른 모 회사의 지인은 나에게 '페이를 너무 적게 주다보니 이 회사에는 오히려 부자들만 남게 되는 것 같아' 라는 말을 했다.
취업의 가치가 급등한 반면 국내 증권/운용 직업의 가치가 급락한 데에 따른 현상들이다. 만성적 취업난과 저물가로 취업의 가치가 급등했기 때문에, 누군가의 자식이나 지인을 채용해 주는 행위는 상대에게 대단히 비싸고 좋은 선물이 되었다. 그리고 팀을 넘어 본부레벨 이상의 퍼포먼스까지 묶여 흐릿해진 성과급 체계, 실적부진, 바닥에 붙은 운용보수 등으로 제도권 투자 직군의 가치는 급락했다. 주요 대학 증권 동아리들의 인기는 이미 시들해진지 오래다. 표면적으로 그럴듯해보이는 Job title 정도만 남게 된 상황인데, 금수저 청탁취업의 목적이 어차피 좋은 결혼 정도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선물용으로 이보다 더 훌륭한 직종을 찾기도 힘들 것이다. 아마도 이쪽 업계의 일자리는 앞으로 더 빈번하게 누군가에게 선물될 듯.
그러나 그러한 현상들이 업계의 쇠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똑똑하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의 비율은 여전히 높고, 특히 퍼포먼스의 차별성이 높은 직무일수록 그 비율은 더 높아진다. 무엇보다도 그들의 대부분은 '이대로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부분까지 인지하고 있어 다들 나름의 길을 모색 중이다. 그 길들을 보면서 느끼게 되는 점은 결국 금융, 특히 자산관리업은 존속하겠으나 서비스의 양극화는 심화될 것이라는 것.
2015년 4월 9일 목요일
6월 이후 원유 가격의 반등을 예상하는 다섯 가지 이유
1. 드라이빙 시즌
5월~9월마다 등장하는 계절적 요인. 드라이빙 시즌 정도의 수요 증대로 재고가 눈에 띄도록 소진되진 않겠지만 센티멘트 개선 정도는 기대해 볼 법.
2. OPEC정상회의
다음 OPEC정상회의는 6월인데, 결과에 무관하게 유가에는 하방보다는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감산하지 않았던 것은 이미 반영 중이고, 만약 감산을 한다면 꽤 오를 여지가 있기 때문.
3. Rig count 조정의 마무리
2주 전부터 Rig count의 주간 감소폭이 10개 내외로 줄어들고 있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이번 Rig count의 조정 속도가 역사상 최고 수준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 그래프를 현재 기준으로 업데이트 하면 Nov-14(현재)의 파란 선이 Y축 50이하, x축 20 언저리에 위치해 있을 것.
실선들의 시기 중에서 역대급 Crisis였던 97년, 01년, 08년을 제외하면 결국 지금 상황에 가장 가까운 것은 85년의 붉은 선이다. 그래서인지 현재의 저유가를 85년과 비교하는 보고서들도 꽤 있다. 당시의 유가 움직임을 살펴보자.
85년말 OPEC 카르텔이 깨지며 50불대에서 20불 초반까지 급락했던 유가는, 급락 후 약 8개월이 지난 시점인 86년 6월~7월부터 반등하기 시작하여, 이듬해인 87년 초 30불대 중후반까지 약 70%의 상승률을 기록한다. Rig count 감소세가 둔화된 후, 약 2~3개월 후 반등이 시작된 것인데 지금 상황에 오버랩해보면 역시 중요한 시기는 6월즈음이라는 느낌.
4. 미국의 금리 인상
연준은 경기와 인플레에 대한 강력한 확신이 있을 때 tightening을 시작할 것이다. 바꿔말하면, 연준의 tightening 시작은 미국의 성공적인 QE종료와 본격적인 경기확장기 진입을 의미한다. 강달러와 유가반등이 동시에 진행되는, 90년대 중반식 패턴이 관찰될 가능성이 높다. 정황상 연준의 첫 금리인상 예상시기는 9월 또는 그 이후. 즉, 기준금리 관점에서의 유가 long 타이밍은 8~11월 경.
5. 미국 패권주의적 관점
유가 폭락에 미국의 패권 컨셉을 섞으면 보통 러시아 압박 스토리가 도출되곤 한다. 그러나 미국 패권주의적 관점, 다시 말해 유가가 미국의 손아귀에 있다는 관점에서 보면, 유가의 폭락은 러시아 압박 수단이라기 보다는 미국경기 회복의 용도로 활용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유가 하락은 중국 입장에서 반길만한 현상인데, 미국이 러시아 제재를 위해 중국 좋은 일을 했다고 보기엔 다소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이 저유가를 만든 목적은 미국 경기회복 강화에 있을 공산이 더 크다. 미국은 현 상황에서 강력한 소비만 뒷받침되면 본격적인 경기 선순환 사이클 진입이 가능하다. 5.8%에 이르는 저축률로 미루어 봤을 때 여력도 충분하다. 즉, 소비진작을 위해 유가를 끌어내렸을 것이라는 상상.
유가폭락으로 정말 소비진작 효과를 누릴 수 있을까? 아직 뚜렷한 소비의 개선이 나타나고 있지 않은데, 템플턴의 마테라소의장은 소비자들이 현재의 저유가가 장기화될 것이라고 믿지 않기 때문에 소비보다 저축을 늘리고 있는 것이 그 이유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저유가에 따른 소비진작은 언제 가시화될까? 골드만삭스의 권구훈 박사에 따르면, 유가 하락 후 6~9개월이 지나면 소비 진작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작년 11월을 기준으로 잡는다면 대략 5~8월부터 미국 소비 개선을 기대해 볼 수 있는 것. 원하는 효과를 거둔 미국은 그 때부터 유가를 누를 유인이 줄어들 수 있다. 이 관점에서도 역시 6월 근처가 중요 시기.
느낌에 불과한 면이 많음을 부정할 수 없지만, 종합적으로 봤을 때 하반기에는 유가가 반등할 가능성이 꽤 높아 보인다. 6월 전에 50불 부근에서 long을 쌓아둔 후, 하반기에 65불 근처에서 청산하는 매매 시나리오로 접근해 보면 어떨지.
5월~9월마다 등장하는 계절적 요인. 드라이빙 시즌 정도의 수요 증대로 재고가 눈에 띄도록 소진되진 않겠지만 센티멘트 개선 정도는 기대해 볼 법.
2. OPEC정상회의
다음 OPEC정상회의는 6월인데, 결과에 무관하게 유가에는 하방보다는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감산하지 않았던 것은 이미 반영 중이고, 만약 감산을 한다면 꽤 오를 여지가 있기 때문.
3. Rig count 조정의 마무리
2주 전부터 Rig count의 주간 감소폭이 10개 내외로 줄어들고 있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이번 Rig count의 조정 속도가 역사상 최고 수준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 그래프를 현재 기준으로 업데이트 하면 Nov-14(현재)의 파란 선이 Y축 50이하, x축 20 언저리에 위치해 있을 것.
실선들의 시기 중에서 역대급 Crisis였던 97년, 01년, 08년을 제외하면 결국 지금 상황에 가장 가까운 것은 85년의 붉은 선이다. 그래서인지 현재의 저유가를 85년과 비교하는 보고서들도 꽤 있다. 당시의 유가 움직임을 살펴보자.
Sources: National Post with data from Federal Reserve Bank of St. Louis and the Bureau of Labor Statistics
85년말 OPEC 카르텔이 깨지며 50불대에서 20불 초반까지 급락했던 유가는, 급락 후 약 8개월이 지난 시점인 86년 6월~7월부터 반등하기 시작하여, 이듬해인 87년 초 30불대 중후반까지 약 70%의 상승률을 기록한다. Rig count 감소세가 둔화된 후, 약 2~3개월 후 반등이 시작된 것인데 지금 상황에 오버랩해보면 역시 중요한 시기는 6월즈음이라는 느낌.
4. 미국의 금리 인상
연준은 경기와 인플레에 대한 강력한 확신이 있을 때 tightening을 시작할 것이다. 바꿔말하면, 연준의 tightening 시작은 미국의 성공적인 QE종료와 본격적인 경기확장기 진입을 의미한다. 강달러와 유가반등이 동시에 진행되는, 90년대 중반식 패턴이 관찰될 가능성이 높다. 정황상 연준의 첫 금리인상 예상시기는 9월 또는 그 이후. 즉, 기준금리 관점에서의 유가 long 타이밍은 8~11월 경.
5. 미국 패권주의적 관점
유가 폭락에 미국의 패권 컨셉을 섞으면 보통 러시아 압박 스토리가 도출되곤 한다. 그러나 미국 패권주의적 관점, 다시 말해 유가가 미국의 손아귀에 있다는 관점에서 보면, 유가의 폭락은 러시아 압박 수단이라기 보다는 미국경기 회복의 용도로 활용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유가 하락은 중국 입장에서 반길만한 현상인데, 미국이 러시아 제재를 위해 중국 좋은 일을 했다고 보기엔 다소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이 저유가를 만든 목적은 미국 경기회복 강화에 있을 공산이 더 크다. 미국은 현 상황에서 강력한 소비만 뒷받침되면 본격적인 경기 선순환 사이클 진입이 가능하다. 5.8%에 이르는 저축률로 미루어 봤을 때 여력도 충분하다. 즉, 소비진작을 위해 유가를 끌어내렸을 것이라는 상상.
유가폭락으로 정말 소비진작 효과를 누릴 수 있을까? 아직 뚜렷한 소비의 개선이 나타나고 있지 않은데, 템플턴의 마테라소의장은 소비자들이 현재의 저유가가 장기화될 것이라고 믿지 않기 때문에 소비보다 저축을 늘리고 있는 것이 그 이유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저유가에 따른 소비진작은 언제 가시화될까? 골드만삭스의 권구훈 박사에 따르면, 유가 하락 후 6~9개월이 지나면 소비 진작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작년 11월을 기준으로 잡는다면 대략 5~8월부터 미국 소비 개선을 기대해 볼 수 있는 것. 원하는 효과를 거둔 미국은 그 때부터 유가를 누를 유인이 줄어들 수 있다. 이 관점에서도 역시 6월 근처가 중요 시기.
느낌에 불과한 면이 많음을 부정할 수 없지만, 종합적으로 봤을 때 하반기에는 유가가 반등할 가능성이 꽤 높아 보인다. 6월 전에 50불 부근에서 long을 쌓아둔 후, 하반기에 65불 근처에서 청산하는 매매 시나리오로 접근해 보면 어떨지.
2015년 4월 6일 월요일
신호와 소음
전망을 수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애널리스트가 뷰를 수정한다는 것은, 기존의 뷰가 틀렸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나의 뷰를 받아보던 몇몇 사람들이 분석의 일관성을 의심하게 되지 않을지 걱정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뷰를 바꿨는데 시장이 다시 기존의 뷰대로 전개되어 바보가 될까봐도 두렵다. 애널리스트가 아닌 실제 포지션을 잡는 입장인 경우 전망의 수정은 더 어렵다. 위의 불편함과 더불어 손실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심리적 장애요인들을 깨고 현재 시점에서의 최선의 예측을 하는 것, 즉, 예측을 업데이트해 나가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예측가의 자세라고 저자인 네이트 실버는 주장한다. 이것을 부화뇌동으로 치부해서는 곤란하다. 미래에 대한 단서를 꼼꼼하게 수집하고, 새로운 단서를 반영해 전망을 업데이트하는 것은 동전을 던져 판단하는 것과는 다른 일이다. 새로 등장한 단서가 전망의 총체적인 수정을 암시한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 수정된 전망이 틀릴까봐 걱정할 필요는 없다. 어떤 부분이 틀렸는지 확인하여 그 부분을 업데이트하면 다음 전망의 적중률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전망을 수정하면 나의 일관성이 의심받을까봐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전망을 수정했다고 예측의 일관성을 의심하는 사람이 전망을 수정해 나갈 줄 아는 사람보다 우위에 있을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베이지언적 접근은 결국 디서플린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어야만 구현 가능하다. 열심히 해서 일정 경지에만 오르게 되면, 번뜩이는 통찰력만으로 한눈에 현상을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해 나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허상이다. 어제까지 수집한 단서들에 대한 분석의 정밀도는 차이가 있겠지만, 오늘부터 등장하는 단서들을 업데이트하는 것은 일정 경지에 오른 사람에게나 초보자에게나 모두 고단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경력이 쌓이고 일정 경지에 올랐다고 해서 내일을 살아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예측가는 예측을 멈추는 날까지 부지런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러한 심리적 장애요인들을 깨고 현재 시점에서의 최선의 예측을 하는 것, 즉, 예측을 업데이트해 나가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예측가의 자세라고 저자인 네이트 실버는 주장한다. 이것을 부화뇌동으로 치부해서는 곤란하다. 미래에 대한 단서를 꼼꼼하게 수집하고, 새로운 단서를 반영해 전망을 업데이트하는 것은 동전을 던져 판단하는 것과는 다른 일이다. 새로 등장한 단서가 전망의 총체적인 수정을 암시한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 수정된 전망이 틀릴까봐 걱정할 필요는 없다. 어떤 부분이 틀렸는지 확인하여 그 부분을 업데이트하면 다음 전망의 적중률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전망을 수정하면 나의 일관성이 의심받을까봐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전망을 수정했다고 예측의 일관성을 의심하는 사람이 전망을 수정해 나갈 줄 아는 사람보다 우위에 있을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베이지언적 접근은 결국 디서플린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어야만 구현 가능하다. 열심히 해서 일정 경지에만 오르게 되면, 번뜩이는 통찰력만으로 한눈에 현상을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해 나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허상이다. 어제까지 수집한 단서들에 대한 분석의 정밀도는 차이가 있겠지만, 오늘부터 등장하는 단서들을 업데이트하는 것은 일정 경지에 오른 사람에게나 초보자에게나 모두 고단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경력이 쌓이고 일정 경지에 올랐다고 해서 내일을 살아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예측가는 예측을 멈추는 날까지 부지런할 수밖에 없다.
2015년 4월 1일 수요일
3월 금통위 의사록
월요일 한국 채권시장에는 장 막판에 이르러 양봉 하나가 치솟았다. 전 구간에 거쳐 금리가 2~3bp 가량 하락하는 강세였는데, 다름아닌 한은 총재의 기자회견 보도 때문. 대충 요약하자면, 디플레이션 가능성은 낮지만 저물가 기조는 우려스럽고, 올해 성장률이 예상보다 상당폭 낮을 것이고, 가계부채 문제는 주시하겠으나 통화정책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는 내용. 꽤나 dovish한 느낌이었고 시장도 그렇게 받아들였다. 기존의 보수적 스탠스는 상당히 삭제되었고, 어찌되었건 방향 자체는 맞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는 듯. 취임 1년 기념 기자회견이었는데, 작년 초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이야기하던 사람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늦었지만 대단한 방향 전환이다.
오늘은 3월 금통위 의사록이 공개되었다. 인하를 주장하는 네 명의 위원을 보면, 공통적으로 1) 1~2월 한국의 경제지표 둔화, 2) 실질실효환율의 절상을 근거로 들고 있다. 저물가에 대한 언급도 있지만, 물가에 대한 판단은 인하를 주장한 의견 간에도 미세한 의견 차가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이 지표 둔화, 실질실효환율 절상, 실질 금리 상승, 물가 하락 리스크를 모두 언급했는데 아마도 하성근 위원인 듯하다. 기저효과로 5월 이후 한국 지표의 미약한 headline 개선이 나타난다면, 향후 인하 주장 진영에게 남는 것은 실질실효환율과 물가 정도인데, 환율을 거론하기 싫어하는 한은의 특성 상 5월 이후 금통위원들간의 논쟁거리는 물가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문제는 한은이 저물가에 대한 언급도 꽤나 꺼려한다는 것. 결국 2분기 내 많아야 2회 정도의 추가 인하 후 또 지켜보자는 쪽으로 돌아서게 될 듯.
이번 의사록에서의 압권은 역시 동결을 주장한 두 위원의 발언들. 위원 1은 1)1~2월 수출 물량은 좋았으니 3월 지표도 괜찮을 것이고, 2)물가는 하반기로 갈수록 반등할 것이며, 3)가계부채가 우려된다, 는 점들을 동결의 근거로 들었다. 나는 동의하지 않지만 가능한 주장이다. 특히 '금융중개지원대출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가계대출을 제외한 기업대출에만 신용을 공급하다면 가계부채 증가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경기부양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은 꽤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추가적 금리 인하는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하지 못한 채 한계기업을 연명하게 함으로써 오히려 구조개혁을 가로막는다' 는 부분은 이해불가. 쉽게 말해 한국의 금통위원들 중 한 명은 '망할 곳들 좀 망해라'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통화정책이 경기회복을 위한 마법은 아니고, 재정정책을 쓰자' 라는 주장도 참 대단하다. 통화정책의 효과에 회의적인 사람이 통화정책 결정 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것인데, 효율적 시장 가설을 믿는 사람이 주식매니져를 하고 있는 격이다. 어떤 주식이 좋을지 토론하기 위해 종목회의를 열었더니 하는 말이 종목을 잘 고르는 것이 수익률 개선을 위한 마법은 아니란다.
오늘의 주인공은 동결을 주장한 위원 2. 설명이 필요 없다. 몇 부분만 발췌해 보겠다.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회복되지 못하는 것은 우리 사회시스템 및 이에 대한 국민 신뢰의 위기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며, 국민들의 경제활동의 자유를 획기적으로 증대시키는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잠재성장률의 회복 제고에는 한계가 있음'
'추가적 금리 조정은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길을 가는 것. 새로운 길이라고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의 상상력을 동원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등 좀 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함'
'(저물가에 대한 대책으로) 종래 물가상승기에 도입된 각종 공공요금 및 서비스 요금 억제 관행에 대해서는 해당 정책당국에 정상화를 요청할 필요가 있음'
퇴근하고 읽다가 정말 박장대소했다. 세상에. 최근 블로깅 했던 'A story of the hospital of Korea'가 소설이 아니었던 것이다.
오늘은 3월 금통위 의사록이 공개되었다. 인하를 주장하는 네 명의 위원을 보면, 공통적으로 1) 1~2월 한국의 경제지표 둔화, 2) 실질실효환율의 절상을 근거로 들고 있다. 저물가에 대한 언급도 있지만, 물가에 대한 판단은 인하를 주장한 의견 간에도 미세한 의견 차가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이 지표 둔화, 실질실효환율 절상, 실질 금리 상승, 물가 하락 리스크를 모두 언급했는데 아마도 하성근 위원인 듯하다. 기저효과로 5월 이후 한국 지표의 미약한 headline 개선이 나타난다면, 향후 인하 주장 진영에게 남는 것은 실질실효환율과 물가 정도인데, 환율을 거론하기 싫어하는 한은의 특성 상 5월 이후 금통위원들간의 논쟁거리는 물가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문제는 한은이 저물가에 대한 언급도 꽤나 꺼려한다는 것. 결국 2분기 내 많아야 2회 정도의 추가 인하 후 또 지켜보자는 쪽으로 돌아서게 될 듯.
이번 의사록에서의 압권은 역시 동결을 주장한 두 위원의 발언들. 위원 1은 1)1~2월 수출 물량은 좋았으니 3월 지표도 괜찮을 것이고, 2)물가는 하반기로 갈수록 반등할 것이며, 3)가계부채가 우려된다, 는 점들을 동결의 근거로 들었다. 나는 동의하지 않지만 가능한 주장이다. 특히 '금융중개지원대출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가계대출을 제외한 기업대출에만 신용을 공급하다면 가계부채 증가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경기부양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은 꽤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추가적 금리 인하는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하지 못한 채 한계기업을 연명하게 함으로써 오히려 구조개혁을 가로막는다' 는 부분은 이해불가. 쉽게 말해 한국의 금통위원들 중 한 명은 '망할 곳들 좀 망해라'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통화정책이 경기회복을 위한 마법은 아니고, 재정정책을 쓰자' 라는 주장도 참 대단하다. 통화정책의 효과에 회의적인 사람이 통화정책 결정 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것인데, 효율적 시장 가설을 믿는 사람이 주식매니져를 하고 있는 격이다. 어떤 주식이 좋을지 토론하기 위해 종목회의를 열었더니 하는 말이 종목을 잘 고르는 것이 수익률 개선을 위한 마법은 아니란다.
오늘의 주인공은 동결을 주장한 위원 2. 설명이 필요 없다. 몇 부분만 발췌해 보겠다.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회복되지 못하는 것은 우리 사회시스템 및 이에 대한 국민 신뢰의 위기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며, 국민들의 경제활동의 자유를 획기적으로 증대시키는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잠재성장률의 회복 제고에는 한계가 있음'
'추가적 금리 조정은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길을 가는 것. 새로운 길이라고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의 상상력을 동원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등 좀 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함'
'(저물가에 대한 대책으로) 종래 물가상승기에 도입된 각종 공공요금 및 서비스 요금 억제 관행에 대해서는 해당 정책당국에 정상화를 요청할 필요가 있음'
퇴근하고 읽다가 정말 박장대소했다. 세상에. 최근 블로깅 했던 'A story of the hospital of Korea'가 소설이 아니었던 것이다.
2015년 3월 31일 화요일
On how I project the Korean industrial production
A primary economic data in the Korean fixed income market is an industrial production index. This monthly data, although the BOK's monetary policy is not so data-dependent, frequently influences the market because the data represents a condition of manufacturing sector, which is one of the most important parts in the Korean economy.
Then how can we forecast this data? My recent research suggests that the 'base effect' is a valuable source to anicipate the Korean industrial production index.
Exhibit 1. y-o-y change of the Korean industrial production (1)
Then how can we forecast this data? My recent research suggests that the 'base effect' is a valuable source to anicipate the Korean industrial production index.
Exhibit 1. y-o-y change of the Korean industrial production (1)
The charts attached above illustrate y-o-y change of the Korean industrial production from 2012 to 2014. Even in a glimpse view, the headline data tends to be released in the opposite direction of the data released a year ago. A correlation coefficient between series of 2012 and 2013 is -0.81, and between 2013 and 2014 is -0.60.
The reason why this phenomenon occurred is that the Korean industrial production is in a flat trend. See the chart below.
Exhibit 2. y-o-y change of the Korean industrial production (2)
Not only the industrial production but also almost every economic indicators in Korea have continued to be flattened since 2012, and it made a base effect dominant. Thus if you want to project Korean industrial production, above all things, check the data of previous years as long as this flat trend is prolonged.
2015년 3월 21일 토요일
장기 보수 시대 & 정의란 무엇인가? & 중국어
1.
신기주 기자님의 신간이 나왔다. 전작인 '사라진 실패'처럼 매력적인 문장들로 가득 차 있어 읽는 것 자체만으로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지인들에게 '사라진 실패'를 빌려줬을 때 반응이 좋았었는데 이 책도 마찬가지일 듯 하다. 다만 눈에 띄는 표지 색상과 제목 때문에 지하철에서 읽을 때 조금 눈치 보이기는 했다. 분명 누군가는 나를 보며 내 백팩 안에 촛불이 있고, 이어폰에서는 나꼼수가 흘러나올 것이라고 상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 백팩엔 노트북과 운동 후 갈아입을 속옷이 있고, 이어폰에서는 비긴어게인 OST들이 재생된다.
대부분의 책들은 한 가지 컨셉을 설정하고 그에 부합하는 사례들을 제시한다. Top-down적인 접근이다. 미국 경기가 좋으니깐 주식을 사자고 첫 챕터에 주장하고, 두번째 챕터부터는 섹터별로 왜 좋은지 나열한다. 첫 챕터의 로직만 이해하면 그 다음은 읽지 않아도 무방한 책들이다. 한편 '장기 보수 시대' 같은 책들은 현상의 파편들을 통찰로 꿰어내 결론에 도달한다. Bottom-up적인 접근이다. 현재의 주택 재고 수준과 Single family home sales의 증가세로 미루어 볼 때 미국 부동산이 좋을 수 있다, 는 등의 디테일들을 수 없이 조합해 결국 미국 경기는 좋다고 주장하는 격이다. 책에 버릴 문장이 하나도 없다. 현실에서는 두 접근 모두 의미가 있지만 책으로서의 가치는 후자가 압도적이다.
단점은 읽고 난 후 개인적으로 정리해두기 어렵다는 것. 내 언어로 정리를 하고 나면 책보다 긴 분량이 될 게 뻔하다. 그냥 다시 읽는게 낫다.
2.
유경PSG운용의 강대권 CIO님은 최근에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블로깅을 하셨다. '어쩔 수 없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일 때 세상은 어떻게 되는 걸까' 라는 마지막 문단의 글귀는 울림이 크다.
물론 유경PSG가 소송에서 삼성공조를 이겨도 세상이 쉽게 바뀌지는 않는다. 삼성공조가 백기를 들며 배당을 확대하고, 위기감을 느낀 타 회사들까지 주주들에게 돈을 푸는 아름다운 모습이 목격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지는 않아도 유경PSG는 바뀔 수 있다. 소송에서 지더라도 유경PSG는 궁극적으로 더 좋은 회사가 될 것이다. 어쩔 수 없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때 바뀌는 것은 세상이 아닌 나 자신이다.
3.
중국어 회화를 1:1로 과외 받는 비용이 한 달에 20만원이라는 사실을 오늘 점심시간에 처음 알았다. 최소 40만원은 드는 영어회화 과외에 비해 대단히 싼 가격인데, 역시 나는 당분간 중국어를 배우지 않을 듯 하다. 배움에 지불하는 가격은 그것의 가치와 일치하는 경향이 대단히 뚜렷하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영어가 fluent하지 않은데 중국어를 공부하는 것은 대체로 비효율적인 선택이다.
참고로 앙드레 코스톨라니에 따르면, 투자를 배우기 위해서는 세 번의 파산이 필요하다.
신기주 기자님의 신간이 나왔다. 전작인 '사라진 실패'처럼 매력적인 문장들로 가득 차 있어 읽는 것 자체만으로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지인들에게 '사라진 실패'를 빌려줬을 때 반응이 좋았었는데 이 책도 마찬가지일 듯 하다. 다만 눈에 띄는 표지 색상과 제목 때문에 지하철에서 읽을 때 조금 눈치 보이기는 했다. 분명 누군가는 나를 보며 내 백팩 안에 촛불이 있고, 이어폰에서는 나꼼수가 흘러나올 것이라고 상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 백팩엔 노트북과 운동 후 갈아입을 속옷이 있고, 이어폰에서는 비긴어게인 OST들이 재생된다.
대부분의 책들은 한 가지 컨셉을 설정하고 그에 부합하는 사례들을 제시한다. Top-down적인 접근이다. 미국 경기가 좋으니깐 주식을 사자고 첫 챕터에 주장하고, 두번째 챕터부터는 섹터별로 왜 좋은지 나열한다. 첫 챕터의 로직만 이해하면 그 다음은 읽지 않아도 무방한 책들이다. 한편 '장기 보수 시대' 같은 책들은 현상의 파편들을 통찰로 꿰어내 결론에 도달한다. Bottom-up적인 접근이다. 현재의 주택 재고 수준과 Single family home sales의 증가세로 미루어 볼 때 미국 부동산이 좋을 수 있다, 는 등의 디테일들을 수 없이 조합해 결국 미국 경기는 좋다고 주장하는 격이다. 책에 버릴 문장이 하나도 없다. 현실에서는 두 접근 모두 의미가 있지만 책으로서의 가치는 후자가 압도적이다.
단점은 읽고 난 후 개인적으로 정리해두기 어렵다는 것. 내 언어로 정리를 하고 나면 책보다 긴 분량이 될 게 뻔하다. 그냥 다시 읽는게 낫다.
2.
유경PSG운용의 강대권 CIO님은 최근에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블로깅을 하셨다. '어쩔 수 없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일 때 세상은 어떻게 되는 걸까' 라는 마지막 문단의 글귀는 울림이 크다.
물론 유경PSG가 소송에서 삼성공조를 이겨도 세상이 쉽게 바뀌지는 않는다. 삼성공조가 백기를 들며 배당을 확대하고, 위기감을 느낀 타 회사들까지 주주들에게 돈을 푸는 아름다운 모습이 목격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지는 않아도 유경PSG는 바뀔 수 있다. 소송에서 지더라도 유경PSG는 궁극적으로 더 좋은 회사가 될 것이다. 어쩔 수 없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때 바뀌는 것은 세상이 아닌 나 자신이다.
3.
중국어 회화를 1:1로 과외 받는 비용이 한 달에 20만원이라는 사실을 오늘 점심시간에 처음 알았다. 최소 40만원은 드는 영어회화 과외에 비해 대단히 싼 가격인데, 역시 나는 당분간 중국어를 배우지 않을 듯 하다. 배움에 지불하는 가격은 그것의 가치와 일치하는 경향이 대단히 뚜렷하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영어가 fluent하지 않은데 중국어를 공부하는 것은 대체로 비효율적인 선택이다.
참고로 앙드레 코스톨라니에 따르면, 투자를 배우기 위해서는 세 번의 파산이 필요하다.
2015년 3월 17일 화요일
My technical views (4)
지난해 7월 내가 회사 동료에게 말했다. 'ECB가 QE를 하면 QE 때문에 유로화가 약세로 갈 것이고, QE를 안하면 유로존이 망가져서 유로화가 약세로 가지 않을까?'
그리고 지난주 지인이 내게 말했다. '그 때 생각대로 했으면 은퇴를 3년은 앞당길 수 있었겠네'
아쉽지만 별 수 없다. 연말만 되어도 또 다른 주인공들이 등장해 있을 것이다. FX 중에 그럴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이는 것은 KRW short. 유로화 때와 비슷한 로직이며, 기술적으로는 1,120원 훼손 여부를 관찰.
2015년 3월 15일 일요일
A story of the Hospital of Korea
위염을 앓고 있는 사람이 신종플루에 걸렸다. 열이 펄펄 끓어 거동하기도 힘든 몸을 간신히 이끌고 응급실을 찾았다. 다행스럽게도 병원에는 의사가 7명이나 남아 있다. 침상에 누워 헐떡거리는 환자를 두고 어떠한 처방을 내릴 것인지에 대해 의사들간의 토론이 시작되었다.
'타미플루와 해열제를 급히 처방해 신종플루를 낫게 합시다' 라고 한 의사가 주장했더니, 다른 의사가 '위염이 지병인 환자에게 감기약을 처방하다니 제정신이냐' 고 강하게 반박한다. '위염에 감기약을 먹으면 좋지 않은건 나도 알지만, 일단 신종플루를 치료하고 위염 처방은 따로 해야 하지 않겠냐'고 다시 반박하면서 토론은 격화되기 시작한다. 그런데 의사들의 발언이 조금 이상하다. '지금 필요한건 위염 수술이지 해열제가 아니다' 부터 시작해서, '해열제와 타미플루를 처방해도 위염은 치료되지 않는다' 라고 말하는가 하면, '열이 39도면 그렇게 높은 것도 아니다' 라는 의견도 나온다. '약을 먹어서 독감이 치료되는 효과와 약 때문에 위염이 악화되는 효과를 같이 고려하면 전체적인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중립적이거나 부정적이다' 라는 전문적인 소견도 등장하고, 또 다른 의사는 근엄한 목소리로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식습관 개선과 규칙적인 운동이 필요하다' 라고 주장한다.
그렇게 4시간 정도가 흐른 뒤, 마침내 온화한 표정의 병원장이 정신이 아득해져가는 환자의 손을 꼭 잡으며 이렇게 말한다. '일단 타이레놀을 반 알 정도 드릴게요. 지켜본 뒤 차도가 없으면 반 알 정도 더 먹어 봅시다. 참고로 이 처방에는 두 명의 의사가 반대 의견을 냈어요.'
'타미플루와 해열제를 급히 처방해 신종플루를 낫게 합시다' 라고 한 의사가 주장했더니, 다른 의사가 '위염이 지병인 환자에게 감기약을 처방하다니 제정신이냐' 고 강하게 반박한다. '위염에 감기약을 먹으면 좋지 않은건 나도 알지만, 일단 신종플루를 치료하고 위염 처방은 따로 해야 하지 않겠냐'고 다시 반박하면서 토론은 격화되기 시작한다. 그런데 의사들의 발언이 조금 이상하다. '지금 필요한건 위염 수술이지 해열제가 아니다' 부터 시작해서, '해열제와 타미플루를 처방해도 위염은 치료되지 않는다' 라고 말하는가 하면, '열이 39도면 그렇게 높은 것도 아니다' 라는 의견도 나온다. '약을 먹어서 독감이 치료되는 효과와 약 때문에 위염이 악화되는 효과를 같이 고려하면 전체적인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중립적이거나 부정적이다' 라는 전문적인 소견도 등장하고, 또 다른 의사는 근엄한 목소리로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식습관 개선과 규칙적인 운동이 필요하다' 라고 주장한다.
그렇게 4시간 정도가 흐른 뒤, 마침내 온화한 표정의 병원장이 정신이 아득해져가는 환자의 손을 꼭 잡으며 이렇게 말한다. '일단 타이레놀을 반 알 정도 드릴게요. 지켜본 뒤 차도가 없으면 반 알 정도 더 먹어 봅시다. 참고로 이 처방에는 두 명의 의사가 반대 의견을 냈어요.'
2015년 3월 12일 목요일
15/03/11
1.
홍광호와 박정현의 'Come What May'. 따로 의도한 것은 아닌데 자꾸 박정현을 포스팅하게 된다. 그만큼 나가수 시즌3은 박정현이 타 무대들을 압도하고 있는 듯. 예전에 두 사람의 열애설이 흘러나왔던 적이 있는데 둘의 무대를 보면 왜 그런 오해를 받았었는지 이해가 간다. 홍광호는 드라마틱하면서도 대단히 파워풀한 소리를 가진 궁극의 뮤지컬 배우. 홍광호의 '맨 오브 라만차'는 별 생각 없이 관람했다가 거의 울 뻔 했었다.
2.
중국판 나는 가수다의 黄绮珊(황기산)의 무대. 노래 제목이 离不开你(리불개니)인데 '당신을 떠날 수 없어요'라는 뜻이라고. 내가 중국 노래들을 따로 챙겨 듣지 않는 탓이겠지만 개인적으로 무대 가창에 무리가 없는 발성을 구사하는 중국 가수는 처음 접한 듯 싶다. 10년간 무명 가수로 활동하다가 주목받게 되었다고 하는데, 나가수 포멧을 중국으로 수출한 것은 대단한 일이나 과연 잘 한 일일까, 금 채굴 기계를 수출한 것이 아닌가, 라는 상상.
3.
오늘은 우연히 Raymond Dalio의 글을 읽다가 근래의 주변 상황이 겹쳐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나와 반대의 뷰에 과연 나는 얼마나 세심히 귀기울이고 있는가. '나와 다른 뷰가 있으면 알려줘' 라는 말을 하기 전에 내가 과연 다른 뷰를 진심으로 듣고 싶어 하는 사람으로 타인에게 비춰지는지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아마 그렇게 비춰진다면 내가 저런 말을 하기도 전에 나와 다른 뷰를 상대가 먼저 제시할 것이다. 그럼 거꾸로 타인의 뷰를 그다지 듣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을 만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역시 적당히 동의해 주는 것이 가장 편할 것이다. 그러나 그 뷰의 오류가 너무나도 명백해 보이고, 심지어 그 사람과 같은 배를 탄 입장이라면? 뷰에 동의해주되 다른 로직을 통해 결론을 바꾸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타인의 뷰를 듣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이 가진 뷰는 사실상 신앙에 가깝기 때문에, 그 뷰의 약점을 아무리 지적해봐야 실익 없이 관계만 나빠진다. 완강한 사람이 'A회사의 신상품이 잘 팔릴 것 같아. 주식을 사자.' 라는 뷰를 제시하면 '같은 상품을 B회사에서 냈다가 쫄딱 망했었습니다' 라고 지적해주기 보다는 '동의합니다. 그런데 그 주식에 대한 외국인 매도가 강하니깐 조금만 지켜보시죠' 라고 말하는게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
홍광호와 박정현의 'Come What May'. 따로 의도한 것은 아닌데 자꾸 박정현을 포스팅하게 된다. 그만큼 나가수 시즌3은 박정현이 타 무대들을 압도하고 있는 듯. 예전에 두 사람의 열애설이 흘러나왔던 적이 있는데 둘의 무대를 보면 왜 그런 오해를 받았었는지 이해가 간다. 홍광호는 드라마틱하면서도 대단히 파워풀한 소리를 가진 궁극의 뮤지컬 배우. 홍광호의 '맨 오브 라만차'는 별 생각 없이 관람했다가 거의 울 뻔 했었다.
2.
중국판 나는 가수다의 黄绮珊(황기산)의 무대. 노래 제목이 离不开你(리불개니)인데 '당신을 떠날 수 없어요'라는 뜻이라고. 내가 중국 노래들을 따로 챙겨 듣지 않는 탓이겠지만 개인적으로 무대 가창에 무리가 없는 발성을 구사하는 중국 가수는 처음 접한 듯 싶다. 10년간 무명 가수로 활동하다가 주목받게 되었다고 하는데, 나가수 포멧을 중국으로 수출한 것은 대단한 일이나 과연 잘 한 일일까, 금 채굴 기계를 수출한 것이 아닌가, 라는 상상.
3.
오늘은 우연히 Raymond Dalio의 글을 읽다가 근래의 주변 상황이 겹쳐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나와 반대의 뷰에 과연 나는 얼마나 세심히 귀기울이고 있는가. '나와 다른 뷰가 있으면 알려줘' 라는 말을 하기 전에 내가 과연 다른 뷰를 진심으로 듣고 싶어 하는 사람으로 타인에게 비춰지는지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아마 그렇게 비춰진다면 내가 저런 말을 하기도 전에 나와 다른 뷰를 상대가 먼저 제시할 것이다. 그럼 거꾸로 타인의 뷰를 그다지 듣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을 만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역시 적당히 동의해 주는 것이 가장 편할 것이다. 그러나 그 뷰의 오류가 너무나도 명백해 보이고, 심지어 그 사람과 같은 배를 탄 입장이라면? 뷰에 동의해주되 다른 로직을 통해 결론을 바꾸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타인의 뷰를 듣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이 가진 뷰는 사실상 신앙에 가깝기 때문에, 그 뷰의 약점을 아무리 지적해봐야 실익 없이 관계만 나빠진다. 완강한 사람이 'A회사의 신상품이 잘 팔릴 것 같아. 주식을 사자.' 라는 뷰를 제시하면 '같은 상품을 B회사에서 냈다가 쫄딱 망했었습니다' 라고 지적해주기 보다는 '동의합니다. 그런데 그 주식에 대한 외국인 매도가 강하니깐 조금만 지켜보시죠' 라고 말하는게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
2015년 3월 11일 수요일
기준금리 인하의 당위성
한국 채권시장과 환율시장의 흐름을 보면, 이미 3~4월 내 한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는 시장에 60% 이상 반영되어 있는 듯하다. 그러나 여전히 금리 인하에 대한 회의적 의견들이 꽤 있는데, 그 의견들에 대한 나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1. 미국이 금리를 올릴텐데, 한국이 금리를 내리면 자본 유출이 발생한다.
2005년대 중반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되었던 사례도 있지만 뚜렷한 자본유출은 관찰되지 않았다는 견해를 이미 블로그에 밝혀온 바 있다.
블로그 글 1 링크 - How much time is left for the BOK?
블로그 글 2 링크 - 불황의 경제학
기준금리 역전은 한은 입장에서 분명한 부담요인이지만 역전까지 룸은 아직 남아있고, 오히려 미국이 금리를 올릴 것이기 때문에 한국은 한 달이라도 빨리 금리 인하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침 오늘 오석태 이코노미스트님의 '미국의 6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한은의 금리 인하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인터뷰가 보도되기도 했다.
2. 금리 인하를 하면 가계부채 문제가 악화될 것이다.
가계부채 총량의 증가세가 금리 인하 시에 가속화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실질적인 이자비용 부담은 오히려 경감될 것이고, 특히 금리 인하와 함께 고정금리 대출로의 전환 정책이 병행된다면 향후 통화정책 운용의 운신의 폭까지 추가로 획득할 수 있다. 역시 비슷한 맥락의 글을 포스팅했었다. 연습 중인 영어 글쓰기라서 엉망이긴 하지만.
블로그 글 링크 - Will BOK's rate cut aggravate the problem of household debt in Korea?
3. 금리 인하를 해서 더 나아질 것이 없는데 왜 인하를 해야 하나?
교과서적으로 떠오르는 금리 인하의 효과는 '금리가 낮아지면 기업이 자금을 싸게 조달해 투자에 나서고, 가계도 레버리징을 해 소비를 한다' 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투자를 할 곳이 없어 기업이 현금을 쌓아놓고 있기 때문에 투자 확대 효과가 없고, 가계는 임금정체와 부채부담 때문에 금리 인하에 따른 소비 확대 효과도 없다는 논리일텐데 꽤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금리를 왜 내려야 하는가? 이유는 간단한데 주변국들이 완화정책을 펼치고 있어 한국이 상대적인 통화긴축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들 내린다고 따라 내려야 하나, 라는 의문은 심정적 거부감에 불과하다. 그런 논리대로라면 미국이 금리 올린다고 우리나라도 따라 올려야 하나.
오늘 공개되었던 금통위 의사록에서 지적한대로 한국의 실질실효환율은 절상 중이다. 2012년 통안채 발행잔액이 164조이고 최근 잔액이 178조 정도인데, 증가율이 8%에 불과하다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불태화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쳤던 것은 아니었던 듯하다. 오히려 위 포스팅 링크에서 그렸던 금융계정의 유출이 그나마 원화 강세를 저지해주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것만으로 유로와 엔의 동반 약세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다. 꽤 늦은 감이 있지만 결국은 환율 관리를 위한 금리 인하가 불가피할 것이다. 원의 강세가 지속되면 수출은 더욱 둔화되고 기업경기도 엉망이 될 것. 최근 수출 부진이 유가하락에 따른 석유/화학 수출 가격 하락에 기인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철강, 자동차, 전기제품 등의 품목도 하향 추세인 것은 매한가지다.
게다가 '금리 인하를 해서 더 나아질 것이 없는데 왜 인하를 해야 하나' 라는 의문은 근거를 떠나 문장 자체에도 허점이 있다. 금리를 동결하면 그야말로 나아지는 것이 단 하나도 없을텐데, 그렇다면 왜 금리 인하를 주저해야 하는가?
4. 1월 지표가 나쁘지 않다.
1월의 한국 산생지표의 전월비 부진은 12월 자동차 밀어내기 생산에 따른 기저효과이며, 물가도 디플레이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백번 양보해서 1월 지표가 나쁘지 않았다고 인정하자. 그러나 1월 지표가 좋았다고 인정하더라도 길게 보면 그것은 2012년 이후 3년간 부진에서의 일시적 개선이었을 뿐이다.
'그 관점이라면 지표는 이미 3년째 둔화 중인데, 이제와서 지표를 가지고 금리를 내린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라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내 말이 그 말이다. 왜 이제와서 내리는가? 진작 내렸어야지.
5. 금리 인하는 양극화를 초래한다.
통화완화정책은 자산가격을 상승시킨다. 따라서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사람의 격차는 확대될 수 밖에 없다. 완화정책의 고질적인 부작용이다. 특히 자산 중에서도 부동산의 보유 여부는 한국인에게 매우 큰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완화정책으로 인한 부동산 가격의 부스팅은 많은 논란을 낳는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해 부동산 가격을 끝장내면 어떻게 될까? 드디어 부동산 불패 신화가 깨지면서, 그 동안 부동산 투기를 하지 않고 착실히 돈을 벌어온 소위 서민들에게 집을 구매할 기회가 오는 것일까? 실제로는 주담대를 받아 집을 구매한 간당간당한 중산층은 파탄이 나고, 전세로 살며 집값 하락만을 기다리던 가계는 전세 보증금을 돌려 받지도 못하고, 은행의 위기가 기업으로 전염되어 한국 경기는 침체로 접어들 것이다. 아마 집을 제외한 현금을 50억 이상 가지고 있던 기존의 부자들 정도만 폭락을 즐기며 좋은 집을 헐값에 사들일 것이고, 몇년 뒤 경기가 회복되면 엄청난 수익률을 거둘 것이다. 이쯤에서 다시 생각해보길 바란다. 집값의 하락이 양극화를 심화시키는가, 아니면 집값의 상승이 양극화를 심화시키는가? 지금은 부동산 가격 상승을 일부 용인하며 경기를 부양해야 할 때인가, 아니면 경기가 망가지더라도 부동산 가격 상승을 우려해 통화 긴축을 해야 할 때인가?
1. 미국이 금리를 올릴텐데, 한국이 금리를 내리면 자본 유출이 발생한다.
2005년대 중반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되었던 사례도 있지만 뚜렷한 자본유출은 관찰되지 않았다는 견해를 이미 블로그에 밝혀온 바 있다.
블로그 글 1 링크 - How much time is left for the BOK?
블로그 글 2 링크 - 불황의 경제학
기준금리 역전은 한은 입장에서 분명한 부담요인이지만 역전까지 룸은 아직 남아있고, 오히려 미국이 금리를 올릴 것이기 때문에 한국은 한 달이라도 빨리 금리 인하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침 오늘 오석태 이코노미스트님의 '미국의 6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한은의 금리 인하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인터뷰가 보도되기도 했다.
2. 금리 인하를 하면 가계부채 문제가 악화될 것이다.
가계부채 총량의 증가세가 금리 인하 시에 가속화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실질적인 이자비용 부담은 오히려 경감될 것이고, 특히 금리 인하와 함께 고정금리 대출로의 전환 정책이 병행된다면 향후 통화정책 운용의 운신의 폭까지 추가로 획득할 수 있다. 역시 비슷한 맥락의 글을 포스팅했었다. 연습 중인 영어 글쓰기라서 엉망이긴 하지만.
블로그 글 링크 - Will BOK's rate cut aggravate the problem of household debt in Korea?
3. 금리 인하를 해서 더 나아질 것이 없는데 왜 인하를 해야 하나?
교과서적으로 떠오르는 금리 인하의 효과는 '금리가 낮아지면 기업이 자금을 싸게 조달해 투자에 나서고, 가계도 레버리징을 해 소비를 한다' 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투자를 할 곳이 없어 기업이 현금을 쌓아놓고 있기 때문에 투자 확대 효과가 없고, 가계는 임금정체와 부채부담 때문에 금리 인하에 따른 소비 확대 효과도 없다는 논리일텐데 꽤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금리를 왜 내려야 하는가? 이유는 간단한데 주변국들이 완화정책을 펼치고 있어 한국이 상대적인 통화긴축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들 내린다고 따라 내려야 하나, 라는 의문은 심정적 거부감에 불과하다. 그런 논리대로라면 미국이 금리 올린다고 우리나라도 따라 올려야 하나.
오늘 공개되었던 금통위 의사록에서 지적한대로 한국의 실질실효환율은 절상 중이다. 2012년 통안채 발행잔액이 164조이고 최근 잔액이 178조 정도인데, 증가율이 8%에 불과하다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불태화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쳤던 것은 아니었던 듯하다. 오히려 위 포스팅 링크에서 그렸던 금융계정의 유출이 그나마 원화 강세를 저지해주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것만으로 유로와 엔의 동반 약세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다. 꽤 늦은 감이 있지만 결국은 환율 관리를 위한 금리 인하가 불가피할 것이다. 원의 강세가 지속되면 수출은 더욱 둔화되고 기업경기도 엉망이 될 것. 최근 수출 부진이 유가하락에 따른 석유/화학 수출 가격 하락에 기인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철강, 자동차, 전기제품 등의 품목도 하향 추세인 것은 매한가지다.
게다가 '금리 인하를 해서 더 나아질 것이 없는데 왜 인하를 해야 하나' 라는 의문은 근거를 떠나 문장 자체에도 허점이 있다. 금리를 동결하면 그야말로 나아지는 것이 단 하나도 없을텐데, 그렇다면 왜 금리 인하를 주저해야 하는가?
4. 1월 지표가 나쁘지 않다.
1월의 한국 산생지표의 전월비 부진은 12월 자동차 밀어내기 생산에 따른 기저효과이며, 물가도 디플레이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백번 양보해서 1월 지표가 나쁘지 않았다고 인정하자. 그러나 1월 지표가 좋았다고 인정하더라도 길게 보면 그것은 2012년 이후 3년간 부진에서의 일시적 개선이었을 뿐이다.
'그 관점이라면 지표는 이미 3년째 둔화 중인데, 이제와서 지표를 가지고 금리를 내린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라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내 말이 그 말이다. 왜 이제와서 내리는가? 진작 내렸어야지.
5. 금리 인하는 양극화를 초래한다.
통화완화정책은 자산가격을 상승시킨다. 따라서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사람의 격차는 확대될 수 밖에 없다. 완화정책의 고질적인 부작용이다. 특히 자산 중에서도 부동산의 보유 여부는 한국인에게 매우 큰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완화정책으로 인한 부동산 가격의 부스팅은 많은 논란을 낳는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해 부동산 가격을 끝장내면 어떻게 될까? 드디어 부동산 불패 신화가 깨지면서, 그 동안 부동산 투기를 하지 않고 착실히 돈을 벌어온 소위 서민들에게 집을 구매할 기회가 오는 것일까? 실제로는 주담대를 받아 집을 구매한 간당간당한 중산층은 파탄이 나고, 전세로 살며 집값 하락만을 기다리던 가계는 전세 보증금을 돌려 받지도 못하고, 은행의 위기가 기업으로 전염되어 한국 경기는 침체로 접어들 것이다. 아마 집을 제외한 현금을 50억 이상 가지고 있던 기존의 부자들 정도만 폭락을 즐기며 좋은 집을 헐값에 사들일 것이고, 몇년 뒤 경기가 회복되면 엄청난 수익률을 거둘 것이다. 이쯤에서 다시 생각해보길 바란다. 집값의 하락이 양극화를 심화시키는가, 아니면 집값의 상승이 양극화를 심화시키는가? 지금은 부동산 가격 상승을 일부 용인하며 경기를 부양해야 할 때인가, 아니면 경기가 망가지더라도 부동산 가격 상승을 우려해 통화 긴축을 해야 할 때인가?
2015년 3월 7일 토요일
완전고용을 향해
어제 발표된 미국의 2월 비농업고용은 +295K로 전망치였던 +240K를 크게 상회했다. 달러 강세는 강화되었고, 미국 주식은 장초반 고민을 했지만 tightening을 우려해 하락했고, 미국 금리는 크게 올랐으며, 닛케이는 엔 약세와 미국 주식 약세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금리 인상 초기의 각 시장의 반응을 잘 예고해 준 흐름이었다고 생각한다. 비농업고용은 동부 기준 오전 8시 30분에 발표되는데, 어제는 31분까지 BLS사이트가 다운되어 발표가 지연되는 해프닝이 있었다. 이자율이나 환 트레이더들은 아주 쫄깃한 1분을 보냈을 듯 하다.
미국 비농업고용 수치를 가늠해 보는 데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방법들이 있겠지만, 가장 간단한 것은 역시 주간실업수당청구건수, ADP고용, ISM제조업/서비스의 고용 부문을 확인하는 방법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ISM, 주간실업수당, ADP의 순서로 신뢰도가 높다고 본다. 특히 이번에는 제조업ISM의 고용부문은 하락하고, 서비스ISM의 고용부문은 상승해 제조업 고용의 부진과 서비스 고용의 개선을 암시했었는데, 역시나 제조업 +8K 서비스 +259K으로 차별화를 보였다. 다만 서비스 부문의 증가폭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실업률은 드디어 Yellen의장이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시절 언급했던 NAIRU인 5.5%를 기록했다. New NAIRU가 대략 5.2%~5.3%수준임을 감안한다면, 연준이 6월부터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일단 최소 patient 문구는 상반기 내에 삭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비농업고용발표 직후, NAIRU 예측과 무관하게 인플레이션 상승이 관찰되지 않는 한 금리인상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내용의 글을 크루그먼이 썼다. 섣부르게 금리를 올려 버리면 대공황이나 유동성 함정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지만, 금리 인상을 조금 늦춰봤자 위험한 일이라곤 2%를 조금 넘는 수준의 인플레이션 뿐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재표명한 것. 지난 의회 증언으로 미루어 볼 때 Yellen의장도 비슷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지금까지도 주목을 받긴 했지만, 미국의 임금 관련 지표는 당분간 더 큰 주목을 받게 될 것.
미국 비농업고용 수치를 가늠해 보는 데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방법들이 있겠지만, 가장 간단한 것은 역시 주간실업수당청구건수, ADP고용, ISM제조업/서비스의 고용 부문을 확인하는 방법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ISM, 주간실업수당, ADP의 순서로 신뢰도가 높다고 본다. 특히 이번에는 제조업ISM의 고용부문은 하락하고, 서비스ISM의 고용부문은 상승해 제조업 고용의 부진과 서비스 고용의 개선을 암시했었는데, 역시나 제조업 +8K 서비스 +259K으로 차별화를 보였다. 다만 서비스 부문의 증가폭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실업률은 드디어 Yellen의장이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시절 언급했던 NAIRU인 5.5%를 기록했다. New NAIRU가 대략 5.2%~5.3%수준임을 감안한다면, 연준이 6월부터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일단 최소 patient 문구는 상반기 내에 삭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비농업고용발표 직후, NAIRU 예측과 무관하게 인플레이션 상승이 관찰되지 않는 한 금리인상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내용의 글을 크루그먼이 썼다. 섣부르게 금리를 올려 버리면 대공황이나 유동성 함정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지만, 금리 인상을 조금 늦춰봤자 위험한 일이라곤 2%를 조금 넘는 수준의 인플레이션 뿐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재표명한 것. 지난 의회 증언으로 미루어 볼 때 Yellen의장도 비슷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지금까지도 주목을 받긴 했지만, 미국의 임금 관련 지표는 당분간 더 큰 주목을 받게 될 것.
2015년 3월 4일 수요일
My technical views (3)
연초 이후 글로벌 주식시장의 주인공은 닥스와 닛케이. 닥스는 전형적인 liquidity driven bull market을 연출 중이고, 닛케이는 multiple upgrade를 목전에 두고 있다.
둘 중에 좀 더 관심을 두고 있는 Nikkei의 차트.
1은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가 발표된 날이다. 이 날 닛케이는 4%이상 급등해 마감. 그리고 그 다음 날에는 약 2% 상승한 지점에서 시가를 형성해 훼손하지 않았다. 기술적 분석에서 말하는 갭이 발생한 날.
재밌는 것은 그 때 발생한 갭을 약 2개월 넘는 시간 동안 지켜냈다는 점. 2의 지점에서 반등하는 닛케이를 보고 나름 갭의 지지력을 믿어 볼만하다고 생각했다. 추가 유동성 투입과 같은 강력한 매크로 이벤트가 나올 때 발생하는 갭은 신뢰성이 특히나 높다. 전일 발생한 이벤트를 가격이 전부 반영하지 못한 상태에서 장이 종료되고, 글로벌 마켓의 흐름을 통해 이벤트의 논리를 다시 한번 강화시킨 후, 다음날 시가에 모두 반영이 되어 지지되는 것이기 때문. 따라서 그 후 가격이 조정을 받더라도, 해당 이벤트의 방향성에 큰 변화가 없다면 갭은 대단히 유용한 매매 포인트가 된다.
연초 닛케이가 3의 지점에 왔을 때, 회사 동료에게 '닛케이가 올해의 저점에 온 듯 하다'고 말했으나 틀렸다. 얼추 비슷은 했지만 진짜 저점은 4였으니. 이럴 때에는 대충 갭 근처에서 매수해보고, 갭이 완벽히 채워지는 지점을 loss cut 라인으로 잡으면 좋다. 그 라인을 loss cut을 잡는다는 것은, 갭에서 발생했던 매크로 이벤트에 별다른 방향성 전환이 느껴지지 않더라도, 갭이 채워지면 시장의 컨센이 이미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판단하고 일단 발을 뺀다는 것. 역시나 기술적 관점.
향후 닛케이는 어떻게될까. 기본적으로 나는 닛케이 강세론자이기 때문에, 3월 중 어느 때에 적절한 단기 이평의 지지를 받은(것 처럼 보인) 뒤, 재상승 할 것으로 기대 중이다. 그게 언제인지, 어느 이평인지는 나도 모른다. 소설을 쓰자면 온갖 기술적 이론을 동원해 쓸 수는 있겠지만 무의미하다. 굳이 테크니컬한 어드바이스를 하자면, 닛케이는 이미 일봉이 아닌 월봉 차원에서의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 정도.
둘 중에 좀 더 관심을 두고 있는 Nikkei의 차트.
1은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가 발표된 날이다. 이 날 닛케이는 4%이상 급등해 마감. 그리고 그 다음 날에는 약 2% 상승한 지점에서 시가를 형성해 훼손하지 않았다. 기술적 분석에서 말하는 갭이 발생한 날.
재밌는 것은 그 때 발생한 갭을 약 2개월 넘는 시간 동안 지켜냈다는 점. 2의 지점에서 반등하는 닛케이를 보고 나름 갭의 지지력을 믿어 볼만하다고 생각했다. 추가 유동성 투입과 같은 강력한 매크로 이벤트가 나올 때 발생하는 갭은 신뢰성이 특히나 높다. 전일 발생한 이벤트를 가격이 전부 반영하지 못한 상태에서 장이 종료되고, 글로벌 마켓의 흐름을 통해 이벤트의 논리를 다시 한번 강화시킨 후, 다음날 시가에 모두 반영이 되어 지지되는 것이기 때문. 따라서 그 후 가격이 조정을 받더라도, 해당 이벤트의 방향성에 큰 변화가 없다면 갭은 대단히 유용한 매매 포인트가 된다.
연초 닛케이가 3의 지점에 왔을 때, 회사 동료에게 '닛케이가 올해의 저점에 온 듯 하다'고 말했으나 틀렸다. 얼추 비슷은 했지만 진짜 저점은 4였으니. 이럴 때에는 대충 갭 근처에서 매수해보고, 갭이 완벽히 채워지는 지점을 loss cut 라인으로 잡으면 좋다. 그 라인을 loss cut을 잡는다는 것은, 갭에서 발생했던 매크로 이벤트에 별다른 방향성 전환이 느껴지지 않더라도, 갭이 채워지면 시장의 컨센이 이미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판단하고 일단 발을 뺀다는 것. 역시나 기술적 관점.
향후 닛케이는 어떻게될까. 기본적으로 나는 닛케이 강세론자이기 때문에, 3월 중 어느 때에 적절한 단기 이평의 지지를 받은(것 처럼 보인) 뒤, 재상승 할 것으로 기대 중이다. 그게 언제인지, 어느 이평인지는 나도 모른다. 소설을 쓰자면 온갖 기술적 이론을 동원해 쓸 수는 있겠지만 무의미하다. 굳이 테크니컬한 어드바이스를 하자면, 닛케이는 이미 일봉이 아닌 월봉 차원에서의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 정도.
2015년 3월 1일 일요일
Will BOK's rate cut aggravate the problem of household debt in Korea?
Will BOK's rate cut exacerbate the problem of household debt in Korea? From the BOK's point of view, the answer is 'yes'. According to the latest Monetary Policy Committee Minutes, all of the meeting members argued that the increase in household debt is a main concern for additional monetary accommodation. Their main argument is that the lower interest rates will cause the increase in total lending to households in Korea.
Exhibit 1.Korean household debt(y-o-y) & the BOK's policy rate
The Exhibit 1 shows the y-o-y change in total household debt and the change in policy rate in Korea, as of 3Q 2014. The increasing rate of total household debt has been accelerated, since the BOK's rate cut in 2Q 2012. Accordingly, considering record-high household debt(around 1,040 trillion won), the arguments of the BOK's voting members seem reasonable.
By the way, what if we change our perspective of the 'problem of household debt'? What if we see a pragmatic measurement of household debt instead of a total size of household debt? Here I illustrate two cases like a table below.
Exhibit 2.
The case 1 describes the interest charge to household in case of the current policy rate, with an assumption of 7% annual growth rate of the total household debt. The case 2, on the other hand, represents the interest charge to household in case of 50bp rate cut, with an assumption of 10% annual growth rate of the total household debt.
The Exhibit 2 clearly shows that the rate cut would reduce the burden of the household, because a rate of decrease in interest charge(17%) is much bigger than a rate of increase in total household debt(10%). The reason why this phenomenon occured is that the absolute level of interest rate is already low. If the current interest rates stayed above 5%, the rate of decrease in interest rate should drop to 10%(5% -> 4.5%).
Setting aside the household income accumulation effect driven by a boost in business condition through the rate cut, the BOK's additional rate cut will not aggravate the problem of household debt, in my view. Even if the size of household debt is still agitated, that issue should be controlled by a stricter loan regulation like DTI/LTV, not by a monetary policy.
Exhibit 1.Korean household debt(y-o-y) & the BOK's policy rate
(source : BOK)
The Exhibit 1 shows the y-o-y change in total household debt and the change in policy rate in Korea, as of 3Q 2014. The increasing rate of total household debt has been accelerated, since the BOK's rate cut in 2Q 2012. Accordingly, considering record-high household debt(around 1,040 trillion won), the arguments of the BOK's voting members seem reasonable.
By the way, what if we change our perspective of the 'problem of household debt'? What if we see a pragmatic measurement of household debt instead of a total size of household debt? Here I illustrate two cases like a table below.
Exhibit 2.
The case 1 describes the interest charge to household in case of the current policy rate, with an assumption of 7% annual growth rate of the total household debt. The case 2, on the other hand, represents the interest charge to household in case of 50bp rate cut, with an assumption of 10% annual growth rate of the total household debt.
The Exhibit 2 clearly shows that the rate cut would reduce the burden of the household, because a rate of decrease in interest charge(17%) is much bigger than a rate of increase in total household debt(10%). The reason why this phenomenon occured is that the absolute level of interest rate is already low. If the current interest rates stayed above 5%, the rate of decrease in interest rate should drop to 10%(5% -> 4.5%).
Setting aside the household income accumulation effect driven by a boost in business condition through the rate cut, the BOK's additional rate cut will not aggravate the problem of household debt, in my view. Even if the size of household debt is still agitated, that issue should be controlled by a stricter loan regulation like DTI/LTV, not by a monetary policy.
2015년 2월 26일 목요일
이미테이션 게임
우리는 예의와 규범을 체득하면서, 그리고 다방면의 지식을 습득하면서 '세상에 정답은 없다'는 명제에 지나치게 종속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삶의 상당히 많은 부분에 정답이 존재한다. 공부가 부족해 깨치지 못했을 뿐이거나, 혹은 알아도 타인과의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아 침묵할 뿐이다. 기존의 잘못된 통념이 견고할수록 그것을 깨려는 개인의 시도는 더 큰 관계적 비용을 수반한다. 가끔 그것을 깨고 정답을 외치는 사람이 등장해 위대해지지만 필연적으로 외로워진다. 내 생각에 그런 사람은 착한 사람이기보다는 심미성을 추구하는 사람일 확률이 높다. 즉, 저 사람이 잘못된 생각을 가졌다는 점이 안타깝고 답답하고 도와주고 싶어 정답을 외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저 생각의 아름답지 못함을 참을 수가 없는 것이다.
2015년 2월 24일 화요일
불황의 경제학
왜 크루그먼의 책을 이제서야 읽기 시작했는지에 대한 자책감과, 이제라도 읽기 시작해서 다행이라는 안도감 중에 어느 것이 더 큰지 잘 모르겠다. 내가 책을 읽으며 따로 북마크를 하지 않는 경우는 둘 중 하나. 1)북마크를 할 만한 문장이 단 하나도 없어서, 2)책 전체를 나중에 다시 읽고 싶을 만큼 내용이 알차서, 인데 크루그먼의 책은 후자에 해당했다. 흔히들 어빙피셔의 실패와 케인즈 파산 경험을 예로 들며 경제학 역량과 투자는 상관관계가 없음을 역설하지만, 글쎄, 크루그먼이 투자를 했더라면 적어도 최근 10년 정도의 성과는 훌륭하지 않았을까.크루그먼에 따르면 국가경제의 신뢰도 차이에 따라 환율 절하 시의 결과가 엇갈리게 된다. 아시아 금융위기 시절 투자자들은 호주달러의 절하를 건실한 경제를 가진 호주에 투자할 좋은 기회로 여겼다. 그에 대한 결과로 호주달러의 하락은 자기제한적인 모습을 보였고, 실제로 호주는 아시아 위기 중에도 호황을 누렸다. 즉, 호주라는 국가의 경제에 대한 신뢰가 실제적인 이득으로 연결된 셈. 반면 지난 20년간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의 루피화 가치 하락은 Crisis를 떠올리게 했고, 자본유출이 발생해 실제로 Crisis가 나타났다. 경제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국가들의 환율 절하는 호황의 기회가 되었지만, 신뢰도가 낮은 국가들의 환율 절하는 자본유출을 야기했다는 것. 신뢰도는 대단히 중요하다.
그렇다면 현재 한국 국가경제의 신뢰도는 어느 수준일까? 한국은 선진국인가, 아니면 여전히 이머징 마켓인가? 몇 가지 지표와 가격의 움직임들로 미루어 볼 때, 한국은 여전히 이머징 마켓에 속해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작년에 이머징 국가들의 통화절하율과 CDS상승률을 GDP로 가중평균해 추이를 살펴본 적이 있는데, 대체로 코스피의 움직임과 역행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쉽게 말해, 이머징에서 돈이 빠지고 CDS가 상승하면 코스피도 하락세를 보인다. 또 하나의 자료적 근거는 SK증권 이은택 연구원님의 2015년 전망 보고서에서 찾을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주식시장의 PER은 이머징 마켓의 PER에 동행한다.
사실 한국이 이머징에 속한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 굳이 위와 같은 자료를 제시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김태희가 미녀라는 것에 증명이 필요한가?), 여튼 결론은 그렇다. 한국은 여전히 이머징이다. 그리고 이것이 금리인하를 반대하는 진영의 주된 논거 중 하나일 것이다. 미국이 곧 금리를 인상할텐데, 한국이 금리인하를 하면 통화가치가 하락하고 자본이 유출되어 제2의 IMF가 찾아온다는 것. 이머징에 속한 한국의 금리가 미국보다 낮아진다면 돈이 몽땅 빠져나간다는 것.
그러나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내외금리차가 좁혀진다는 사실 자체가 자본 유출을 유발할까? 아래는 국제수지 금융계정과 한-미 3년물 금리차를 함께 그려본 차트.
2012년부터 최근까지의 추이만 놓고 보면, 내외금리차의 축소가 자본유출을 유발했다는 주장이 타당해 보일 수도 있다. 한-미 3년물 금리차가 300bp에서 100bp까지 축소되는 동안, 월간 금융계정 순유출 규모는 월 30억불에서 80억불 수준까지 확대되었다. 그러나 시계를 확장해 놓고 보면 내외금리차와 금융계정 순유출의 상관관계가 매우 낮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 양국의 금리가 역전되기까지 했던 2005~2006년에도 금융계정 순유출 규모는 전혀 확대되지 않았다.
즉, 한국이 이머징급의 신뢰도를 가진 것은 맞다. 따라서 한국에서 위기의 시그널이 포착되면 자본 유출은 대단히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내외금리차가 좁혀지거나 혹은 역전되는 것이 위기의 시그널인가? 그건 아닐 것이다. 미국보다 한국의 금리가 낮다는 것을 이유로 한국에서 돈을 빼려는 유인이 클까, 아니면 한국이 미국을 따라 금리를 인상해서 가계 이자부담이 폭발하고 기업경기가 엉망이되었을 때 한국에서 돈을 빼려는 유인이 클까? 후자가 더 클 것이다.
다시 환율로 돌아와서, 그럼 달러/원 환율은 어떻게 될까? 주변국의 완화 기조에 이끌려 마지못해 금리 인하를 단행하게 되면 원화는 절하되겠지만, 이미 환시는 그런 기대감을 반영 중이기에 폭이 급격하지는 않을 것이고, 경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선에서 절하는 멈출 것이다. 내외금리차를 인식해 미국을 따라 금리를 인상하면? 경기는 엉망이되면서 Crisis를 떠올리게 할 정도의 급격한 원화 절하가 진행되고, 한국은 침체에 빠질 것이다. (쓰다보니 원화 숏은 참 매력적이란 생각이 든다. 기술적으로도 1,120원 안착 시 추가 약세를 기대해 볼 만한 상황.)
결국 현재 일각의 우려와는 정 반대로 한국의 신뢰도는 오히려 금리 인하를 통해서 얻어질 수 있다. 돈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흐른다는 격언을, 돈은 국채금리가 낮은 나라에서 국채금리가 높은 나라로 흐른다고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돈은 밸류가 낮은 곳에서 밸류 높은 곳으로 흐를 뿐이다. 문제는 한국이 불황의 경제학을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의 국가인지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것.
2015년 2월 16일 월요일
15/02/15
-1-
'알고 보면 괜찮은 사람' 이라는 평을 받는 사람이 괜찮은 사람을 만나 관계를 형성하는 경우는 드물다. 알고 보지 않아도, 그냥 딱 봐도 괜찮은 사람이 충분히 많기 때문이다. '알고 보면 괜찮은 사람' 을 만나는 사람은, 알고 보니 상대방이 괜찮다는 것을 느끼기 전에 보통 떠나게 된다. 딱 봐도 괜찮은 사람에게로.
-2-
가계부채가 우려되어 금리인하를 주저하는 한국은행의 모습은 대단히 우습다. 그렇다면 금리를 동결하거나 인상하면 가계부채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한 명은 현재 상황을 비교적 정확히 파악하고 있고, 한 명은 현재를 지나치게 낙관하고 있고, 세 명은 관망 중이고, 나머지 한 명은 본인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아예 모르고 있다. 한국의 중앙은행은 독립성, 신뢰성, 전문성을 버리고 고집, 불신, 매너리즘을 추구하고 있다. 아마도 많이 늦은 시점이 되어서야 매크로 상황에 끌려다니는 정책 대응에 나설 것이다. 지금 이 나라에서는 선구적인 정책담당자라곤 찾아 볼 수가 없다.
-3-
주말에 약속이 없으면 포스코사거리의 카페를 찾는다. 오피스 타운이기에 주말엔 타 지역에 비해 꽤 한적한 편. 주위를 둘러보면 어느 카페를 가든 주말 손님의 최소 20%는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로 채워진다. 카페에서 공부를 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데, 아마도 카페에서 공부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거나, 또는 60 평형 이상의 복층식 주택에 가족의 방해를 받지 않는 개인 서재를 가진 사람일 것이다. 내가 공부를 위해 카페에 지출하는 돈이 한 달에 10만원이 채 되지 않는데, 지금 10만원 더 비싼 월세나 1억 더 비싼 전세로 집을 옮겨도 개인 서재를 갖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나는 앞으로도 당분간 카페를 찾게 될 것이다.
-4-
Mark Ronson과 Bruno Mars의 Uptown Funk. 펑크가 미국에서 유행했던 것은 70년대인데, 당대의 경제 불황으로 인한 젊은 세대의 반항적 심리가 반영되어 있다는 평가를 받곤 한다. Uptown Funk의 성공은 추세적인가? 추세적이라면 펑크 사운드의 귀환은 현재의 어떤 심리를 반영하는가? 잘 모르겠지만 일단 신난다.
'알고 보면 괜찮은 사람' 이라는 평을 받는 사람이 괜찮은 사람을 만나 관계를 형성하는 경우는 드물다. 알고 보지 않아도, 그냥 딱 봐도 괜찮은 사람이 충분히 많기 때문이다. '알고 보면 괜찮은 사람' 을 만나는 사람은, 알고 보니 상대방이 괜찮다는 것을 느끼기 전에 보통 떠나게 된다. 딱 봐도 괜찮은 사람에게로.
-2-
가계부채가 우려되어 금리인하를 주저하는 한국은행의 모습은 대단히 우습다. 그렇다면 금리를 동결하거나 인상하면 가계부채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한 명은 현재 상황을 비교적 정확히 파악하고 있고, 한 명은 현재를 지나치게 낙관하고 있고, 세 명은 관망 중이고, 나머지 한 명은 본인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아예 모르고 있다. 한국의 중앙은행은 독립성, 신뢰성, 전문성을 버리고 고집, 불신, 매너리즘을 추구하고 있다. 아마도 많이 늦은 시점이 되어서야 매크로 상황에 끌려다니는 정책 대응에 나설 것이다. 지금 이 나라에서는 선구적인 정책담당자라곤 찾아 볼 수가 없다.
-3-
주말에 약속이 없으면 포스코사거리의 카페를 찾는다. 오피스 타운이기에 주말엔 타 지역에 비해 꽤 한적한 편. 주위를 둘러보면 어느 카페를 가든 주말 손님의 최소 20%는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로 채워진다. 카페에서 공부를 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데, 아마도 카페에서 공부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거나, 또는 60 평형 이상의 복층식 주택에 가족의 방해를 받지 않는 개인 서재를 가진 사람일 것이다. 내가 공부를 위해 카페에 지출하는 돈이 한 달에 10만원이 채 되지 않는데, 지금 10만원 더 비싼 월세나 1억 더 비싼 전세로 집을 옮겨도 개인 서재를 갖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나는 앞으로도 당분간 카페를 찾게 될 것이다.
-4-
Mark Ronson과 Bruno Mars의 Uptown Funk. 펑크가 미국에서 유행했던 것은 70년대인데, 당대의 경제 불황으로 인한 젊은 세대의 반항적 심리가 반영되어 있다는 평가를 받곤 한다. Uptown Funk의 성공은 추세적인가? 추세적이라면 펑크 사운드의 귀환은 현재의 어떤 심리를 반영하는가? 잘 모르겠지만 일단 신난다.
2015년 2월 12일 목요일
유가 하락과 미국의 고용, 투자
유가 폭락으로 미국 에너지 업계의 고용상황이 악화되고, 그에 다른 지표/경기 둔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얼마전까지만 해도 꽤 있었다. 그러나 지난 금요일 논팜이 기대치를 상회하자 그런 우려는 많이 불식되는 분위기.
정말로 유가 폭락으로 미국 고용 지표가 둔화될까? 난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본다.
역사적으로, 유가 폭락 국면에서 관련업종의 고용이 소폭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기는 한다. 약 -30%YoY의 유가 하락 시, 에너지 관련 비농업 고용은 전월비 -1만 명 수준까지 축소되는 양상. 그러나 -1만은 논팜 헤드라인에 의미있는 영향을 미치지는 숫자는 아니다. 애초에 총 고용인구에서 에너지 관련업종 고용의 비율은 고작 1~2% 남짓. 그리고 유가 폭락기는 경기 하강 국면과 대체로 일치하기 때문에, 유가 하락에 따른 관련업 고용 축소 효과를 따로 발라내어 분석하는 것 자체가 사실 어려운 일이다. 유가가 하락해서 관련업 고용이 악화되었던 것이 아니라, 유가 하락기가 보통 불황이었기에 고용시장 자체가 안 좋았던 것.
결국 저유가가 미국에 미치는 악영향은 에너지 업체들의 투자 감소 정도만 남는데, 블룸버그에 따르면 작년 4분기 oil producer들의 투자는 오히려 증가했다.
정말로 유가 폭락으로 미국 고용 지표가 둔화될까? 난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본다.
(source : bureau of labor statistics, infomax)
역사적으로, 유가 폭락 국면에서 관련업종의 고용이 소폭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기는 한다. 약 -30%YoY의 유가 하락 시, 에너지 관련 비농업 고용은 전월비 -1만 명 수준까지 축소되는 양상. 그러나 -1만은 논팜 헤드라인에 의미있는 영향을 미치지는 숫자는 아니다. 애초에 총 고용인구에서 에너지 관련업종 고용의 비율은 고작 1~2% 남짓. 그리고 유가 폭락기는 경기 하강 국면과 대체로 일치하기 때문에, 유가 하락에 따른 관련업 고용 축소 효과를 따로 발라내어 분석하는 것 자체가 사실 어려운 일이다. 유가가 하락해서 관련업 고용이 악화되었던 것이 아니라, 유가 하락기가 보통 불황이었기에 고용시장 자체가 안 좋았던 것.
결국 저유가가 미국에 미치는 악영향은 에너지 업체들의 투자 감소 정도만 남는데, 블룸버그에 따르면 작년 4분기 oil producer들의 투자는 오히려 증가했다.
정리해보면 Rig counts는 감소하는데 oil related capex와 미국의 총 생산량은 증가 중인 상황. 아직 찾아보지는 않았으나, oil 생산성 향상에 필요한 주요 장비나 부품을 판매하는 미국 기업이 있다면 주가가 긍정적일 가능성이 꽤 높을 듯.
2015년 2월 11일 수요일
15/02/10
-1-
과거에 훌륭한 성과를 냈던 투자가 가끔 머릿속에 떠오를 수는 있다. 그런데 과거의 경험에 감정을 올인하고, 오로지 그 순간들만을 추억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그 이후 그 사람의 투자가 형편 없었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당시의 뷰가 기가막히게 예리했고, 수익률이 좋았어서 추억하는 것이 아니다. 그 이후로 돈을 벌지 못해 추억하는 것이다. 지금 좋은 포지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과거에 매몰될리 없다.
-2-
투자를 하다 보면 가끔 믿기 어려울 정도의, 회복이 어려울 정도의 손실과 상처를 입는 순간이 있다. 이때 정신을 잘 차리면 그것을 다 메꾸고도 남을만한 포지션을 곧바로 잡을 수 있지만, 감정에 지배 당하면 점점 더 망가지게 된다. 나를 패닉에서 꺼내 줄 수 있는 기회는 대개 패닉 직후에 찾아오기 마련이다. 다만 그 기회를 잡을 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3-
작년 말 모임서 뵙게된 한 존경하는 트레이더님은, 시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관리하냐는 질문에 결국 수익을 내지 않으면 스트레스는 풀리지 않는다는 답변을 하셨다. 이 얘기를 회사 동료에게 했더니, 사내에도 정확히 같은 말을 했던 분이 계셨다고 한다.
-4-
위 세 문단 역시 투자에만 적용되는 내용이 아닐 것이다.
-5-
가능한 내색하지는 않았었지만 나의 연말연시는 최악이었다. 많은 일들이 뜻하지 않게,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쏟아졌고 내 의지와 뜻대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정확히 8년 전 겨울이 지금과 비슷했는데, 생각해 보면 내 20대 시절의 도약은 대부분 그 시기에 이루어졌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이길.
-6-
유세윤 최고.
과거에 훌륭한 성과를 냈던 투자가 가끔 머릿속에 떠오를 수는 있다. 그런데 과거의 경험에 감정을 올인하고, 오로지 그 순간들만을 추억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그 이후 그 사람의 투자가 형편 없었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당시의 뷰가 기가막히게 예리했고, 수익률이 좋았어서 추억하는 것이 아니다. 그 이후로 돈을 벌지 못해 추억하는 것이다. 지금 좋은 포지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과거에 매몰될리 없다.
-2-
투자를 하다 보면 가끔 믿기 어려울 정도의, 회복이 어려울 정도의 손실과 상처를 입는 순간이 있다. 이때 정신을 잘 차리면 그것을 다 메꾸고도 남을만한 포지션을 곧바로 잡을 수 있지만, 감정에 지배 당하면 점점 더 망가지게 된다. 나를 패닉에서 꺼내 줄 수 있는 기회는 대개 패닉 직후에 찾아오기 마련이다. 다만 그 기회를 잡을 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3-
작년 말 모임서 뵙게된 한 존경하는 트레이더님은, 시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관리하냐는 질문에 결국 수익을 내지 않으면 스트레스는 풀리지 않는다는 답변을 하셨다. 이 얘기를 회사 동료에게 했더니, 사내에도 정확히 같은 말을 했던 분이 계셨다고 한다.
-4-
위 세 문단 역시 투자에만 적용되는 내용이 아닐 것이다.
-5-
가능한 내색하지는 않았었지만 나의 연말연시는 최악이었다. 많은 일들이 뜻하지 않게,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쏟아졌고 내 의지와 뜻대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정확히 8년 전 겨울이 지금과 비슷했는데, 생각해 보면 내 20대 시절의 도약은 대부분 그 시기에 이루어졌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이길.
-6-
유세윤 최고.
2015년 2월 10일 화요일
My technical views (2)
지난 12월 2일 My technical views (1)을 포스팅한 이후로, 엔과 유로는 어떻게 되었을까.
1. USD/JPY
12월 중순 단기 moving average가 훼손된 이후로 변동성은 컸지만 뚜렷한 방향성은 없었다. moving average의 이탈을 청산 타이밍으로 봤지만, 다시 상회하는 것이 진입 타이밍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지금 엔화에 대한 포지션 진입을 노리는 테크니션들의 상당 수는 작년 12월에서부터 현재까지의 기간에 소위 말하는 '삼각 수렴형' 추세선을 그려 놓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난 그리지 않았다. 엔은 추가적인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테크니컬 포인트는 보이지 않는다.
2. EUR/USD
밴드 내로 회귀하기 전까지 short view를 유지하는 전략은 유효했다. 12월 ECB에서 국채매입이 없을 시 밴드를 한번 터치할 것이라는 전망도 좋았고, 1~2월에는 국채매입이 발표되었다. 그런데 마땅한 유로 숏 관련 포지션은 잡지 못했다. 실컷 블로깅은 해 놓고 스스로를 설득시키지는 못한 것이다.
3. now
테크니컬한 관점에서 해볼만 하다고 느껴지는 것들은? 닛케이 long, 원화 short, S&P long, 닥스 long, 천연가스 short 정도.
1. USD/JPY
12월 중순 단기 moving average가 훼손된 이후로 변동성은 컸지만 뚜렷한 방향성은 없었다. moving average의 이탈을 청산 타이밍으로 봤지만, 다시 상회하는 것이 진입 타이밍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지금 엔화에 대한 포지션 진입을 노리는 테크니션들의 상당 수는 작년 12월에서부터 현재까지의 기간에 소위 말하는 '삼각 수렴형' 추세선을 그려 놓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난 그리지 않았다. 엔은 추가적인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테크니컬 포인트는 보이지 않는다.
2. EUR/USD
밴드 내로 회귀하기 전까지 short view를 유지하는 전략은 유효했다. 12월 ECB에서 국채매입이 없을 시 밴드를 한번 터치할 것이라는 전망도 좋았고, 1~2월에는 국채매입이 발표되었다. 그런데 마땅한 유로 숏 관련 포지션은 잡지 못했다. 실컷 블로깅은 해 놓고 스스로를 설득시키지는 못한 것이다.
3. now
테크니컬한 관점에서 해볼만 하다고 느껴지는 것들은? 닛케이 long, 원화 short, S&P long, 닥스 long, 천연가스 short 정도.
2015년 2월 1일 일요일
15/01/31
-1-
회사가 조직원들에게 로열티를 갖도록 하는 방법은, 1)업계에서 가장 좋은 대우를 해 주거나, 2)여기서 일하다보면 가장 좋은 대우를 해 주는 곳으로 옮길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 뿐이다, 라는 내가 팔로우 중인 트위터리안의 멘트에 100% 동의한다. 그 외 회사가 조직원들에게 결속력과 로열티를 충전시키려 하는 모든 노력은 무의미하다. 아니, 무의미한 정도가 아니라 강한 역효과를 준다. 결국 그런 회사에는 남아있을 수 밖에 없는 사람들만 남게된다. 회사가 하루아침에 망하지는 않지만, 영문도 모른채 저물어가게 된다.
-2-
어릴적 같은 동네에서 친하게 지냈던 유학간 친구를 12년만에 만났다. 그 친구는 학부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지금은 건축 디자인/그래픽 관련 석박과정을 밟고 있다. 내 주변의 미국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으며 열심히 공부한 친구들에게서는 사회에 본인의 가치를 기여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자주 관찰할 수 있는데 이 친구 역시 그랬다. 그토록 긍정적인 entrepreneurship이 어디서, 어떻게 형성될 수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것이 미국의 핵심 경쟁력 중 하나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졸업 후 스타트업을 생각 중이라길래 응원해 줬다. 12년만에 만난, 나와는 다른 업종을 택한 친구가 대화가 통한다는 것 자체로 즐거움이 컸다. 물론 이러한 일 얘기는 40%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다 여자 얘기. 그래도 남자 둘이 만나 이 정도면 일 얘기를 대단히 많이 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3-
지금 내 주위의 사람을 두 부류로 나눈다면, Tiger원유ETF를 매수한 사람, 매수하지 않은 사람으로 나눌 수 있을 듯. 나는 후자. 난 어제까지 100만원이었던 코트가 오늘 50만원이라는 사실 자체로 구매의욕을 느끼는 사람은 아니다. 나는 괜찮은 물건을 나쁘지 않은 수준의 가격으로 사는 것을 좋아한다.
-4-
늘 당당하고 화려한 박정현의 무대.
회사가 조직원들에게 로열티를 갖도록 하는 방법은, 1)업계에서 가장 좋은 대우를 해 주거나, 2)여기서 일하다보면 가장 좋은 대우를 해 주는 곳으로 옮길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 뿐이다, 라는 내가 팔로우 중인 트위터리안의 멘트에 100% 동의한다. 그 외 회사가 조직원들에게 결속력과 로열티를 충전시키려 하는 모든 노력은 무의미하다. 아니, 무의미한 정도가 아니라 강한 역효과를 준다. 결국 그런 회사에는 남아있을 수 밖에 없는 사람들만 남게된다. 회사가 하루아침에 망하지는 않지만, 영문도 모른채 저물어가게 된다.
-2-
어릴적 같은 동네에서 친하게 지냈던 유학간 친구를 12년만에 만났다. 그 친구는 학부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지금은 건축 디자인/그래픽 관련 석박과정을 밟고 있다. 내 주변의 미국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으며 열심히 공부한 친구들에게서는 사회에 본인의 가치를 기여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자주 관찰할 수 있는데 이 친구 역시 그랬다. 그토록 긍정적인 entrepreneurship이 어디서, 어떻게 형성될 수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것이 미국의 핵심 경쟁력 중 하나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졸업 후 스타트업을 생각 중이라길래 응원해 줬다. 12년만에 만난, 나와는 다른 업종을 택한 친구가 대화가 통한다는 것 자체로 즐거움이 컸다. 물론 이러한 일 얘기는 40%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다 여자 얘기. 그래도 남자 둘이 만나 이 정도면 일 얘기를 대단히 많이 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3-
지금 내 주위의 사람을 두 부류로 나눈다면, Tiger원유ETF를 매수한 사람, 매수하지 않은 사람으로 나눌 수 있을 듯. 나는 후자. 난 어제까지 100만원이었던 코트가 오늘 50만원이라는 사실 자체로 구매의욕을 느끼는 사람은 아니다. 나는 괜찮은 물건을 나쁘지 않은 수준의 가격으로 사는 것을 좋아한다.
-4-
늘 당당하고 화려한 박정현의 무대.
2015년 1월 29일 목요일
On why I see the BOK's additional rate cut
The current economic condition and
inflation rates are the main factors to amend monetary policy. To examine the current
economic condition, for example, in the US, monthly payroll data is generally
used.
However, in Korea, there is no proper economic indicator to represent overall job market situation because the number of economically inactive population blurs the labor related statistics. (See the details : http://slownews.kr/19261?utm_campaign=%25ed%2595%259c%25ea%25b5%25ad-%25ec%258b%25a4%25ec%2597%2585%25eb%25a5%25a0-3%25ec%259d%2598-%25eb%25b9%2584%25eb%25b0%2580&utm_medium=rss&utm_source=rss) The following chart shows how the Korean unemployment rates misrepresent the economic condition.
The fluctuation of the GDP growth in the graph above is irrelevant to the change of the unemployment rates. Moreover, the unemployment rates stayed around only 4% during the financial crisis which occurred in 2008.
To estimate the Korean economic condition, the manufacturing BSI(Business Survey Index) from the BOK is useful than any other employment-related indicators.
Attached above describes a historical relationship between manufacturing BSI and BOK's policy rate. Empirically speaking, 80 is the key line to verify economic condition for this indicator. The BOK has never hiked the policy rate when manufacturing BSI is below 80, and has never cut the policy rate when manufacturing BSI is above 80, except for the rate hike in August 2006 and August 2008. Considering the official key line of this indicator is 100, it seems Korean companies tend to be pessimistic about the survey.
Now, here I add y-o-y inflation rate to previous chart.
The CPI went down from 2012, far below the BOK's inflation target, and the manufacturing BSI showed that Korean economy was not ready for the economic expansion. This can be a too simple approach, but I think the manufacturing BSI implies the fundamentals of Korean interest rates and is already reflected on market interest rates. The 3yr KTB has traded just around 10bp above from policy rate regardless of the BOK's decision to freeze its policy rate unanimously in January, and the curve has continued to be flattened. As long as 1)the low inflation persists, and 2)the manufacturing BSI remains below 80, I expect Korean bond market is likely to be bullish, and the conservative stance of the BOK will make the curve flatten further. The minority opinion on MPC should be exist in the first quarter, and I see the BOK will cut its policy rates by the first half year, consequentially.
However, in Korea, there is no proper economic indicator to represent overall job market situation because the number of economically inactive population blurs the labor related statistics. (See the details : http://slownews.kr/19261?utm_campaign=%25ed%2595%259c%25ea%25b5%25ad-%25ec%258b%25a4%25ec%2597%2585%25eb%25a5%25a0-3%25ec%259d%2598-%25eb%25b9%2584%25eb%25b0%2580&utm_medium=rss&utm_source=rss) The following chart shows how the Korean unemployment rates misrepresent the economic condition.
The fluctuation of the GDP growth in the graph above is irrelevant to the change of the unemployment rates. Moreover, the unemployment rates stayed around only 4% during the financial crisis which occurred in 2008.
To estimate the Korean economic condition, the manufacturing BSI(Business Survey Index) from the BOK is useful than any other employment-related indicators.
Attached above describes a historical relationship between manufacturing BSI and BOK's policy rate. Empirically speaking, 80 is the key line to verify economic condition for this indicator. The BOK has never hiked the policy rate when manufacturing BSI is below 80, and has never cut the policy rate when manufacturing BSI is above 80, except for the rate hike in August 2006 and August 2008. Considering the official key line of this indicator is 100, it seems Korean companies tend to be pessimistic about the survey.
Now, here I add y-o-y inflation rate to previous chart.
The CPI went down from 2012, far below the BOK's inflation target, and the manufacturing BSI showed that Korean economy was not ready for the economic expansion. This can be a too simple approach, but I think the manufacturing BSI implies the fundamentals of Korean interest rates and is already reflected on market interest rates. The 3yr KTB has traded just around 10bp above from policy rate regardless of the BOK's decision to freeze its policy rate unanimously in January, and the curve has continued to be flattened. As long as 1)the low inflation persists, and 2)the manufacturing BSI remains below 80, I expect Korean bond market is likely to be bullish, and the conservative stance of the BOK will make the curve flatten further. The minority opinion on MPC should be exist in the first quarter, and I see the BOK will cut its policy rates by the first half year, consequentially.
2015년 1월 27일 화요일
15/01/26
재무나 경제 교과서에서 배운 이론들을 현실에서 발견해 나가는 작업은 즐겁다. 그러나 대리인 비용을 눈앞에서 목격하는 것은 대단히 불쾌한 일이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사람의 무능함에는 바닥이 있으나, 유능함에는 한계가 없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오늘은 무능함에도 한계가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교하고 깊은 무능함은 다소의 유능함을 가진 자가 악의를 가질 때 나타난다. 그런 사람은 존재 자체로 주변을 무기력하게 만들지만, 정작 본인은 잘 먹고 잘 살고, 그것이 주변에 무기력을 다시 한번 불어넣는다. 내가 언젠가는 투자로만 생활할 날을 꿈꾸는 것도 결국 이 때문이 아니겠는가? 나는 손실을 기록할 때의 고통보다도, 조직의 부조리함과 비효율이 주는 무기력이 더 싫고 더 힘들다.
2015년 1월 26일 월요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와 금융위기를 말하다
- memo
1)
최근에는 신축성이 늘긴 했으나, 중국 통화와 미국 달러화 사이에는 오랫동안 긴밀한 관계가 있어 왔습니다. 이 말씀의 의미는, 예컨대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져 있어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낮춰 경제에 자극을 주면 중국에서도 통화정책이 원칙적으로 완화된다는 것입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와 금융위기를 말하다, 28페이지)
그렇다면 미국이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돌아서면 중국은 어떻게 대응할까? 다소 먼 이야기지만 결국 관리변동환율제를 변동환율제로 변환하게 될 것. 최소한 변동 범위라도 지속적으로 확대시켜 나갈 것이다.
2)
1920년대는 미국의 대번영기였지요. 당시에는 유럽 대부분이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아직 피폐한 상태였으므로, 세계적으로 미국 경제는 절대적인 우위에 있었습니다. 새로운 발명이 넘쳐났습니다. 사람들은 라디오 주위로 몰려들었고, 자동차도 훨씬 더 많이 보급되었지요. 1920년대에는 새로운 내구 소비재도 많이 나왔고, 경제성장도 많이 이루어졌습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와 금융위기를 말하다, 34페이지)
강력한 호황을 위해서는 새로운 내구재가 필요하다. 새로운 발명이 넘쳐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지인의 생각에 따르면 그것은 배터리. (http://smcin.blogspot.kr/2015/01/blog-post.html)
3)
경제안정 기능과 최종대부자 기능에서 연준이 실패했다는 바로 이 점이 미국의 대공황 경험이 주는 주요 교훈입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와 금융위기를 말하다, 46페이지)
연준은 80년전의 실패의 경험을 통해 금융위기를 극복했다. 그 위대한 유구함이 부러울 따름.
4)
금융규제의 방식으로 접근하여 이들 버블을 다룰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쪽이 그저 금리 인상으로 버블에 대처하는 쪽보다는 버블을 좀 더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일반적 방법입니다. 금리 인상은 버블 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에 작용하기 때문이지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와 금융위기를 말하다, 47페이지)
나도 한은이 금리 인하로 현재의 경기 상황에 대응하고, 가계부채는 LTV, DTI 규제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 주택 버블과 통화정책
버냉키는 주택 버블에 있어 통화정책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요소라고 주장한다. 1) 영국의 경우 긴축적인 통화정책 하에서도 주택시장의 과열이 관찰되는 등 통화정책과 주택가격이 따로 움직였던 국제적 사례가 있고, 2) 역사적으로 이자율의 변화는 주택가격의 일부분만을 설명하며, 3) 미국의 주택버블이 시작된 1998년은 연준의 금리 인하에 선행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든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주택 가격 상승과 가장 상관관계가 강한 것으로 나타나는 변수는 자본 유입이다(100페이지). 바꿔 말해, 그는 통화정책 자체만으로는 큰 규모의 자본 유출입이 유발되지 않는다고 보는 셈이다.
관련 읽을거리
Bernanke의 연설 www.federalreserve.gov/newsevents/speech/bernanke20100103a.htm
Jane Dokko. 'Monetary policy and the housing bubble' - Economic Policy 26권 237~287쪽
Carmen Reinhart and Vincent Reinhert, 'Pride goes before a fall: Federal reserve policy and asset markets' 2011년 2월
Kenneth Kuttner, 'Low interest rates and housing bubbles:Still no smoking gun'
Douglas Evanoff, 'The role of central banks in financial stability: How has it changed?'
- others
버냉키는 대표적인 비둘기다. 그런데 잘 뜯어보면 그는 '적극적으로 완화를 해서 경기만 살려 놓으면 대부분의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라고 말하고 있다. 어쩌면 케인지언들이야말로 극도의 시장주의적인 면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1)
최근에는 신축성이 늘긴 했으나, 중국 통화와 미국 달러화 사이에는 오랫동안 긴밀한 관계가 있어 왔습니다. 이 말씀의 의미는, 예컨대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져 있어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낮춰 경제에 자극을 주면 중국에서도 통화정책이 원칙적으로 완화된다는 것입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와 금융위기를 말하다, 28페이지)
그렇다면 미국이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돌아서면 중국은 어떻게 대응할까? 다소 먼 이야기지만 결국 관리변동환율제를 변동환율제로 변환하게 될 것. 최소한 변동 범위라도 지속적으로 확대시켜 나갈 것이다.
2)
1920년대는 미국의 대번영기였지요. 당시에는 유럽 대부분이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아직 피폐한 상태였으므로, 세계적으로 미국 경제는 절대적인 우위에 있었습니다. 새로운 발명이 넘쳐났습니다. 사람들은 라디오 주위로 몰려들었고, 자동차도 훨씬 더 많이 보급되었지요. 1920년대에는 새로운 내구 소비재도 많이 나왔고, 경제성장도 많이 이루어졌습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와 금융위기를 말하다, 34페이지)
강력한 호황을 위해서는 새로운 내구재가 필요하다. 새로운 발명이 넘쳐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지인의 생각에 따르면 그것은 배터리. (http://smcin.blogspot.kr/2015/01/blog-post.html)
3)
경제안정 기능과 최종대부자 기능에서 연준이 실패했다는 바로 이 점이 미국의 대공황 경험이 주는 주요 교훈입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와 금융위기를 말하다, 46페이지)
연준은 80년전의 실패의 경험을 통해 금융위기를 극복했다. 그 위대한 유구함이 부러울 따름.
4)
금융규제의 방식으로 접근하여 이들 버블을 다룰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쪽이 그저 금리 인상으로 버블에 대처하는 쪽보다는 버블을 좀 더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일반적 방법입니다. 금리 인상은 버블 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에 작용하기 때문이지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와 금융위기를 말하다, 47페이지)
나도 한은이 금리 인하로 현재의 경기 상황에 대응하고, 가계부채는 LTV, DTI 규제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 주택 버블과 통화정책
버냉키는 주택 버블에 있어 통화정책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요소라고 주장한다. 1) 영국의 경우 긴축적인 통화정책 하에서도 주택시장의 과열이 관찰되는 등 통화정책과 주택가격이 따로 움직였던 국제적 사례가 있고, 2) 역사적으로 이자율의 변화는 주택가격의 일부분만을 설명하며, 3) 미국의 주택버블이 시작된 1998년은 연준의 금리 인하에 선행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든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주택 가격 상승과 가장 상관관계가 강한 것으로 나타나는 변수는 자본 유입이다(100페이지). 바꿔 말해, 그는 통화정책 자체만으로는 큰 규모의 자본 유출입이 유발되지 않는다고 보는 셈이다.
관련 읽을거리
Bernanke의 연설 www.federalreserve.gov/newsevents/speech/bernanke20100103a.htm
Jane Dokko. 'Monetary policy and the housing bubble' - Economic Policy 26권 237~287쪽
Carmen Reinhart and Vincent Reinhert, 'Pride goes before a fall: Federal reserve policy and asset markets' 2011년 2월
Kenneth Kuttner, 'Low interest rates and housing bubbles:Still no smoking gun'
Douglas Evanoff, 'The role of central banks in financial stability: How has it changed?'
- others
버냉키는 대표적인 비둘기다. 그런데 잘 뜯어보면 그는 '적극적으로 완화를 해서 경기만 살려 놓으면 대부분의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라고 말하고 있다. 어쩌면 케인지언들이야말로 극도의 시장주의적인 면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2015년 1월 12일 월요일
15/01/11
1.
내가 일을 시작하며 가장 실망했던 점 중 하나는, 회사의 인프라가 학생 시절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것이었다. 유료 raw data를 실컷 만져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리고 외사 리서치를 질리도록 읽을 줄 알았는데, 그런 일은 이 곳에서는 없다. 아마도, 돈을 내면서까지 그런 것을 꼭 봐야하는지에 대해 회사 경영진은 회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물론 나는 그런 회사가 영속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그렇게까지 한다고 성과가 반드시 잘 나오는 것은 아니야' 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나 조직이 어떻게 발전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경쟁력 있고 발전하는 조직을 가지지 못한다고 해서 회사가 당장 망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경영진의 판단은 그 나름의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것일 수 있다.
2.
가수들은 대중성과 음악성 사이에서의 포지셔닝을 고민한다. 가창력이 충분히 좋은데 인기를 얻고 있지 못하다면, 트렌드에 맞는 음원을 발매하거나 예능에 출연해 대중성을 보강한다. 또는 지금 인기는 있는데 가창 능력이 형편 없다면, 온갖 트레이닝을 통해 최소 본인 곡 라이브가 가능한 수준까지 실력을 업그레이드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큰 성취를 얻는 방법은, 오히려 본인의 강점을 극대화해 버리는 데에 있다. 즉, 아예 이효리가 되거나 김범수가 되는 것이다.
투자자도 트레이딩과 뷰 사이에서 비슷한 고민을 한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뷰가 좋은데 성과가 그에 못 미친다면, 트레이딩 타이밍에 대한 테크닉을 보강하면 좋을 것이다. 반면 매매 감각은 좋은데 승률이 낮다면, 펀더멘탈 공부를 해서 뷰의 수준을 끌어올리면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투자의 세계에서도 한 쪽의 강점을 극한까지 끌어올리면 더 큰 성취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즉, 뷰가 좋다면 통찰력의 최대치를 발현시키고, 트레이딩이 좋다면 그것을 끝까지 파 보는 것이다. 다만, 그것은 결국 버핏 또는 제임스 사이먼스와 싸운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직 택도 없지만, 현재 나의 지향점은 사이먼스 보다는 버핏을 향해 있는 듯 하다. 그리고 아주 공교롭게도, 수학을 전공하고 대학원 진로를 고민하던 동생은 올해 빅데이터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나중에 만약 같이 투자를 하게 된다면 꽤나 즐거울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 본다.
내가 일을 시작하며 가장 실망했던 점 중 하나는, 회사의 인프라가 학생 시절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것이었다. 유료 raw data를 실컷 만져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리고 외사 리서치를 질리도록 읽을 줄 알았는데, 그런 일은 이 곳에서는 없다. 아마도, 돈을 내면서까지 그런 것을 꼭 봐야하는지에 대해 회사 경영진은 회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물론 나는 그런 회사가 영속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그렇게까지 한다고 성과가 반드시 잘 나오는 것은 아니야' 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나 조직이 어떻게 발전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경쟁력 있고 발전하는 조직을 가지지 못한다고 해서 회사가 당장 망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경영진의 판단은 그 나름의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것일 수 있다.
2.
가수들은 대중성과 음악성 사이에서의 포지셔닝을 고민한다. 가창력이 충분히 좋은데 인기를 얻고 있지 못하다면, 트렌드에 맞는 음원을 발매하거나 예능에 출연해 대중성을 보강한다. 또는 지금 인기는 있는데 가창 능력이 형편 없다면, 온갖 트레이닝을 통해 최소 본인 곡 라이브가 가능한 수준까지 실력을 업그레이드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큰 성취를 얻는 방법은, 오히려 본인의 강점을 극대화해 버리는 데에 있다. 즉, 아예 이효리가 되거나 김범수가 되는 것이다.
투자자도 트레이딩과 뷰 사이에서 비슷한 고민을 한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뷰가 좋은데 성과가 그에 못 미친다면, 트레이딩 타이밍에 대한 테크닉을 보강하면 좋을 것이다. 반면 매매 감각은 좋은데 승률이 낮다면, 펀더멘탈 공부를 해서 뷰의 수준을 끌어올리면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투자의 세계에서도 한 쪽의 강점을 극한까지 끌어올리면 더 큰 성취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즉, 뷰가 좋다면 통찰력의 최대치를 발현시키고, 트레이딩이 좋다면 그것을 끝까지 파 보는 것이다. 다만, 그것은 결국 버핏 또는 제임스 사이먼스와 싸운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직 택도 없지만, 현재 나의 지향점은 사이먼스 보다는 버핏을 향해 있는 듯 하다. 그리고 아주 공교롭게도, 수학을 전공하고 대학원 진로를 고민하던 동생은 올해 빅데이터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나중에 만약 같이 투자를 하게 된다면 꽤나 즐거울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 본다.
2015년 1월 7일 수요일
미국에 대한 생각
올해 연준의 첫 기준금리 인상 시기에 대한 뷰는 여전히 엇갈린다. 평균적으로는 3분기, 빠르면 2분기, 늦으면 4분기 정도로 보는 분위기였는데, 지난 FOMC서 옐런의장의 'next couple of meetings' 발언에 4월 금리인상론이 제기되며 평균적인 뷰가 조금 앞당겨지는 듯 했다. (5.0%로 수정된 3Q GDP와 고용지표 호조도 한 몫 했다.) 그러나 그리스 우려와 주가 조정 등으로 미국채 10년이 다시 2.00%에 근접하자 조기금리인상 목소리는 다시 잦아드는 중.
결국 금리 인상 시기와 관련된 컨센 이동의 중심에는 미국채 10년 금리가 있다. 즉, '기준금리를 올리기엔 장기물 금리가 너무 낮다'는 인식이 있는 것. 골드만삭스의 분석에 따르면, 과거 32번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 전후의 장기물 금리 움직임을 분석한 결과, 대체로 금리 인상이 시작되기 4~12개월 전부터 장기물 금리는 상승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측면에서만 봐도, 2~3분기의 금리인상이 논의되는 현 시점에서 미국채 10년 금리가 오르지 않는 것은 대단히 불편한 시그널일 수 밖에 없다.
미국채 장기 금리가 상승하지 않는 이유로는 1) 달러 강세라서 미국채 수급이 좋다 2) 인플레이션 압력이 너무 낮다 3) 미국 경기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의 세 가지가 지목되고 있다. 1의 경우 틀리다고 말할 순 없겠지만, 주된 요인은 아닐 것이며 입증하거나 활용할 방법도 없다. 2와 3이 역시 주 요인일텐데, 둘은 사실 같은 말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미국의 장기 금리는 오를 것인가? 나는 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임금 상승과 함께 인플레가 결국은 반등할 것이라고 본다. 현재 미국의 고용개선이 뚜렷하게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추세로 실업률이 5% 초중반까지 하락한다면 임금상승을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고용개선이 지속될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작년까지 생산 위주로 성장한 미국 산업 업황이 올해도 좋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나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 부분에서, 생산-재고 확장 사이클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실업률을 달성하기 전에 down turn 할 수도 있지 않는가, 라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유가가 상상 이상으로 폭락했고, 이는 미국소비를 일시적으로 증진시키고 있다. 덕분에 생산-재고 확장을 좀 더 연장할 수 있게 되었다. (쓰다보니 유가 폭락의 목적은 러시아 견제가 아닌 미국의 회복이 아닐까, 라는 상상까지 든다.)
요약하자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실업률 수준에 도달하면 미국경기는 본격적인 선순환 사이클에 진입할 것이고, 그 실업률 도달을 위해서는 산업의 확장 사이클이 그 때까지 유지되어야 하는데, 유가 하락에 따른 일시적 소비 개선으로 그 사이클이 늘어난 것. 즉, 나는 2015년에 미국 경기 호조가 본격적으로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는 셈.
다시 금리로 돌아와서, 그렇다면 미국의 장기 금리는 언제, 어디까지 오를 것인가? 개인적으로 실업률이 5.5% 아래로 내려가는 시점 즈음부터, 금리는 약 3.5%대까지 상승 가능할 것으로 보지만 대단히 불투명하다. 장기 미국채의 방향성 트레이딩만 할 수 있는 특수한 상황이 아닌 이상, 사실 굳이 지금 미국채 short을 외치고 싶지는 않다. 차라리 레버리지를 써서 금리 인상시기에 가장 확실한 포지션인 curve flattener를 구축하는 것이 낫지 않을지.
결국 금리 인상 시기와 관련된 컨센 이동의 중심에는 미국채 10년 금리가 있다. 즉, '기준금리를 올리기엔 장기물 금리가 너무 낮다'는 인식이 있는 것. 골드만삭스의 분석에 따르면, 과거 32번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 전후의 장기물 금리 움직임을 분석한 결과, 대체로 금리 인상이 시작되기 4~12개월 전부터 장기물 금리는 상승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측면에서만 봐도, 2~3분기의 금리인상이 논의되는 현 시점에서 미국채 10년 금리가 오르지 않는 것은 대단히 불편한 시그널일 수 밖에 없다.
(source : Goldman Sachs)
미국채 장기 금리가 상승하지 않는 이유로는 1) 달러 강세라서 미국채 수급이 좋다 2) 인플레이션 압력이 너무 낮다 3) 미국 경기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의 세 가지가 지목되고 있다. 1의 경우 틀리다고 말할 순 없겠지만, 주된 요인은 아닐 것이며 입증하거나 활용할 방법도 없다. 2와 3이 역시 주 요인일텐데, 둘은 사실 같은 말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미국의 장기 금리는 오를 것인가? 나는 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임금 상승과 함께 인플레가 결국은 반등할 것이라고 본다. 현재 미국의 고용개선이 뚜렷하게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추세로 실업률이 5% 초중반까지 하락한다면 임금상승을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고용개선이 지속될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작년까지 생산 위주로 성장한 미국 산업 업황이 올해도 좋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나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 부분에서, 생산-재고 확장 사이클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실업률을 달성하기 전에 down turn 할 수도 있지 않는가, 라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유가가 상상 이상으로 폭락했고, 이는 미국소비를 일시적으로 증진시키고 있다. 덕분에 생산-재고 확장을 좀 더 연장할 수 있게 되었다. (쓰다보니 유가 폭락의 목적은 러시아 견제가 아닌 미국의 회복이 아닐까, 라는 상상까지 든다.)
요약하자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실업률 수준에 도달하면 미국경기는 본격적인 선순환 사이클에 진입할 것이고, 그 실업률 도달을 위해서는 산업의 확장 사이클이 그 때까지 유지되어야 하는데, 유가 하락에 따른 일시적 소비 개선으로 그 사이클이 늘어난 것. 즉, 나는 2015년에 미국 경기 호조가 본격적으로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는 셈.
다시 금리로 돌아와서, 그렇다면 미국의 장기 금리는 언제, 어디까지 오를 것인가? 개인적으로 실업률이 5.5% 아래로 내려가는 시점 즈음부터, 금리는 약 3.5%대까지 상승 가능할 것으로 보지만 대단히 불투명하다. 장기 미국채의 방향성 트레이딩만 할 수 있는 특수한 상황이 아닌 이상, 사실 굳이 지금 미국채 short을 외치고 싶지는 않다. 차라리 레버리지를 써서 금리 인상시기에 가장 확실한 포지션인 curve flattener를 구축하는 것이 낫지 않을지.
미국 주식도 현 시점에서 strong buy를 외치기는 어렵다. 연 중 언젠가 금리인상이 시작되면 주가는 단기적 충격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strong buy는 그 단기적 충격에서 외쳐야 한다.
결국, 내가 만약 미국 금융시장을 거래하는 투자자라면, dollar를 long한 뒤 미국채 커브플랫에 베팅해두고, 주식 매수 시점을 계속 저울질하고 있을 듯.
2014년 12월 29일 월요일
2015년을 준비하며, 그리고 30대를 맞이하며.
고교시절, 메가스터디에서 수십억이 든 돈가방을 가지고 노량진 학원 선생님들 스카웃에 나섰다는 소문들과, 엄청나게 높은 실용음악과 입시 경쟁률을 보면서 음악 교육 비즈니스를 떠올렸다. 치밀한 고민의 결과였다기보다는, 당시 나의 최대 관심사가 음악이었다는 점과 공부에 대한 무관심이 조합된 어설픈 공상에 가까웠다. 외고 입시를 목표로 해둔 지나친 선행학습 때문에 공부를 하지 않아도 그럭저럭 점수는 나왔고, 무엇보다 내가 무슨 일을 좋아하는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전혀 몰라 대학에 관심이 없었다. 방과 후 같은 관심사를 가진 친구끼리 모여 국내외 셀러브리티들의 연주와 가창에 대해 토론하고, 녹음하고, 분석했다. 수능 100일 전 즈음에도 나는 김범수 콘서트장에 있었다. '어떻게든 졸업만 하고 시간이 생기면 내 비즈니스를 시작해 볼 수 있겠지' 라고 생각했다. 한마디로 꽤나 한심했다.
그렇게 졸업만을 기다리던 중, 우연히 어머니께서 사 오신 주식서적을 접하게 되었다. 기술적 분석 내용을 담은, 당시 베스트 셀러였던 한 변호사의 책이었는데, 그 길로 코엑스 서점에 달려가 주식 서가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버핏, 로저스, 소로스는 정말 멋졌고, 타짜 냄새가 풀풀 나는 휘황찬란한 차트 서적들도 흥미로웠다. 음악 비즈니스는 이미 머리에서 지워져버렸다.
당장 거래를 시작하고 싶었지만 여건이 문제였다. 어머니는 개방적인 분이지만,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집에서 주식을 하겠다는 것을 허락해 주실만큼은 아니었다. 나는 재수를 하겠다고 말씀드린 후, 경제 공부라는 핑계로 주식계좌 개설을 부탁드렸다.(만 20세 미만이라 계좌 개설시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했다) 그런 뒤 1년치 용돈을 가불받았고, 재수학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공부할 것을 선언했다. 2005년 2월, 20살이 되던 해, 그렇게 내 트레이딩룸이 완성되었다.
투자를 쉽게 접근해야한다는 격언을 지나치게 받아들였던 나는 기초적인 분석도 하지 않은 채 시장에 뛰어들었다. 대부분의 종목이 상승했던 시기였기에, 대충 분석해도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조금씩 수익은 났다. 그리고 그렇게 엉망으로 투자하던 중, 서울음반이라는 주식이 눈에 들어왔고 아무 근거도 없이 상장되어 있는 음반회사라는 것 하나만 보고 서울음반에 올인했다. 무식함에서 비롯된 용감함이 발동한 것이다. 문제는 매수 후 바로 다음날 터졌다. Sk에서 서울음반을 인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지금의 로엔이다). 서울음반은 그 다음날부터 연일 상한가를 기록했고, 나는 5일 이동평균선 하회를 근거로 주식을 처분했다. 일주일만에 두 배의 수익률을 올렸다. 그것이 불행의 시작이었다.
비기너스럭을 실력으로 착각한 나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나갔다. 일단 서른살까지 100억만 벌어 은퇴해야겠다는 목표를 잡았다. 당시엔 나름 '너무 빠르게 버는 것은 현실성이 없으니깐, 10년동안 100억이면 적당하겠다' 라는 생각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한 1년 정도의 성공적인 투자 내역을 공개하면, 집에서도 내 계획을 이해해 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 목표가 허황된 것임을 깨닫는 데에는 정확히 5개월이 걸렸다. 코스피가 1000포인트를 돌파해 안착해 나가는 역사적 국면에서 나는 원칙없는 빈번한 매매로 철저하게 소외되었고, 약 일주일 정도 엄청난 좌절감에 파묻혔다. 자발적으로 하고 싶은 것을 찾아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 실패한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팔면 오르고 사면 내린다는 인터넷 후기들을 보며 비웃었었는데, 어느새 내가 그 글의 주인공이 되어있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내가 좌절 후에 도달한 결론은 '공부가 부족한 것이다' 였고, 이불에서 기어나와 주식을 배우려면 무엇을 전공해야 하는지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이 경영/경제 학과를 추천하길래 부랴부랴 수능을 치룬 후 대충 점수가 맞는 학교의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목표와 계기를 바탕으로 하는 대학 생활은 재미있었다. 금융에 관련된 수업들을 모조리 신청해 듣고, 시간이 날 때마다 도서관 주식 서가의 책들을 보기 시작하여 1학년 2학기가 끝날 때 쯤 다 읽었다. 캠퍼스 내 동선에 보이는 컴퓨터마다 HTS를 설치해 시세를 가끔 확인하기도 했고, 관련 동아리도 직접 조직해 운영했다. 학과 공부는 흥미롭기도 했고, 투자금을 등록금으로 써 버리는 것도 싫어 꽤 열심히 했다. 덕분에 4년간 총 500만원이 채 안되는 돈만 학교에 내고 졸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공부를 해도 시장에 대한 예측력은 향상되지 않았다. 전통적인 가치투자 스타일을 추종했던 동아리 형의 말처럼, 절대적 염가에 거래되는 주식을 찾아 수익이 날 때까지 보유하는 것이 투자의 전부인지 늘 고민했다. 그런 방법이 틀린 것은 아니겠지만, 매년 단위로 수익을 기록하는 투자자들을, 파생상품 트레이더들을, 그리고 소로스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좀 더 투자라는 행위의 속성을 이해하는데 전념하고 싶었고, 마침 입대시기도 다가와 2학년을 마치고 휴학을 했다. 인사이트 펀드가 돈을 끌어 모으기 시작하는 한편, 박경철씨, 김학주씨, 김영익씨는 중국의 버블 가능성을 경고하는 흥미진진한 시기였다. 특히 김학주센터장의 '중국은 달리는 자전거다. 멈추면 넘어진다.'는 표현은 매우 인상깊었었다.
당시 내가 한창 파생상품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시기였기에, 휴학과 동시에 파생상품 이론과 트레이딩 테크닉들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선물과 옵션의 기초를 공부하면서 매매전략과 기술적 분석에 대한 책들을 읽고 정리하는 것을 병행했다. 특히 기술적분석은 그 효용성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 보고자 대중적인 지표들의 계산법과 역사를 거의 다 뜯어보고 노트에 요약했다.
약 6개월 동안 공부한 후에 얻은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파생상품은 변동성 게임이다. 전략은 손실을 작게 하고 수익을 크게 하는 것을 뜻하는데, 그 중 하나만 고르라면 손실을 작게 하는 것을 택해야 한다. 기술적 지표는 분석의 근거가 될 순 없지만 참고하지 않을 수도 없다. 각기 다른 시기에, 다른 시장에서, 다른 계산법을 통해 가격을 분석했던 수 많은 기술적 분석가들이 가리키는 포인트에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은 매우 놀랍다.'
그리고 나는 이 결론을 근거로 디테일한 매매전략을 하나 짰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일반적인 변동성을 벗어나는 국면을 찾아 짧은 로스컷을 걸고 진입한 뒤 청산은 테크니컬한 지표를 참고하는 전략이었다. 간략한 검증 기간을 거친 뒤 옵션 매수전용 계좌를 통해 직접 거래에 나섰다. 그 때가 2008년 5월이었다.
금융위기가 시작되던 시기의 높은 변동성과 맞물려 내 전략은 승승장구했다. 5월부터 10월까지 6개월 동안 누적 수익률은 무려 500%를 초과했고, 월간 기준으로도 8월 한 달을 제외하고는 매월 수익을 냈다. 투입 금액이 크지는 않았지만, 학생 신분으로는 아주 적은 액수도 아니었다. 마침내 성배를 찾았다는 생각에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아침에 일어나 3시까지 트레이딩 한 뒤, 4시까지 그 날 시장을 정리하고, 책을 보거나 운동 하거나 친구들을 만났다. 책에서만 봐오던 성공한 트레이더의 미니어쳐쯤을 경험했던 셈이다.
그렇게 들뜬 기분과 늘어난 계좌 잔고, 폭락하는 시장을 뒤로 하고 2008년 11월 입대했다. 아쉽기는 했지만 참을만 했다. 전략은 터득했으니 전역 후에 투자를 재개하면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친구에게 훈련소로 간략한 시황을 담은 편지를 보내달라고 부탁하긴 했다.
군 생활 중에도 시장 업데이트와 독서는 계속 했고, 내 전략이 여전히 잘 통하는지에 대한 테스트도 빠짐없이 기록했다. 그것은 나에게 매매를 못 한다는 괴로움과 전략이 아직 유효하다는 안도감을 동시에 안겨주는 일이었다. 입대 후 1년까지만 해도 내 전략은 상당히 잘 맞는 편이었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애초에 평균적인 변동성이 높아야 작동하는 내 전략은, 전역 일자가 가까워지고 시장이 금융위기의 그늘에서 점진적으로 벗어날 수록 점점 부정확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전역한 후에는 완전히 Whipsaw의 재물이 되는 전략이 되었다. 전역 후 2개월 정도 필터링과 변수를 변경해 매매해보았지만 손실만 기록하고 접어 버렸다.
지금 돌이켜보면 특정 국면에서 작동하던 전략이 언젠가 쓸모 없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 때는 내 전략에 대한 자기신뢰가 너무 강해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생각을 하지 못했다기 보다는, 받아들이기 싫었던 것에 가까웠던 것 같다. 드디어 내 손으로 찾은 성배가 녹아내리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던 것이다. 나는 '알고리즘 트레이딩이 너무 많아져서 시장에 노이즈가 급증한 영향이다' 라는 엉뚱한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
그리고는 오기로 알고리즘 트레이딩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경영학과 학부 수준의 수학과 통계적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알고리즘 트레이딩을 공부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가능한한 컨셉이라도 이해해보려 애썼다. HFT는 결국 빠른 주문 속도를 기반으로 시장 룰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틈새를 비집는 것이었고, 모델링을 기반으로 하는 트레이딩은 어떤 모델을 적용할지에 대해 투자자의 최종적인 인사이트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만능은 아니었다. 나도 못 만들 이유는 없다는 생각에 평소 가지고 있던 아이디어를 엑셀에 어설프게 옮긴 뒤, 수학을 전공하는 동생에게 부탁해 binomial model을 통해 구현해 보았다.
결과는? 기대 수익이 아주 정확하게도 0에 수렴했다. 수수료와 슬리피지를 지불하는 속도에 비례해 훌륭하게 죽을 수 있는 모델이었다. 그 때가 복학 후 3학년이 끝나가던 시기였는데, 회의감과 허탈함이 극에 달했다. 시장을 쳐다보기도 싫어 보유 중이던 주식도 전부 처분했다. 30살에 100억은 커녕, 과연 내가 투자를 업으로 삼을 수나 있을지, 삼을 수 없다면 이제와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교수님들에게 상담을 요청하면, 90%는 대학원 유학을 권하고, 10%는 어느어느 회사가 좋다는 추천을 했다. 모두 다 내가 원하는, 끌리는 답은 아니었다. 학교도 다니기 귀찮아져서 4학년 1학기에 24학점을 이수한 뒤 조기졸업해버렸다.
졸업 후 고민을 이리저리 해 보았지만, 결국은 업무강도 대비 페이가 좋은 직장에서 일하며 장기 보유식의 개인 투자로 자산을 불려나가는 것이 내 인생의 최선으로 보였다. 그런 방향에 가장 잘 맞는 곳은 금융권 공사라고 판단해 지원했고, 운 좋게도 모 국책은행의 면접 기회를 얻었다. 1차 면접에서 면접관들이 나에게, '본인 생각에 대학 등록금이 싸다고 생각하는가? 비싸다고 생각하는가? 30자내로 설명해 보라' 고 요구했고, 나는 '학교 공부만 했는데 입행 필기시험에 합격한 것을 보면 싸게 다닌 것 같다' 고 답했다. 세 면접관 모두가 아주 크게 웃었고, 나는 두 가지 생각을 했다. 1) 1차 면접은 합격 했구나, 2) 이 정도 대답에 크게 웃을 정도로 이곳은 보수적이구나. 둘 다 적중했다.
하지만 정작 그 국책은행의 최종면접 결과가 나오기 하루 전날 밤 나는 한숨도 자지 못했다. 합격하지 못할까봐 가슴을 졸여서가 아니라, 합격 후에 펼쳐질 평범한 샐러리맨 인생이 두려워서. 취업 자체가 어려운 시기에, 무려 국책은행을 합격해 놓고 가지 않을 자신은 없으니 분명히 다니게 될텐데, 시장이란 공간과의 인연은 이렇게 마무리되는 것인가 싶었다. 아마도 그 날 합격 결과를 기다리던 사람들 중에 합격될까봐 진심으로 두려워했던 사람은 나밖에 없었을 것이다. 사실 그 곳에 간다하여 시장 관련 커리어를 밟을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왠지 모르게 안정적인 분위기에 매몰되어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행히도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체육면접이랍시고 단체 줄넘기까지 한 것을 생각하면 좀 화가 났지만, 그래도 그렇게 후련할 수가 없었다. 그 길로 증권사, 운용사, 자문사 등에 지원서를 적극적으로 내기 시작했고, 결국 또 다시 운이 작용하여 한 금융기관에 입사했다. 그리고 1년씩 각기 다른 부서에서 일을 하다보니 20대가 끝났다. 타 업계 종사자가 이 글을 읽으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내 세대의 투자관련 업종 종사자로서는 아주 전형적인 스토리 중 하나일 것이다.
즉, 나의 20대는 투자와 공부가 키워드였다. 음악과 운동도 있었지만 그것은 머리를 식히는 수단에 불과했다. 사랑도 있었지만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다시 새로운 만남을 지향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의 대부분을 투자와 공부로 치환했다. 신나게 놀기도 했지만 어떤 놀이도 투자만큼 재미있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나의 30대의 키워드는 무엇이어야 할까. 역시 투자와 공부일 것이고, 다만 사람이라는 단어가 하나 추가될 것이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이 대단히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회사에 다니면서 절감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투자나 리서치 역시 타인과의 교류를 통해 깊어지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30대의 목표는? 50억을 모아 은퇴해 투자자하며 사는 것. 액수와 은퇴 후의 계획이 조금 바뀌었다.
이처럼 다소 엉성한 그림을 바탕으로 세운 2015년 계획은 대략 이렇다.
1. 블로그는 계속 쓰고, 한 달에 하나는 영어로 포스팅을 한다. 영어에 대한 피드백은 유학다녀온 사내 동료의 도움을 받을 계획. 그리고 포스팅 횟수가 조금 줄더라도, 투자에 대한 글의 비중을 확대하려 한다.
2. 점심시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해 사람들을 만난다. 특히 업계 사람일수록 저녁보다는 점심시간의 집중력이 높았다. 최대한 식사를 빠르게 하고 카페로 가는 것이 좋다.
3. 좋은 인상을 받았던 사람에게 먼저 다가간다. 시간이 맞는다면 소규모 모임을 만든다.
4. 책을 읽을 때 메모와 정리를 적극적으로 한다. 즉, 공부하는 기분으로 한다. 어차피 책을 사서 읽는 편인데, 그 동안 무엇을 위해 북마크만 하며 책을 깨끗하게 읽었을까? 다독만 해서는 나에게 남는 것이 없다.
5. 운동은 지금 하는 헬스와 검도로 족하다. 더 추가하지 말자.
6. 무리 없이 아웃소싱이 가능한 것들은 최대한 아웃소싱하여 내 일에 집중한다. 매크로 분석력과 리서치 업그레이드를 위한 기본적인 공부에 시간을 더 할애할 것.
7. 평일 수면 시간을 더 줄이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주말 수면 시간은 줄일 수 있을 듯 하다.
8. 여행 횟수를 줄인다. 올해 의식적으로 많은 여행을 다녔고, 여행 경험은 이정도면 충분한 듯 하다. 여행은 재충전적인 측면과 소모적인 측면을 모두 가지고 있는데, 둘을 상쇄하면 남는게 크지는 않다.
최선의 방향을 따라 세부 계획들은 다듬어 나가겠지만, 위의 8개 내용들은 크게 수정될 여지가 없어 보인다. 목표를 달성하는 30대가 되고, 더 나은 사람이 되는 2015년이 되길 바라며.
그렇게 졸업만을 기다리던 중, 우연히 어머니께서 사 오신 주식서적을 접하게 되었다. 기술적 분석 내용을 담은, 당시 베스트 셀러였던 한 변호사의 책이었는데, 그 길로 코엑스 서점에 달려가 주식 서가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버핏, 로저스, 소로스는 정말 멋졌고, 타짜 냄새가 풀풀 나는 휘황찬란한 차트 서적들도 흥미로웠다. 음악 비즈니스는 이미 머리에서 지워져버렸다.
당장 거래를 시작하고 싶었지만 여건이 문제였다. 어머니는 개방적인 분이지만,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집에서 주식을 하겠다는 것을 허락해 주실만큼은 아니었다. 나는 재수를 하겠다고 말씀드린 후, 경제 공부라는 핑계로 주식계좌 개설을 부탁드렸다.(만 20세 미만이라 계좌 개설시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했다) 그런 뒤 1년치 용돈을 가불받았고, 재수학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공부할 것을 선언했다. 2005년 2월, 20살이 되던 해, 그렇게 내 트레이딩룸이 완성되었다.
투자를 쉽게 접근해야한다는 격언을 지나치게 받아들였던 나는 기초적인 분석도 하지 않은 채 시장에 뛰어들었다. 대부분의 종목이 상승했던 시기였기에, 대충 분석해도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조금씩 수익은 났다. 그리고 그렇게 엉망으로 투자하던 중, 서울음반이라는 주식이 눈에 들어왔고 아무 근거도 없이 상장되어 있는 음반회사라는 것 하나만 보고 서울음반에 올인했다. 무식함에서 비롯된 용감함이 발동한 것이다. 문제는 매수 후 바로 다음날 터졌다. Sk에서 서울음반을 인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지금의 로엔이다). 서울음반은 그 다음날부터 연일 상한가를 기록했고, 나는 5일 이동평균선 하회를 근거로 주식을 처분했다. 일주일만에 두 배의 수익률을 올렸다. 그것이 불행의 시작이었다.
비기너스럭을 실력으로 착각한 나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나갔다. 일단 서른살까지 100억만 벌어 은퇴해야겠다는 목표를 잡았다. 당시엔 나름 '너무 빠르게 버는 것은 현실성이 없으니깐, 10년동안 100억이면 적당하겠다' 라는 생각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한 1년 정도의 성공적인 투자 내역을 공개하면, 집에서도 내 계획을 이해해 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 목표가 허황된 것임을 깨닫는 데에는 정확히 5개월이 걸렸다. 코스피가 1000포인트를 돌파해 안착해 나가는 역사적 국면에서 나는 원칙없는 빈번한 매매로 철저하게 소외되었고, 약 일주일 정도 엄청난 좌절감에 파묻혔다. 자발적으로 하고 싶은 것을 찾아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 실패한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팔면 오르고 사면 내린다는 인터넷 후기들을 보며 비웃었었는데, 어느새 내가 그 글의 주인공이 되어있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내가 좌절 후에 도달한 결론은 '공부가 부족한 것이다' 였고, 이불에서 기어나와 주식을 배우려면 무엇을 전공해야 하는지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이 경영/경제 학과를 추천하길래 부랴부랴 수능을 치룬 후 대충 점수가 맞는 학교의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목표와 계기를 바탕으로 하는 대학 생활은 재미있었다. 금융에 관련된 수업들을 모조리 신청해 듣고, 시간이 날 때마다 도서관 주식 서가의 책들을 보기 시작하여 1학년 2학기가 끝날 때 쯤 다 읽었다. 캠퍼스 내 동선에 보이는 컴퓨터마다 HTS를 설치해 시세를 가끔 확인하기도 했고, 관련 동아리도 직접 조직해 운영했다. 학과 공부는 흥미롭기도 했고, 투자금을 등록금으로 써 버리는 것도 싫어 꽤 열심히 했다. 덕분에 4년간 총 500만원이 채 안되는 돈만 학교에 내고 졸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공부를 해도 시장에 대한 예측력은 향상되지 않았다. 전통적인 가치투자 스타일을 추종했던 동아리 형의 말처럼, 절대적 염가에 거래되는 주식을 찾아 수익이 날 때까지 보유하는 것이 투자의 전부인지 늘 고민했다. 그런 방법이 틀린 것은 아니겠지만, 매년 단위로 수익을 기록하는 투자자들을, 파생상품 트레이더들을, 그리고 소로스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좀 더 투자라는 행위의 속성을 이해하는데 전념하고 싶었고, 마침 입대시기도 다가와 2학년을 마치고 휴학을 했다. 인사이트 펀드가 돈을 끌어 모으기 시작하는 한편, 박경철씨, 김학주씨, 김영익씨는 중국의 버블 가능성을 경고하는 흥미진진한 시기였다. 특히 김학주센터장의 '중국은 달리는 자전거다. 멈추면 넘어진다.'는 표현은 매우 인상깊었었다.
당시 내가 한창 파생상품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시기였기에, 휴학과 동시에 파생상품 이론과 트레이딩 테크닉들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선물과 옵션의 기초를 공부하면서 매매전략과 기술적 분석에 대한 책들을 읽고 정리하는 것을 병행했다. 특히 기술적분석은 그 효용성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 보고자 대중적인 지표들의 계산법과 역사를 거의 다 뜯어보고 노트에 요약했다.
약 6개월 동안 공부한 후에 얻은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파생상품은 변동성 게임이다. 전략은 손실을 작게 하고 수익을 크게 하는 것을 뜻하는데, 그 중 하나만 고르라면 손실을 작게 하는 것을 택해야 한다. 기술적 지표는 분석의 근거가 될 순 없지만 참고하지 않을 수도 없다. 각기 다른 시기에, 다른 시장에서, 다른 계산법을 통해 가격을 분석했던 수 많은 기술적 분석가들이 가리키는 포인트에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은 매우 놀랍다.'
그리고 나는 이 결론을 근거로 디테일한 매매전략을 하나 짰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일반적인 변동성을 벗어나는 국면을 찾아 짧은 로스컷을 걸고 진입한 뒤 청산은 테크니컬한 지표를 참고하는 전략이었다. 간략한 검증 기간을 거친 뒤 옵션 매수전용 계좌를 통해 직접 거래에 나섰다. 그 때가 2008년 5월이었다.
금융위기가 시작되던 시기의 높은 변동성과 맞물려 내 전략은 승승장구했다. 5월부터 10월까지 6개월 동안 누적 수익률은 무려 500%를 초과했고, 월간 기준으로도 8월 한 달을 제외하고는 매월 수익을 냈다. 투입 금액이 크지는 않았지만, 학생 신분으로는 아주 적은 액수도 아니었다. 마침내 성배를 찾았다는 생각에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아침에 일어나 3시까지 트레이딩 한 뒤, 4시까지 그 날 시장을 정리하고, 책을 보거나 운동 하거나 친구들을 만났다. 책에서만 봐오던 성공한 트레이더의 미니어쳐쯤을 경험했던 셈이다.
그렇게 들뜬 기분과 늘어난 계좌 잔고, 폭락하는 시장을 뒤로 하고 2008년 11월 입대했다. 아쉽기는 했지만 참을만 했다. 전략은 터득했으니 전역 후에 투자를 재개하면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친구에게 훈련소로 간략한 시황을 담은 편지를 보내달라고 부탁하긴 했다.
군 생활 중에도 시장 업데이트와 독서는 계속 했고, 내 전략이 여전히 잘 통하는지에 대한 테스트도 빠짐없이 기록했다. 그것은 나에게 매매를 못 한다는 괴로움과 전략이 아직 유효하다는 안도감을 동시에 안겨주는 일이었다. 입대 후 1년까지만 해도 내 전략은 상당히 잘 맞는 편이었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애초에 평균적인 변동성이 높아야 작동하는 내 전략은, 전역 일자가 가까워지고 시장이 금융위기의 그늘에서 점진적으로 벗어날 수록 점점 부정확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전역한 후에는 완전히 Whipsaw의 재물이 되는 전략이 되었다. 전역 후 2개월 정도 필터링과 변수를 변경해 매매해보았지만 손실만 기록하고 접어 버렸다.
지금 돌이켜보면 특정 국면에서 작동하던 전략이 언젠가 쓸모 없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 때는 내 전략에 대한 자기신뢰가 너무 강해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생각을 하지 못했다기 보다는, 받아들이기 싫었던 것에 가까웠던 것 같다. 드디어 내 손으로 찾은 성배가 녹아내리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던 것이다. 나는 '알고리즘 트레이딩이 너무 많아져서 시장에 노이즈가 급증한 영향이다' 라는 엉뚱한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
그리고는 오기로 알고리즘 트레이딩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경영학과 학부 수준의 수학과 통계적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알고리즘 트레이딩을 공부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가능한한 컨셉이라도 이해해보려 애썼다. HFT는 결국 빠른 주문 속도를 기반으로 시장 룰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틈새를 비집는 것이었고, 모델링을 기반으로 하는 트레이딩은 어떤 모델을 적용할지에 대해 투자자의 최종적인 인사이트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만능은 아니었다. 나도 못 만들 이유는 없다는 생각에 평소 가지고 있던 아이디어를 엑셀에 어설프게 옮긴 뒤, 수학을 전공하는 동생에게 부탁해 binomial model을 통해 구현해 보았다.
결과는? 기대 수익이 아주 정확하게도 0에 수렴했다. 수수료와 슬리피지를 지불하는 속도에 비례해 훌륭하게 죽을 수 있는 모델이었다. 그 때가 복학 후 3학년이 끝나가던 시기였는데, 회의감과 허탈함이 극에 달했다. 시장을 쳐다보기도 싫어 보유 중이던 주식도 전부 처분했다. 30살에 100억은 커녕, 과연 내가 투자를 업으로 삼을 수나 있을지, 삼을 수 없다면 이제와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교수님들에게 상담을 요청하면, 90%는 대학원 유학을 권하고, 10%는 어느어느 회사가 좋다는 추천을 했다. 모두 다 내가 원하는, 끌리는 답은 아니었다. 학교도 다니기 귀찮아져서 4학년 1학기에 24학점을 이수한 뒤 조기졸업해버렸다.
졸업 후 고민을 이리저리 해 보았지만, 결국은 업무강도 대비 페이가 좋은 직장에서 일하며 장기 보유식의 개인 투자로 자산을 불려나가는 것이 내 인생의 최선으로 보였다. 그런 방향에 가장 잘 맞는 곳은 금융권 공사라고 판단해 지원했고, 운 좋게도 모 국책은행의 면접 기회를 얻었다. 1차 면접에서 면접관들이 나에게, '본인 생각에 대학 등록금이 싸다고 생각하는가? 비싸다고 생각하는가? 30자내로 설명해 보라' 고 요구했고, 나는 '학교 공부만 했는데 입행 필기시험에 합격한 것을 보면 싸게 다닌 것 같다' 고 답했다. 세 면접관 모두가 아주 크게 웃었고, 나는 두 가지 생각을 했다. 1) 1차 면접은 합격 했구나, 2) 이 정도 대답에 크게 웃을 정도로 이곳은 보수적이구나. 둘 다 적중했다.
하지만 정작 그 국책은행의 최종면접 결과가 나오기 하루 전날 밤 나는 한숨도 자지 못했다. 합격하지 못할까봐 가슴을 졸여서가 아니라, 합격 후에 펼쳐질 평범한 샐러리맨 인생이 두려워서. 취업 자체가 어려운 시기에, 무려 국책은행을 합격해 놓고 가지 않을 자신은 없으니 분명히 다니게 될텐데, 시장이란 공간과의 인연은 이렇게 마무리되는 것인가 싶었다. 아마도 그 날 합격 결과를 기다리던 사람들 중에 합격될까봐 진심으로 두려워했던 사람은 나밖에 없었을 것이다. 사실 그 곳에 간다하여 시장 관련 커리어를 밟을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왠지 모르게 안정적인 분위기에 매몰되어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행히도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체육면접이랍시고 단체 줄넘기까지 한 것을 생각하면 좀 화가 났지만, 그래도 그렇게 후련할 수가 없었다. 그 길로 증권사, 운용사, 자문사 등에 지원서를 적극적으로 내기 시작했고, 결국 또 다시 운이 작용하여 한 금융기관에 입사했다. 그리고 1년씩 각기 다른 부서에서 일을 하다보니 20대가 끝났다. 타 업계 종사자가 이 글을 읽으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내 세대의 투자관련 업종 종사자로서는 아주 전형적인 스토리 중 하나일 것이다.
즉, 나의 20대는 투자와 공부가 키워드였다. 음악과 운동도 있었지만 그것은 머리를 식히는 수단에 불과했다. 사랑도 있었지만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다시 새로운 만남을 지향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의 대부분을 투자와 공부로 치환했다. 신나게 놀기도 했지만 어떤 놀이도 투자만큼 재미있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나의 30대의 키워드는 무엇이어야 할까. 역시 투자와 공부일 것이고, 다만 사람이라는 단어가 하나 추가될 것이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이 대단히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회사에 다니면서 절감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투자나 리서치 역시 타인과의 교류를 통해 깊어지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30대의 목표는? 50억을 모아 은퇴해 투자자하며 사는 것. 액수와 은퇴 후의 계획이 조금 바뀌었다.
이처럼 다소 엉성한 그림을 바탕으로 세운 2015년 계획은 대략 이렇다.
1. 블로그는 계속 쓰고, 한 달에 하나는 영어로 포스팅을 한다. 영어에 대한 피드백은 유학다녀온 사내 동료의 도움을 받을 계획. 그리고 포스팅 횟수가 조금 줄더라도, 투자에 대한 글의 비중을 확대하려 한다.
2. 점심시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해 사람들을 만난다. 특히 업계 사람일수록 저녁보다는 점심시간의 집중력이 높았다. 최대한 식사를 빠르게 하고 카페로 가는 것이 좋다.
3. 좋은 인상을 받았던 사람에게 먼저 다가간다. 시간이 맞는다면 소규모 모임을 만든다.
4. 책을 읽을 때 메모와 정리를 적극적으로 한다. 즉, 공부하는 기분으로 한다. 어차피 책을 사서 읽는 편인데, 그 동안 무엇을 위해 북마크만 하며 책을 깨끗하게 읽었을까? 다독만 해서는 나에게 남는 것이 없다.
5. 운동은 지금 하는 헬스와 검도로 족하다. 더 추가하지 말자.
6. 무리 없이 아웃소싱이 가능한 것들은 최대한 아웃소싱하여 내 일에 집중한다. 매크로 분석력과 리서치 업그레이드를 위한 기본적인 공부에 시간을 더 할애할 것.
7. 평일 수면 시간을 더 줄이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주말 수면 시간은 줄일 수 있을 듯 하다.
8. 여행 횟수를 줄인다. 올해 의식적으로 많은 여행을 다녔고, 여행 경험은 이정도면 충분한 듯 하다. 여행은 재충전적인 측면과 소모적인 측면을 모두 가지고 있는데, 둘을 상쇄하면 남는게 크지는 않다.
최선의 방향을 따라 세부 계획들은 다듬어 나가겠지만, 위의 8개 내용들은 크게 수정될 여지가 없어 보인다. 목표를 달성하는 30대가 되고, 더 나은 사람이 되는 2015년이 되길 바라며.
2014년 12월 26일 금요일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읽을 책, 읽고 있는 책, 다 읽고 리뷰를 쓰려는 책이 쌓여 있지만 그래도 선물 받은 책을 먼저 읽는 것이 맞겠다 싶어 위화의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간다' 를 오늘 다 읽었다. 소설이나 수필을 거의 읽지 않는 나로서는, 선물 받지 않았더라면 접해 볼 일이 없었을 따뜻한 책이다. 그래서 책을 주고 받거나 돌려 보는 것은 즐겁다. 독서의 편식을 많이 줄일 수 있기 때문.메모와 북마크를 많이 했지만 결국 책을 덮고 떠오르는 것은 세 가지다. 중국화 하는 한국, 글쓰기, 산채현상.
1. 중국화 하는 한국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간 마오쩌둥 시대를 그리워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런 사람들 대부분이 막연한 그리움 때문에 그렇게 느낄 뿐, 정말로 그 시대로 돌아가고 싶은 것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마오쩌둥 시대는 비록 생활이 궁핍하고 인간 본성에 대한 압박이 심했지만, 보편적인 잔혹함이나 생존경쟁은 없었다.
(중략)
하지만 오늘날의 중국은 완전히 다르다. 극심한 경쟁과 거대한 압력이 수많은 중국인의 생활과 생존을 전쟁으로 만들고 있다. 이러한 사회 환경에서는 자연스레 약육강식의 논리와 함께 호화스러운 사치 추구와 온갖 속임수가 유행한다. 따라서 자신의 본분에 만족하면서 소박하게 사는 사람들은 항상 도태되고 담이 큰 사람들만 성공한다.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위화, 56page)
'차이'라는 단어가 좁은 의미에서 넓은 의미로 확대되고 공허한 사상에서 실제적 상황으로 변해버린 뒤, 오늘날 중국이 안고 있는 사회문제의 확장과 사회갈등의 격화를 드러내게 된 것이다.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위화, 205page)
어떤 사람이 계산한 바에 의하면 오늘날 자녀 하나를 대학에 보내려면 도시 주민의 4.2년치 수입을, 농민의 13.6년치 수입을 고스란히 갖다 바쳐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대약진식 신입생 모집으로 인해 대학졸업생들의 취업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현재 매년 백만 명 이상의 대학 졸업자들이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고, 이는 이미 중국의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자녀들이 무사히 대학을 졸업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느라 가산을 탕진하고 빚에 허덕이는 가난한 부모들이 부지기수이다. 하지만 이렇게 대학을 졸업한 자녀들은 졸업과 동시의 중국의 방대한 실업자 대열의 일원이 되고 만다.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위화, 229page)
단어 몇 개만 바꾸고 출처를 삭제한다면, 위 문장들은 한국을 묘사하는 글로 보일 것이다. 문화대혁명과 덩샤오핑 시기의 중국을 보고 지금의 한국이 떠오른다는 것은 참담한 일이다.
저자의 말처럼 부의 격차에 대한 문제의식은 늘 존재해왔다. 문제는 그것이 실제적 상황으로 변했을 때 사회 갈등이 격화된다는 것. 지인들끼리 '어떤 부자의 삶'을 심심풀이로 이야기하며 부러워하는 것과, 1억 5천의 전세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고민하는 중에 부모님에게서 받은 4억5천으로 강남권에서 신혼을 시작하는 친구를 바라보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심지어 애초에 이러한 이유로 사랑을 시작할 수 조차 없는 상황이라면, 그 사람의 스트레스와 분노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건축학개론에서 술취한 서연을 부축해 방으로 데리고 가는 강남오빠를 바라보는 승민의 심정을 계속 느끼는 셈이다.
그리고 나는 같은 부의 격차라도 중국보다 한국의 케이스가 더욱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아주 단순하게, 한국이 중국보다 작은 나라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불균형을 통계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겠으나, 그 정도 사이즈의 국토와 사람을 보유한 나라에서 지역별, 계층별 불균형이 없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무리다. 그것도 고성장과 격변의 시기에서. 위화가 느끼는 중국의 불균형 정도가 어느 정도 수준일지 모르겠지만, 사회 구성원 개개인이 받는 스트레스의 양은 한국이 중국을 압도할 것이다.
한국의 불균형은 해소될 수 있을까? 그럴만한 시그널은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현 정부에서는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불균형의 심화는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는가? 일전에 읽었던 책 '이케아 세대'의 주장처럼, 소비를 줄이는 방식으로 무언의 항거가 시작될까? 일부 공감은 가지만 불확실하다. 예를 들어, 결혼을 포기한 30대 직장인은 소비를 줄이고 월급을 저축할까? 아니다. 소비의 액수는 결국 결혼하는 사람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클 것이다. 나는 이것을 '포기적 소비'라고 부르곤 한다. 모아봤자 의미 없다는 생각에 다 쓰는 것. 즉, 부의 불균형은 소비침체에 따른 성장률 저하를 불러일으키기 보다는, 구성원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꿔 놓을 것이다. 30대를 예로 들었으나, 부의 불균형에 따른 교육 격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다른 세대들도 마찬가지.
(불균형과 성장의 관계에 대한 논란은 현재진행형인데, 이 링크를 읽어 보면 좋다. http://mobile.abc.net.au/news/2014-12-02/does-the-gap-between-rich-and-poor-affect-a-countrys-growth/5906486)
결국 한국은 중국화되고 있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원래 중국화되어 있었고, 당분간은 지속될 것이다. 위대한 리더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시스템적인 자정기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까지도 우리는 중국을 닮았다.
2. 글쓰기
하지만 문화대혁명 시기의 대자보 쓰기와 오늘날 블로그 쓰기가 갖는 한 가지 공통점은 둘 다 자신의 존재 가치를 드러내기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위화, 115page)
혼자서 뭔가 경험하지 않으면 자신의 인생을 이해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직접 써보지 않으면 자신이 무엇을 쓸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위화, 137page)
누구나 일생을 통틀어 표현하고 싶은 무수한 욕망과 감정을 품게 된다. 하지만 실제 현실과 개인의 이성과 지혜가 이를 억누르고 만다. 하지만 글쓰기의 세계에서는 이렇게 억압된 욕망과 감정을 충분히 표출할 수 있다. 나는 글쓰기가 사람의 심신 건강에 큰 도움이 되고 인생을 더욱더 완전하게 만들어준다고 믿는다.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위화, 147page)
맞는 말이다. 나는 지금 대자보를 쓰고 있다.
3. 산채현상
산채현상을 사회 강자집단에 대한 약자집단의 혁명행위로 가정한다면 이런 혁명은 44년 전의 중국에서도 대규모로 발생한 적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바로 문화대혁명이다.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위화, 309page)
산채란 중국의 모방, 가짜, 삼류문화 등을 아우르는 단어다. 재밌는 점은 위화가 이 산채문화를 '사회 강자집단에 대한 약자집단의 혁명행위'로 가정해 보았다는 것.
이 가정에 동의하고 나면, 결국 매체의 발달과 인터넷 혁신이 반체제적인 응집력을 약화시킨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에 도달한다. 예전부터 많이 들어왔고, 지인의 블로그에서도 보았던 문장이 '이 정도 불균형에서도 한국은 왜 조용한가' 였다. 아마도 그것은,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경로가 비교적 다채롭기 때문이 아닐까. 특히 인터넷을 통해. 내가 쓰고 있는 이 블로그라는 공간도 이 주장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울 것이다.
예전에 소개팅 자리에서 상대 여성이 축구와 야구 이야기를 오랜 시간 이야기 해 지루했던 경험이 있다(나는 축구랑 야구 관람을 자주 즐기는 편은 아니다). 이야기가 마무리 되어갈 때 쯤 나는 '그런데 축구나 야구가 왜 그렇게 좋으세요' 라고 물었다. 내가 여성에게 이러한 질문을 하면 99%는 '응원하는 분위기도 좋고 재밌어서요' 라고 답한다. 그런데 그 여성은 아주 의외의 대답을 해 나를 놀라게 했었다.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것이 재밌어서요. 약팀이 어쩌다 강팀을 이길 때의 쾌감이 있어요!'
그 이후로 다시 만나지 않아 얼굴도 기억이 잘 안나지만, 위 문장은 아직도 생생하다.
2014년 12월 3일 수요일
My technical views (1)
1. JPY
단기 moving average 이탈 전까지 엔 약세 view 유지가 가능할 것. 기간은 5~10까지 아무렇게나 설정해도 문제 없다고 생각한다. 논팜 결과가 시장 기대치만 충족해도 추가 랠리가 가능하지 않을지. 일본 신용등급 하락을 보고 엔의 강세 전환에 섣불리 베팅하는 것은 위험해 보인다.

2. EUR
유로는 주간 차트. 밴드내로 회귀하지 않는 이상 유로 역시 short view 유지. 금주 ECB에서 국채매입 결정이 무산된다면 밴드를 한 번 터치할 가능성이 높다. 느낌상 내년 1~2월까지도 국채매입이 없다면 유로 숏은 일단 접고 보는게 편할 것.
2014년 11월 27일 목요일
11월 26일의 생각들
- 1 -
최경환이 정규직이 '과보호'되고 있다며 노동시장 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리고 나는 최경환의 정책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일말의 기대감을 전부 버렸다. 고용시장을 유연화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고용 형태의 유연화가 아닌 임금의 유연화다. 특히나 뒤늦게 펼쳐지고 있는 한국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임금의 상승과 고용의 안정화가 필수적인 국면이다. 기준금리를 인하해서 자산 가격과 경기를 지탱해 놓고, 유보금 과세를 통해 노렸던 것이 임금/배당의 확대가 아닌 투자의 확대였다는 뜻일까? 한국 위험자산에 관심을 두지 않은지 1년 반 정도 되었는데, 아마 앞으로도 상당히 긴 시간 동안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 같다.
- 2 -
기관들의 내년도 전망을 보고 있는데, 보는 이를 지치게 만드는 문구 넘버 원은 '고령화에 따른 경기 성장률 둔화'가 아닐까. 인구구조는 경제 분석에 중요한 요소이고, 투자 아이디어 측면에서도 활용도가 높을 때가 있지만 저런 방식은 절대 아니다. '고령화에 따른 경기 성장률 둔화' 문구에 진심으로 동의하고 투자에 적용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석유의 매장량은 한정되어 있으니 당장 내일부터 유가 long을 잡기를 바란다.
- 3 -
한국에 있어서 최악의 2015년 시나리오는 무엇일까? 유가 하락과 유로존 경기 둔화 우려 완화로 올 연말에서 내년 1분기까지의 국내 지표가 예상보다 호조를 보이고, 이를 한국은행에서는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라는 착각에 빠져 상반기 내내 동결을 하고, 하반기에는 철저한 미국의 독주가 강화되며 한국은 소외되는 것. 현실화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는 않는다.
최경환이 정규직이 '과보호'되고 있다며 노동시장 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리고 나는 최경환의 정책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일말의 기대감을 전부 버렸다. 고용시장을 유연화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고용 형태의 유연화가 아닌 임금의 유연화다. 특히나 뒤늦게 펼쳐지고 있는 한국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임금의 상승과 고용의 안정화가 필수적인 국면이다. 기준금리를 인하해서 자산 가격과 경기를 지탱해 놓고, 유보금 과세를 통해 노렸던 것이 임금/배당의 확대가 아닌 투자의 확대였다는 뜻일까? 한국 위험자산에 관심을 두지 않은지 1년 반 정도 되었는데, 아마 앞으로도 상당히 긴 시간 동안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 같다.
- 2 -
기관들의 내년도 전망을 보고 있는데, 보는 이를 지치게 만드는 문구 넘버 원은 '고령화에 따른 경기 성장률 둔화'가 아닐까. 인구구조는 경제 분석에 중요한 요소이고, 투자 아이디어 측면에서도 활용도가 높을 때가 있지만 저런 방식은 절대 아니다. '고령화에 따른 경기 성장률 둔화' 문구에 진심으로 동의하고 투자에 적용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석유의 매장량은 한정되어 있으니 당장 내일부터 유가 long을 잡기를 바란다.
- 3 -
한국에 있어서 최악의 2015년 시나리오는 무엇일까? 유가 하락과 유로존 경기 둔화 우려 완화로 올 연말에서 내년 1분기까지의 국내 지표가 예상보다 호조를 보이고, 이를 한국은행에서는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라는 착각에 빠져 상반기 내내 동결을 하고, 하반기에는 철저한 미국의 독주가 강화되며 한국은 소외되는 것. 현실화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는 않는다.
2014년 11월 10일 월요일
짧은 생각
내년도 전망을 하는 중인데 생각할수록 한국은 암울하기만 하다.
경기는 하방리스크가 더 크고, 물가가 상승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가계부채와 임금정체로 내수 확대 여력은 없고, 미국 경기가 더 개선되더라도 reshoring에 따른 교역량 감소로 한국이 받는 수혜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중국 소비 관련주로 버티는 주식시장은, 언젠가 중국 소비재 기업들의 점유율 침식이 가시화되면 큰 충격을 받을 것이다. 위 문제들을 해결하겠다고 나선 최경환의 등장에 나를 포함한 일부 시장 참여자들은 기대감을 가졌지만, 추진력과 성과는 아직까지 기대 이하이다. 문제는 현재의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그 추진력이라는 점이다. 올바른 정책의 방향성과 함께 빠른 속도가 필요한 국면인데, 속도가 붙을만한 신호는 포착되지 않는다. 사실 이미 많이 늦어버린 것일 수도 있다.
좀처럼 희망적인 면을 찾기 힘든 요즘이지만, 그래도 나는 금융시장에 참가한 것을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한국 경제가 정말로 암울해 보인다면, 나는 암울함에 베팅하는 포지션으로 돈을 벌면 될 뿐이다. 돈을 벌지 못한다면 그것은 나의 부족함 때문이지, 경기가 엉망이라서가 아니다. 실력만 있다면 언제든지 돈을 벌 수 있지만, 실패에 따른 원망의 전부를 스스로가 감당해야 하는 길.
경기는 하방리스크가 더 크고, 물가가 상승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가계부채와 임금정체로 내수 확대 여력은 없고, 미국 경기가 더 개선되더라도 reshoring에 따른 교역량 감소로 한국이 받는 수혜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중국 소비 관련주로 버티는 주식시장은, 언젠가 중국 소비재 기업들의 점유율 침식이 가시화되면 큰 충격을 받을 것이다. 위 문제들을 해결하겠다고 나선 최경환의 등장에 나를 포함한 일부 시장 참여자들은 기대감을 가졌지만, 추진력과 성과는 아직까지 기대 이하이다. 문제는 현재의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그 추진력이라는 점이다. 올바른 정책의 방향성과 함께 빠른 속도가 필요한 국면인데, 속도가 붙을만한 신호는 포착되지 않는다. 사실 이미 많이 늦어버린 것일 수도 있다.
좀처럼 희망적인 면을 찾기 힘든 요즘이지만, 그래도 나는 금융시장에 참가한 것을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한국 경제가 정말로 암울해 보인다면, 나는 암울함에 베팅하는 포지션으로 돈을 벌면 될 뿐이다. 돈을 벌지 못한다면 그것은 나의 부족함 때문이지, 경기가 엉망이라서가 아니다. 실력만 있다면 언제든지 돈을 벌 수 있지만, 실패에 따른 원망의 전부를 스스로가 감당해야 하는 길.
2014년 11월 2일 일요일
수급분석의 허망함. 좋은 스승을 만나는 길.
금융권에서 일을하며 느낀 당황스러웠던 점 중 하나는 나름 전문가 직함을 달고 있는 분석가나 투자자들조차 수급분석을 지나치게 중요시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특히 종목, 업종, 지수, 선물을 막론하고 외국인의 매매동향은 성배로 추앙받는다. 외국인이 사고 팔아서 오르고 내렸다는 식의 주장들이 심심치않게 오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런 분석은 투자에 조금도 도움이되지 않는다. 특정 주체가 사고팔았던 내역은, 그 주체가 사고팔았다는 사실 자체 외의 그 어떠한 것도 의미하지 않는다. 외국인이 코스피 선물을 8천계약 순매수 했다는 것은, 외국인으로 분류되는 수 많은 시장참여자들의 매매의 결과를 나타낼 뿐이다. '요즘 외국인이 사서 가격이 올랐어'라는 말은 '요즘 가격이 올라서 가격이 올랐어' 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외국인이 아닌 타 주체를 대상으로 하는 분석도 마찬가지다. 그런 분석을 할 바에는 차라리 기술적 분석을 하는게 낫다.
주체별 분석이 아니라도 수급분석이 의미 없는 것은 매한가지다. '사려는 사람이 팔려는 사람 보다 많아서 오른다'는 문장은 언뜻 그럴싸해 보이지만 사실은 대단히 바보같은 문장이다. 사려는 사람이 아무리 많아봤자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용의가 없으면 가격은 오르지 않는다. 박경철씨의 표현을 빌리자면, 가격은 비보유자들의 조바심 때문에 오른다.
투자자들이 수급분석의 환상에 젖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1)수급과 가격의 관계가 눈으로 쉽게 확인되고, 2)실제로 수익을 내는 몇몇 투자자들조차 수급분석이 중요하다고 주장하기 때문일 것이다. 전자의 오류는 보통 게으름에서 발생한다. 사람은 특정 포인트에서 고민을 하다가 어렵고 복잡하다는 느낌을 받으면 눈으로 쉽게 확인되는 요인에 스스로를 합리화시키기 마련이다. 하지만 투자는 고민을 멈추고 삶의 긴장을 풀어버린 상태에서 할 수 있는 행위는 절대 아니다.
그렇다면 돈을 번 투자자가 수급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현상은 왜 발생하는가? 조금 더 넓게는, 성공한 사람이 잘못된 가르침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후학들의 사다리를 치워 본인의 성공을 장기간 공고히 하기 위함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성공한 사람들의 잘못된 조언이 빈번한 이유는 그들의 상당수조차 본인이 어떻게 성공했는지 진심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장중 수급을 보고 매매를 한다는 탁월한 트랙레코드를 지닌 프랍트레이더는, 사실은 직관과 통찰력으로 매매를 하고 있지만 스스로는 수급을 본다고 착각을 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그에게 수급을 어떻게 보는지 알려달라 간청해도 그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알려주기 싫어서가 아니라 본인 스스로도 진심으로 모르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이승철이 슈퍼스타K에서 두성을 활용하라는 말을 자주 하지만, 그에게 레슨을 아무리 받아봤자 노래가 늘지는 않을 것이다. 본인이 어떻게 노래를 잘 하는지 남에게 설명할 수가 없으니깐. 그는 누구보다 그것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노래는 타고나야 한다'는 결론을 지어버린 사람이다.
하지만 본인의 능력을 타인에게 전할 수 있는 사람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표현력이 좋아 짧은 글이나 대화만으로도 자극을 줄 수 있고, 탁월함에 대한 고민의 깊이가 압도적이라는 것. 다만, 문제는 나의 수준이 일정치 미달이라면 그들이 주는 자극을 자극인지조차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다는 점이다. 결국은 나의 수준을 스스로 끌어 올리는 것이 좋은 스승을 만나는 유일한 길. 대단히 역설적인 진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런 분석은 투자에 조금도 도움이되지 않는다. 특정 주체가 사고팔았던 내역은, 그 주체가 사고팔았다는 사실 자체 외의 그 어떠한 것도 의미하지 않는다. 외국인이 코스피 선물을 8천계약 순매수 했다는 것은, 외국인으로 분류되는 수 많은 시장참여자들의 매매의 결과를 나타낼 뿐이다. '요즘 외국인이 사서 가격이 올랐어'라는 말은 '요즘 가격이 올라서 가격이 올랐어' 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외국인이 아닌 타 주체를 대상으로 하는 분석도 마찬가지다. 그런 분석을 할 바에는 차라리 기술적 분석을 하는게 낫다.
주체별 분석이 아니라도 수급분석이 의미 없는 것은 매한가지다. '사려는 사람이 팔려는 사람 보다 많아서 오른다'는 문장은 언뜻 그럴싸해 보이지만 사실은 대단히 바보같은 문장이다. 사려는 사람이 아무리 많아봤자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용의가 없으면 가격은 오르지 않는다. 박경철씨의 표현을 빌리자면, 가격은 비보유자들의 조바심 때문에 오른다.
투자자들이 수급분석의 환상에 젖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1)수급과 가격의 관계가 눈으로 쉽게 확인되고, 2)실제로 수익을 내는 몇몇 투자자들조차 수급분석이 중요하다고 주장하기 때문일 것이다. 전자의 오류는 보통 게으름에서 발생한다. 사람은 특정 포인트에서 고민을 하다가 어렵고 복잡하다는 느낌을 받으면 눈으로 쉽게 확인되는 요인에 스스로를 합리화시키기 마련이다. 하지만 투자는 고민을 멈추고 삶의 긴장을 풀어버린 상태에서 할 수 있는 행위는 절대 아니다.
그렇다면 돈을 번 투자자가 수급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현상은 왜 발생하는가? 조금 더 넓게는, 성공한 사람이 잘못된 가르침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후학들의 사다리를 치워 본인의 성공을 장기간 공고히 하기 위함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성공한 사람들의 잘못된 조언이 빈번한 이유는 그들의 상당수조차 본인이 어떻게 성공했는지 진심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장중 수급을 보고 매매를 한다는 탁월한 트랙레코드를 지닌 프랍트레이더는, 사실은 직관과 통찰력으로 매매를 하고 있지만 스스로는 수급을 본다고 착각을 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그에게 수급을 어떻게 보는지 알려달라 간청해도 그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알려주기 싫어서가 아니라 본인 스스로도 진심으로 모르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이승철이 슈퍼스타K에서 두성을 활용하라는 말을 자주 하지만, 그에게 레슨을 아무리 받아봤자 노래가 늘지는 않을 것이다. 본인이 어떻게 노래를 잘 하는지 남에게 설명할 수가 없으니깐. 그는 누구보다 그것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노래는 타고나야 한다'는 결론을 지어버린 사람이다.
하지만 본인의 능력을 타인에게 전할 수 있는 사람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표현력이 좋아 짧은 글이나 대화만으로도 자극을 줄 수 있고, 탁월함에 대한 고민의 깊이가 압도적이라는 것. 다만, 문제는 나의 수준이 일정치 미달이라면 그들이 주는 자극을 자극인지조차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다는 점이다. 결국은 나의 수준을 스스로 끌어 올리는 것이 좋은 스승을 만나는 유일한 길. 대단히 역설적인 진실.
2014년 10월 28일 화요일
How much time is left for the BOK?
미국이 작년부터 금융위기의 그림자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던 것과 달리, 여타 글로벌 지역의 개선세는 여전히 미약하기만 했다. 이에 일본은 2013년 아베노믹스로 가장 먼저 대응을 시작했고 유로존과 한국도 올해 들어 그 뒤를 쫓기 시작했다. 한국의 경우 타이밍이 다소 늦은 것은 사실이지만, 뒤늦게나마 부양에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인 일이다. 이주열 총재의 취임 직후 스탠스로 미루어보건데, 최경환의 등장이 없었더라면 한은은 끝까지 미온적 태도를 유지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은은 언제까지 완화정책을 펼칠 수 있을까?
금통위 기자회견 등에서 내외금리차 축소에 따른 자본유출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내외금리차는 통화정책 판단에 큰 영향을 줄만큼 좁혀져 있지 않다. 내외금리차가 한은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했던 국면은, 2004년 8월과 11월 기준금리를 각각 25bp씩 인하한 뒤 반년 정도가 지난 2005년 3월경부터 2006년말까지다. 당시 Fed의 단계적인 금리 인상으로 한-미간 정책금리는 역전되었고, 3년물 기준 양국의 시장금리차는 -25bp ~ +100bp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재밌는 점은 미국과 한국의 정책금리가 같아진 2005년 6월부터 시장금리차가 확대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한은이 정책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한 2005년 11월보다 5개월 빠른 시점인데, 결국 한은이 급격히 따라올라오는 미국의 정책금리에 부담을 느끼고 금리를 인상할 것을 시장은 이미 반영하고 있었던 셈이다.
양국의 통화정책 디커플링이 시장금리차에 선반영되는 것은 금번 한은의 정책금리 인하 전에도 관찰되었다. 200bp 수준에서 머물던 양국의 시장금리차는 6월부터 빠르게 축소되었고, 한은은 8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한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시장금리차는 꾸준히 축소되고 있는데, 이는 시장이 양국의 통화정책 디커플링의 추가 진행을 기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연준의 계획대로 미국의 정책금리가 내년 2~3분기부터 인상 사이클에 진입하고, 그것이 2000년대 중반보다는 덜 공격적인 형태(예를들어 두 FOMC마다 25bp의 인상)로 이루어진다는 느슨한 가정을 해 보면, 미국의 정책금리가 1.5%에 도달하는 시기는 아무리 늦어도 2016년 3분기 근처가 될 것이다. 물론 현재의 고용 개선세가 유지되고, 첫 금리 인상에서 시장 충격이 예상 이하라면 도달 시기는 더욱 앞당겨 질 수도 있다.
결국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두 차례 정도 더 사용하고, 그 수준의 기준금리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넉넉히 잡아도 1년 6개월 남짓. 그 이후에는 추격해오는 미국 정책금리에 대한 부담으로 한은도 더 이상 완화정책을 펼칠 수 없을 것이다. 한은에게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다면 한은은 언제까지 완화정책을 펼칠 수 있을까?
금통위 기자회견 등에서 내외금리차 축소에 따른 자본유출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내외금리차는 통화정책 판단에 큰 영향을 줄만큼 좁혀져 있지 않다. 내외금리차가 한은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했던 국면은, 2004년 8월과 11월 기준금리를 각각 25bp씩 인하한 뒤 반년 정도가 지난 2005년 3월경부터 2006년말까지다. 당시 Fed의 단계적인 금리 인상으로 한-미간 정책금리는 역전되었고, 3년물 기준 양국의 시장금리차는 -25bp ~ +100bp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재밌는 점은 미국과 한국의 정책금리가 같아진 2005년 6월부터 시장금리차가 확대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한은이 정책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한 2005년 11월보다 5개월 빠른 시점인데, 결국 한은이 급격히 따라올라오는 미국의 정책금리에 부담을 느끼고 금리를 인상할 것을 시장은 이미 반영하고 있었던 셈이다.
양국의 통화정책 디커플링이 시장금리차에 선반영되는 것은 금번 한은의 정책금리 인하 전에도 관찰되었다. 200bp 수준에서 머물던 양국의 시장금리차는 6월부터 빠르게 축소되었고, 한은은 8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한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시장금리차는 꾸준히 축소되고 있는데, 이는 시장이 양국의 통화정책 디커플링의 추가 진행을 기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연준의 계획대로 미국의 정책금리가 내년 2~3분기부터 인상 사이클에 진입하고, 그것이 2000년대 중반보다는 덜 공격적인 형태(예를들어 두 FOMC마다 25bp의 인상)로 이루어진다는 느슨한 가정을 해 보면, 미국의 정책금리가 1.5%에 도달하는 시기는 아무리 늦어도 2016년 3분기 근처가 될 것이다. 물론 현재의 고용 개선세가 유지되고, 첫 금리 인상에서 시장 충격이 예상 이하라면 도달 시기는 더욱 앞당겨 질 수도 있다.
결국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두 차례 정도 더 사용하고, 그 수준의 기준금리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넉넉히 잡아도 1년 6개월 남짓. 그 이후에는 추격해오는 미국 정책금리에 대한 부담으로 한은도 더 이상 완화정책을 펼칠 수 없을 것이다. 한은에게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2014년 10월 22일 수요일
한은이 선택한 '각자도생'의 길
국내 통화정책 및 금리와 관련된 최근 글 중에, 가장 예리하고 깔끔하다고 생각되는 오석태 이코노미스트님의 글.
http://h21.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38160.html
http://h21.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38160.html
2014년 10월 16일 목요일
달러강세와 유가약세
1. 달러 강세
나는 '달러 강세는 미국의 tightening을 암시한다'는 주장 보다는 '유로, 엔, 기타통화의 순서로 전염된 금번 달러강세의 원인은 통화정책의 디커플링이다' 라는 주장이 조금 더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90년대 중반과 2000년대 중반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에서, 달러 인덱스가 의미있는 상승을 보였던 것은 90년대 중반인데, 당시 연준과 달리 분데스방크는 마르크화의 절상을 억제하기 위해 낮은 기준금리를 유지했다.
즉, 미 연준의 tightening 자체만으로는 강력한 달러 강세를 유발할 수 없다. 구조적인 강달러는, 타 국가들에 비해 미국의 체력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즉, 달러 강세를 충분히 감내하고도 남을만한 강도의 미국 주도형 경기 확장기에서만 나타난다. 만약 미국이 순조롭게 내년부터 금리인상을 시작하면 달러는 추가적인 강세를 보일 것이고, 그 때는 이머징 마켓의 통화들도 지금보다 큰 반응을 보일 것이다.
그 외 '달러 강세는 연준의 조기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한다'는 등의 일부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간신히 디플레이션 파이트를 마무리해 가는 연준 입장에서는 인플레이션 압박 보다 디플레이션의 부활을 더 두려워 할 것이기 때문. 크루그먼이 거듭 주장하고 있는 바와 같은 맥락이다.
If you’re at the Fed, would you rather wake up and discover that core inflation has risen to 3 percent or that you’ve become Mario Draghi?
(http://krugman.blogs.nytimes.com/2014/10/03/wages-and-the-fed/?_php=true&_type=blogs&smid=tw-NytimesKrugman&seid=auto&_r=0)
달러 강세 관련 읽을거리로는 Valentina Bruno와 신현송 교수의 BIS 페이퍼를 첨부.
(http://www.bis.org/publ/work458.pdf)
2. 상품 시장
달러 강세에 즉각적으로 반응했던 것은 상품 시장과 상품에 얽혀 있는 통화들. 공급과잉 이슈로 약세 압박을 받던 농산물은 폭락했고, 금 역시 생산원가 수준까지 하락했다. 그 중 가장 신경이 쓰이는 것은 유가의 약세. 역사적으로 유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는 경기 획장 국면은 없었기에, 유가의 하락은 불편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지난주 WTI가 90불 마저 하회하다보니, 셰일오일의 채산성과 Opec의 breakeven prices 측면에서 유가를 분석해보려는 시도들이 부쩍 많아졌다.
그러나 셰일오일이나 Opec 관련 수급적 요인보다도, 'Fed가 tightening을 시작해도 될만큼 미국의 경기가 강한지'에 대한 의문이 유가를 약세로 이끌었을 가능성이 높다. 과거엔 어땠을까?
금리 인상 사이클이 시작되기 직전인 1993년 유가는 20불대에서 14불 근처까지 하락했다. 당시 유가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되던 요인은 1)공급과잉(영국과 노르웨이 등의 생산 확대)과, 2)수요감소(유럽, 미국, 일본의 경기침체), 3)OPEC 카르텔 기능 상실. 쉽게 말해 원유 수급 측면의 특별한 요인은 없었던 것이나 다름 없다. 지나치게 지난 금리인상 사이클에 모든 것을 끼워 맞춰보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지만, 과거 추이상 유가의 하락 자체를 경기침체 시그널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는 듯.
나는 '달러 강세는 미국의 tightening을 암시한다'는 주장 보다는 '유로, 엔, 기타통화의 순서로 전염된 금번 달러강세의 원인은 통화정책의 디커플링이다' 라는 주장이 조금 더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90년대 중반과 2000년대 중반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에서, 달러 인덱스가 의미있는 상승을 보였던 것은 90년대 중반인데, 당시 연준과 달리 분데스방크는 마르크화의 절상을 억제하기 위해 낮은 기준금리를 유지했다.
(source : Goldman, zerohedge)
즉, 미 연준의 tightening 자체만으로는 강력한 달러 강세를 유발할 수 없다. 구조적인 강달러는, 타 국가들에 비해 미국의 체력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즉, 달러 강세를 충분히 감내하고도 남을만한 강도의 미국 주도형 경기 확장기에서만 나타난다. 만약 미국이 순조롭게 내년부터 금리인상을 시작하면 달러는 추가적인 강세를 보일 것이고, 그 때는 이머징 마켓의 통화들도 지금보다 큰 반응을 보일 것이다.
그 외 '달러 강세는 연준의 조기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한다'는 등의 일부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간신히 디플레이션 파이트를 마무리해 가는 연준 입장에서는 인플레이션 압박 보다 디플레이션의 부활을 더 두려워 할 것이기 때문. 크루그먼이 거듭 주장하고 있는 바와 같은 맥락이다.
If you’re at the Fed, would you rather wake up and discover that core inflation has risen to 3 percent or that you’ve become Mario Draghi?
(http://krugman.blogs.nytimes.com/2014/10/03/wages-and-the-fed/?_php=true&_type=blogs&smid=tw-NytimesKrugman&seid=auto&_r=0)
달러 강세 관련 읽을거리로는 Valentina Bruno와 신현송 교수의 BIS 페이퍼를 첨부.
(http://www.bis.org/publ/work458.pdf)
2. 상품 시장
달러 강세에 즉각적으로 반응했던 것은 상품 시장과 상품에 얽혀 있는 통화들. 공급과잉 이슈로 약세 압박을 받던 농산물은 폭락했고, 금 역시 생산원가 수준까지 하락했다. 그 중 가장 신경이 쓰이는 것은 유가의 약세. 역사적으로 유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는 경기 획장 국면은 없었기에, 유가의 하락은 불편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지난주 WTI가 90불 마저 하회하다보니, 셰일오일의 채산성과 Opec의 breakeven prices 측면에서 유가를 분석해보려는 시도들이 부쩍 많아졌다.
그러나 셰일오일이나 Opec 관련 수급적 요인보다도, 'Fed가 tightening을 시작해도 될만큼 미국의 경기가 강한지'에 대한 의문이 유가를 약세로 이끌었을 가능성이 높다. 과거엔 어땠을까?
금리 인상 사이클이 시작되기 직전인 1993년 유가는 20불대에서 14불 근처까지 하락했다. 당시 유가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되던 요인은 1)공급과잉(영국과 노르웨이 등의 생산 확대)과, 2)수요감소(유럽, 미국, 일본의 경기침체), 3)OPEC 카르텔 기능 상실. 쉽게 말해 원유 수급 측면의 특별한 요인은 없었던 것이나 다름 없다. 지나치게 지난 금리인상 사이클에 모든 것을 끼워 맞춰보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지만, 과거 추이상 유가의 하락 자체를 경기침체 시그널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는 듯.
2014년 10월 4일 토요일
불멸의 광고수업
통상적인 실패는 거의 손해가 없다. 그런 실패는 예상된다. 모든 광고의 초기 활동은 대중의 맥을 짚어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반응하지 않는 이유는, 보통은 제품의 결함 때문이거나 통제할 수 없는 환경 때문이다. 제대로 조치를 한다면 손해가 나더라도 미미할 것이다. 결실을 맺지 못한 기대와 아이디어 정도가 손해라면 손해일 수 있다. 내가 말하는 것은 무모한 투기에 의한 재난이다. 거대하고 비싼 배를 암초로 몰고 가는 그런 광고인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 광고인들은 거의 재기하지 못한다.
(불멸의 광고수업, 클로드 홉킨스, page 16)
광고계에 새로 오는 사람들 대부분은 언어와,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능력에 의존하려 한다. 또 주의를 끌기 위해 기발한 것에 의존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것들 모두가 자기만족에 지나지 않고 소비자의 분노만 야기할 뿐이다. 내가 아는 진정한 광고인들은 모두 보잘것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보잘것 없는 집안 출신이며 그래서 그런 사람들을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불멸의 광고수업, 클로드 홉킨스, page 48)
이런 환경 속에서 나는 어떻게 수많은 성공 사례를 남길 수 있었을까? 그건 내가 작은 규모에서 수많은 실수를 했고 거기에서 배웠기 때문이다. 나는 실수를 두 번 하지 않았다. 여기에서 나는 광고의 귀중한 법칙들을 발전시킬 수 있었고, 그것을 지켰을 뿐이다. 광고의 태동기에 그 방법은 내게서 엄청난 시간을 빼앗아갔다. 이 원시적인 실험에 나는 누구보다도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내 자식을 키우는 노력 이상의 시간과 희생을 바쳤다. 내가 일을 끝낸 지점에서 다른 사람들이 시작하도록 돕겠다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불멸의 광고수업, 클로드 홉킨스, page 253)
나에게는 이 책이 광고가 아닌 투자 관련 서적처럼 다가왔다. 분야를 막론하고, 일정 경지에 오르기 위해 필요한 공통된 전략과 원칙이란 것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책들의 치명적인 단점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이 책이 주는 교훈이 절실한 사람들에게는 책의 내용들이 식상하게 다가올 것이고, 책의 문장들이 깊게 와닿는 사람일수록 굳이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는 경지에 이미 오른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따라서 '내가 일을 끝낸 지점에서 다른 사람들이 시작하도록 돕겠다'는 저자의 목적은 달성되지 못할 공산이 크다. 결국 내가 생각하는 불멸의 수업이란, 좋은 스승의 피드백을 받으며, 다치고 깨지는 경험을 쌓아나가는 것.
(불멸의 광고수업, 클로드 홉킨스, page 16)
광고계에 새로 오는 사람들 대부분은 언어와,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능력에 의존하려 한다. 또 주의를 끌기 위해 기발한 것에 의존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것들 모두가 자기만족에 지나지 않고 소비자의 분노만 야기할 뿐이다. 내가 아는 진정한 광고인들은 모두 보잘것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보잘것 없는 집안 출신이며 그래서 그런 사람들을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불멸의 광고수업, 클로드 홉킨스, page 48)
이런 환경 속에서 나는 어떻게 수많은 성공 사례를 남길 수 있었을까? 그건 내가 작은 규모에서 수많은 실수를 했고 거기에서 배웠기 때문이다. 나는 실수를 두 번 하지 않았다. 여기에서 나는 광고의 귀중한 법칙들을 발전시킬 수 있었고, 그것을 지켰을 뿐이다. 광고의 태동기에 그 방법은 내게서 엄청난 시간을 빼앗아갔다. 이 원시적인 실험에 나는 누구보다도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내 자식을 키우는 노력 이상의 시간과 희생을 바쳤다. 내가 일을 끝낸 지점에서 다른 사람들이 시작하도록 돕겠다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불멸의 광고수업, 클로드 홉킨스, page 253)
나에게는 이 책이 광고가 아닌 투자 관련 서적처럼 다가왔다. 분야를 막론하고, 일정 경지에 오르기 위해 필요한 공통된 전략과 원칙이란 것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책들의 치명적인 단점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이 책이 주는 교훈이 절실한 사람들에게는 책의 내용들이 식상하게 다가올 것이고, 책의 문장들이 깊게 와닿는 사람일수록 굳이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는 경지에 이미 오른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따라서 '내가 일을 끝낸 지점에서 다른 사람들이 시작하도록 돕겠다'는 저자의 목적은 달성되지 못할 공산이 크다. 결국 내가 생각하는 불멸의 수업이란, 좋은 스승의 피드백을 받으며, 다치고 깨지는 경험을 쌓아나가는 것.
2014년 10월 2일 목요일
9월 휴가. 뉴욕에서의 메모.
1. 내가 좋아하는 것
일주일 휴가를 내고 뉴욕에 다녀왔다. 2014년은 유난히 여행을 많이 다니는 해다. 내가 비행기에서 책이나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하고, 여행지에서는 유명하다는 먹거리를 즐긴 후 걸어다니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올해 들어서야 알게 되었다. 이번 여행에서 한 가지 더 알게된 점은, 주요 스팟에서 음악을 곁들이면 여행이 한층 더 풍요로워진다는 것. 숙소 루프탑에서 맥주를 마시며 들었던 비긴 어게인의 OST들, 브루클린 브릿지를 건너며 랜덤재생으로 흘러나오던 곡들, 나이아가라 전망대에서 들었던 Journey의 Faithfully 모두 좋았고, 특히 페리에서 야경을 보며 들었던 Billy Joel의 New York State of Mind는 잊지 못할 것 같다. 사실 음악이 여행의 느낌을 배가시켰다기 보다는, 여행이 음악의 느낌을 업그레이드 해준 듯.
2. 첫인상
뉴욕 JFK 공항에 내렸더니 군대와 똑같은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공항 바닥 세제가 군대에서 쓰던 것과 같은 제품인 영향이 큰 듯 하다. 심지어 입국 수속 대기 중에 줄을 잘 서달라며 외치는 거구의 흑인까지 등장하니 정말 재입대라도 한 기분이다. 기차를 타고 도착한 맨하탄 숙소 로비에서는 laundry room 냄새가 진동한다. 배럭 냄새다. 내가 체험한 군대가 제대로 little America 였구나.
3. 간격
거리를 걸어다닐 때 사람과 부딪히는 일이 드물다. 그 복잡한 타임스퀘어나 락펠러 센터 전망대 대기 줄에서 타인과 부딪힌 숫자가, 출퇴근시 지하철역에서 집까지 7분 걸어오는 동안 부딪히는 숫자보다 작다. 혹시 부딪히거나, 부딪히기는 커녕 가방이 스치기만 해도 0.5초 안에 'excuse me'가 돌아온다(군대에서는 my bad 였다). 한국이 동방예의지국이라는 것은 중국 입장에서나 맞는 얘기일 듯. 왜 서양이 더 예의바를까? 혹자의 주장처럼 잘못 부딪혔다가는 총을 맞을까봐 두려워서?
4. 표정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평균적인 표정과 어투가 한국보다 훨씬 밝다. 팁을 받는 곳/안받는 곳, 남녀노소 불문하고 전반적으로 그렇다. 이들의 밝음은 만족에서 오는 것일까? 희망에서 오는 것일까? 아니면 완벽한 체념에서 오는 것일까?
5. 뮤지컬
뮤지컬은 오페라의 유령과 라이온킹을 봤다. 라이온킹의 경우 한국 배우들로만 구성해서는 공연하기 힘든 뮤지컬이겠지만, 전반적으로는 한국 뮤지컬의 노래와 연기 수준이 브로드웨이에 크게 뒤쳐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공연의 질에서 큰 차이를 못 느낀 반면, 관람환경의 차이는 꽤 컸다. 리버브를 최대한 절제한 음향 효과, 과하게 크지 않은 음량, 최소화된 좌석별 시야 편차 등. 또 한가지 인상 깊었던 것은 무개념 관객에 대한 어셔들의 강력한 제재. 누군가 핸드폰 불빛을 잠깐이라도 밝히면 바로 달려와 해당 관객의 얼굴을 손전등으로 비추며 저지했다. 그리고 내 앞 자리의 거구의 남성은, 본인 때문에 무대가 잘 보이지 않을 수 있으니, 최대한 자세를 낮춰 앉을텐데, 그래도 보이지 않는다면 꼭 말해달라며 의자에 구겨져 들어갔다. 나는 브로드웨이가 아닌 곳에서도 감동적인 공연은 충분히 많이 보았지만, 관람 자체를 이렇게 마음 편하게 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6. 도시의 공간
센트럴 파크의 여유로움도 좋았지만, 버려진 철길에 조성된 공원인 하이라인 파크도 매력적이었다. 하이라인 파크는 올해 마지막 구간이 완공되는데, 맨하탄 정도의 유구함을 지닌 도시에서 아직도 추가적인 녹지화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점은 꽤 놀라웠다. 도시의 녹지 공간은 여전히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게 아닐까. 하이라인 파크 주변으로 새로 올라가는 수 많은 빌딩들을 보고, '서울에 더 개발할 지역이 있겠나?' 라는 안일한 생각은 완전히 삭제했다.
7. Shake Shack
햄버거는 번, 패티, 야채의 밸런스가 제일 중요하다. Shake Shack은 그것을 잘 알고 있다.
8. Peter Luger
이번 여행 중 최고의 식사.
9. 셀카봉
이번 여행에서 셀카봉을 애용했다. 셀카봉을 써 보니 고프로가 사고 싶어진다. 휴대폰 카메라의 dslr과 미러리스 시장 잠식은 제한적이었다. 셀카봉도 고프로를 잠식할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작대기의 사용경험이 고프로 구입으로 연결되지 않을지.
10. 한의학
미군 소속이었던 한인친구를 4년 만에 만났다. 지금 그 친구는 복무를 마치고, 일을하며 중국식 한의학을 공부 중이다. 미국내에서 동양의학의 수요가 많은지 물었더니, '서양인들도 침 맞는 걸 좋아하기 시작했어. 하지만 한약은 절대로 먹지 않아.'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11. 소로스
일전에 소로스가 쓴 책들을 본 적은 있지만, 정작 내가 소로스라는 인물 자체에 대해 아는 것은 영국은행을 이긴 남자라는 것 뿐이었는데, 이번 여행 중 카우프만의 소로스를 읽으며 그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책을 다 읽었고, 그 덕분에 여행 후유증이나 월요병을 앓지 않았다. 여행이나 다닐 때가 아니라는 조바심이 들었기 때문.
쓰고보니 블로그에 메모식의 트윗을 날려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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